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올 시즌 4·5선발은 임기영과 김기훈
-‘경력직’ 4선발 임기영 “방심하다간 바로 자리 뺏긴다.”
-‘신입’ 5선발 김기훈 “첫 시범경기 등판 불만족, 정규시즌 땐 달라지겠다.”
-김기훈 향한 김기태 감독의 믿음 “부상 아니면 꾸준한 선발 기회 준다.”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왼쪽)과 김기훈(오른쪽)은 올 시즌 팀의 4·5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사진=KIA)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왼쪽)과 김기훈(오른쪽)은 올 시즌 팀의 4·5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사진=KIA)


[엠스플뉴스=고척]

올 시즌 개막을 앞둔 KIA 타이거즈의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고 있다. 특히 고민이 많았던 선발 마운드 로테이션도 확정됐다. 굳건한 1~3선발 뒤를 받쳐줄 4·5선발의 주인공들은 바로 투수 임기영과 김기훈이다.

올 시즌 KIA 1~3선발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와 조 윌랜드는 스프링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수준 높은 투구로 눈길을 끌었다. ‘대 투수’ 양현종도 몸 상태를 순조롭게 끌어 올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4·5선발이었다. 캠프부터 나머지 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유력 4선발이었던 한승혁이 부상으로 중도 이탈하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결국, 4·5선발 경쟁의 승자는 임기영과 김기훈이었다.

‘경력직’ 임기영 “아직도 긴장 모드, 방심하다간 자리 빼앗긴다.”

스프링 캠프 초반 부진에 빠졌던 임기영은 캠프 막판 반등하며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사진=KIA)
스프링 캠프 초반 부진에 빠졌던 임기영은 캠프 막판 반등하며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사진=KIA)

먼저 임기영은 캠프 초반 컨디션 난조에 빠졌지만, 갈수록 구위가 올라오며 코치진의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2년 전부터 꾸준히 선발 등판 경험을 쌓은 ‘경력직’이라는 점도 임기영의 플러스 요인이었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1선발부터 3선발까진 문제가 없는데 4·5선발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임)기영이가 선발 경험이 충분하고 구위 자체도 괜찮다. 지난해엔 속구 구속과 체인지업 각도가 안 좋았다. 지금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고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기영은 3월 14일 광주 KT WIZ전에서 시범경기에 첫 등판해 4.1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4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임기영은 5회에만 2사사구 1피안타와 더불어 수비 실책으로 3실점을 허용했지만, 그 전까지 등판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임기영은 20일 팀의 마지막 시범경기 일정인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최종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게 선발 마운드에서 시즌을 출발하지만, 임기영은 여전히 ‘긴장 모드’다. 언제 선발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상황인 까닭이다. 19일 만난 임기영은 몸 상태는 거의 다 올라왔다. (선발 경쟁이) 끝났다고 생각 안 하고 계속 긴장해야 할 듯싶다. 다른 투수들의 공이 정말 좋기에 방심하면 바로 자리를 뺏길 분위기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힘이 아닌 투구 밸런스에 집중하자 실마리가 보였다. 임기영은 캠프 초반엔 마음이 급했다. 경쟁이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너무 많았다. 투구 밸런스를 신경 안 쓰고 힘으로만 던지다 보니까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 이후로 투구 밸런스에 집중했고, 코치님도 잘 도와주셔서 구위가 괜찮아졌다며 고갤 끄덕였다.

‘신입’ 김기훈, 부상 아니면 꾸준한 선발 기회 보장받는다

시범경기 첫 등판 결과의 아쉬움은 정규시즌 때 씻겠단 김기훈의 각오다(사진=KIA)
시범경기 첫 등판 결과의 아쉬움은 정규시즌 때 씻겠단 김기훈의 각오다(사진=KIA)

5선발은 신예의 패기가 느껴지는 신인 좌완 투수 김기훈이 맡는다. 캠프 초반엔 불펜 진입이 유력했지만, 김기훈은 팀 사정상 시즌 초반부터 선발의 중책을 맡게 됐다. 김기훈은 3월 19일 고척 키움전에 첫 시범경기 마운드에 올라 4이닝 3피안타 4탈삼진 5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김기훈의 총 투구 수는 81구로 속구(65개) 최고 구속은 144km/h였다.

볼넷 숫자에서 보듯 김기훈은 경기 초반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이날 등판을 마친 뒤 만난 김기훈은 적극적으로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1회부터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볼이 많이 나오니까 내용도 안 좋았다. 경기 내내 투구 밸런스를 되찾는데 신경 썼다. 4회엔 다시 밸런스가 좋아지며 내용도 괜찮아졌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입단 뒤 공식 경기 등판에서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경험한 건 소득이었다. 김기훈은 KIA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공을 마운드 위에서 던진 날이다. 투구 체력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100구까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 투구 내용은 불만족스럽지만, 잘 준비해 정규시즌 땐 좋은 결과를 꼭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인 투수에게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기는 만큼 벤치에선 김기훈을 ‘팍팍’ 밀어줄 계획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김기훈이 안 아프고 좋은 경험을 계속 쌓으면 좋겠다. 생각대로 안 될 때도 있을 거고, 안타와 홈런도 맞아야 한다. 팬들이 많은 곳에서도 던질 텐데 정신력이 좋은 듯싶어 걱정은 없다. 부상이 아닌 이상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선발 등판 기회를 김기훈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KIA는 스프링 캠프 동안 구멍 메우기 과제에 골몰했다. 3루수 최원준·마무리 김윤동·셋업맨 하준영 등 젊은 선수들의 도약이 돋보이는 최근 팀 분위기에서 4·5선발마저 잘 자리 잡는다면 시즌 초반부터 호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임기영과 김기훈을 향한 벤치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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