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마지막 시즌 앞둔 삼성 김한수 감독

-지난 2년간 초반 30경기 부진, 중반 이후 상승세에도 가을야구 탈락

-삼성 역사에 4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는 없었다…중요한 올 시즌

-막강 외국인 투수 듀오 가세, 초반 질주로 포스트시즌 오를까

삼성 외국인 투수 듀오 헤일리와 맥과이어. 지난 2시즌 삼성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 외국인 투수 듀오 헤일리와 맥과이어. 지난 2시즌 삼성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흔히 프로야구를 마라톤에 비유한다. 한 시즌 144경기 초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야구에선, 초반 스타트가 약간 늦어도 얼마든 만회할 기회가 있다.

일례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현 키움)은 초반 30경기까지 리그 7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7시즌에도 초반 하위권에 머물던 롯데가 막판 스퍼트로 리그 3위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뒤쳐지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따라잡을 기회가 주어지는 법이다. 남들이 다 반환점을 지날 때까지 출발지점에 넘어져 있어선 곤란하다. 경쟁자들과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져 버리면, 나중에 아무리 빨리 뛰어봐야 회복하기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악몽 같은 초반 30경기 보낸 삼성

삼성은 지난 2년간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단 각오가 강하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은 지난 2년간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단 각오가 강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한수 감독이 부임한 2017시즌 이후, 삼성 라이온즈는 2년 연속 극심한 초반 부진을 겪었다. 특히 2017시즌 초반 부진이 심각했다. 그해 개막전부터 5월 5일까지 첫 30경기 동안 삼성은 5승 2무 23패 승률 0.179에 그쳤다. 10개 팀 가운데 최하위. 1위 KIA와 15게임 차에 공동 8위 한화-KT와 게임 차도 7경기에 달했다.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첫 30경기에서 5승을 거두는 데 그친 팀은 삼성이 처음이었다. 프로 원년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을 전지훈련 목표로 내걸고, 방송 해설자에게 ‘삼미가 없다면 웃을 일이 없지요’라는 말을 듣던 삼미 슈퍼스타즈도 첫 30경기에선 9승 21패로 삼성보다 잘했다.

IMF 사태를 직격으로 맞은 1999년 쌍방울(시즌 0.224)도 첫 30경기 성적은 8승 2무 20패였다. 야구 못하는 팀의 전설로 남은 2002년 롯데(0.265)도 첫 30경기에선 11승 1무 18패로 ‘선전’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렁을 경험한 삼성은 이후 114경기에서 50승 3무 61패로 초반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미 까마득하게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해 삼성은 55승 5무 84패 승률 0.396으로 리그 9위에 그쳤다. 그나마 KT 덕분에 꼴찌를 면한게 위안 아닌 위안거리였다.

FA(자유계약선수) 대어 강민호를 영입하고, 외국인 투수 둘을 교체한 2018시즌엔 좀 달라졌을까. 2017시즌보다는 좀 나았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뒤쳐지는 건 여전했다. 첫 30경기 성적이 10승 20패 승률 0.333로 리그 10위.

이후 114경기에선 58승 4무 52패 승률 0.527로 해당기간 4위의 성적을 냈지만, 초반 열세를 만회하기엔 부족했다. 삼성은 막판 선전에도 최종 순위 6위에 그치며 또 한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6시즌부터 세 시즌연속 가을야구 탈락 행진. 삼성이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건 ‘암흑기’였던 1994~96년 이후 처음이다.

헤일리-맥과이어, 막강 외국인 원투펀치…초반 부진 더는 없다

외국인 투수들이 잘 버텨주면 영건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삼성의 기대주 원태인과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외국인 투수들이 잘 버텨주면 영건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삼성의 기대주 원태인과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이제 2019시즌, 김한수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올 시즌 결과에 따라 감독 개인은 물론 앞으로 팀의 운명까지 달라질 수 있기에 중요한 시즌이다. 삼성으로서도 창단 이후 첫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다. 올 시즌만큼은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올라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 2년의 초반 부진을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지난 2년간 삼성의 초반 부진은 마운드 붕괴, 특히 외국인 투수 부진에서 비롯했다. 2017시즌엔 에이스로 기대하고 데려온 앤서니 레나도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터졌다. 결국 시즌 초반을 재크 페트릭 하나로 버텨야 했다.

마의 첫 30경기 동안 장원삼(1승 2패 평균자책 8.84), 최충연(5선발 무승 3패 12.15), 우규민(1패 평균자책 5.25) 등 국내 선발진은 전혀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유일한 외국인 투수 재크 페트릭도 7경기 1승 4패 평균자책 4.5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선발 듀오가 앞에서 버텨주고, 그 사이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여기다 장필준(평균자책 7.27), 심창민(평균자책 5.14) 등 불펜까지 부진하면서, 삼성은 첫 30경기에서 팀 평균자책 6.34(10위)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2018시즌 초반에도 문제는 외국인 투수였다. 팀 아델만이 첫 6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 6.09로 부진했고, 리살베르토 보니야도 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 6.54로 제몫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내 에이스였던 윤성환은 1승 3패 평균자책 6.55로 무너졌고, 백정현도 평균자책 5.73으로 좋지 않았다.

2017년과 달랐던 점은 그래도 불펜투수들은 제몫을 해줬다는 것. 최충연(16경기 평균자책 3.00), 심창민(2.60), 장필준(0.00) 등이 나란히 초반 호투를 펼쳤고, 덕분에 선발투수 집단 난조에도 2017시즌보다는 조금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1회부터 무너지는 경기가 많다 보니, 불펜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는 뚜렷했다.

올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 삼성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는 최근 몇 년간은 물론, 삼성 구단 역사를 놓고 봐도 최상급 수준이란 평가가 많다. 저스틴 헤일리는 독특한 투구폼과 뛰어난 무브먼트를 자랑하고, 덱 맥과이어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구위가 압도적이다. 헤일리는 시범경기 KT전 4이닝 5K 1실점, 맥과이어는 LG 상대 5이닝 7K 무실점 호투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아직도 윤성환이 감을 못 찾고 있지만 백정현, 최채흥, 최충연 등 나머지 국내 선발진 구성도 나쁘지 않은 삼성이다. 적어도 지난 시즌 초반처럼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거란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선발투수가 앞에서 잘 버텨주면, 뒤에 나오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시범경기 기간 이수민, 홍정우, 이승현, 문용익 등 젊은 투수들이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중이다. 최지광과 신인 원태인도 2차례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2년과는 전혀 다른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한 삼성이다.

타선 역시 지난 시즌보다 더 업그레이드했다. 김헌곤, 다린 러프, 박해민, 강민호, 이원석 등 주전 야수들이 시범경기 기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백업포수를 놓고 경쟁할 김민수, 김도환도 시범경기 활약이 좋다. 이적생 김동엽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며, 신예 이학주는 공수에서 큰 활약이 기대된다. 이학주 가세로 수비진이 탄탄해진 만큼, 실점을 줄이는 효과도 예상된다.

김한수 감독은 캠프 기간 “포스트시즌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지난 2년의 초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2시즌 연속 부진에도 구단은 큰 동요 없이, 현장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올 시즌마저 초반부터 크게 뒤쳐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탄력을 받아 기대 이상의 결과도 바라볼 수 있다. 올 시즌 삼성의 초반 30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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