“사인 못받아도 서운해 하지 말자!“..야구팬들의 진화!(사진=강명호 기자)
“사인 못받아도 서운해 하지 말자!“..야구팬들의 진화!(사진=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아빠와 아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아들, 넌 그쪽에 있어. 아빤 이쪽에 있을게."

"네, 아빠!"

퇴근길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아빠와 (초등학생)아들은 각자의 위치를 정하곤 선수들을 기다렸다.

'절친' 두 중학생 친구의 대화도 귀에 들어왔다.

"사인 못받아도 서운해 하지 말자!"

"그래, 알았어!"

"사인 못받아도 서운해 하지 말자"며 굳게 약속한 두 친구의 손에는 야구공이 들려있었다.

이날_

퇴근길에 오를 선수들을 기다리는 야구팬들의 위치는 다시말해, '사인 받는 위치'가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위치는 구단버스의 '반대'였기 때문. 출근길이었으면 소위 '제각'이었는데 말이다.

잠시 후..

'사인해 주세요!'라는 요청에..

두산 포수 이흥련이..

성실히 사인에 응했고..

또 다른 한편에서도..

사인요청에 응하는 선수가 목격됐으니..

'즉시 전력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산 내야수 '송승환'이었다. 두산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안전기원제'를 올리고 원정길에 오른 까닭에 "빨리 쉬고 싶은" 퇴근길이었음에도 송승환은 최대한의 시간을 할애해 사인요청에 성실히 응했다.

사실_

퇴근길 선수들의 사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야구팬들의 '질서의식'이었다.

'약속된 선을 넘지 않겠다'는..

'약속된 선을 지키겠다'는..

대한민국 야구팬들의..

'질서의식'이었다.

그런 이유일까_

선수들의 이동은 원활했고..

현장정리 역시..

채 1-2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수월했다.

바리게이트 또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며 깨끗한 뒷처리가 가능했다.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_

선수들은 팬들을 향해..

서로의 '예의'를 갖추는 모습, 실로 훈훈한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귓전에 계속 남았다. "(비록)사인을 못받아도 서운해 하지 말자"는 두 중학생 친구의 '굳건한 약속' 그건,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프로야구문화의 선진적 진화였다. 지난 16일 오후, 키움과 두산의 고척돔이었다.

강명호 기자 kangmh@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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