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시범경기, SK가 1위-KT는 최하위

-KT, 지난 두 시즌 연속 시범 경기 1위...실제 정규시즌 성적은 최하위권

-역대 시범 경기 꼴찌팀 우승 5차례, 시범 경기 1위 팀 가을야구 탈락도 17차례나

-시범 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 상관계수는 0에 가까워...아무 상관관계 없다

2019 시범경기 우승팀 SK 염경엽 감독과 시범경기 꼴찌 KT 이강철 감독. 그러나 실제 시즌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사진=엠스플뉴스)
2019 시범경기 우승팀 SK 염경엽 감독과 시범경기 꼴찌 KT 이강철 감독. 그러나 실제 시즌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T 위즈는 2015시즌 1군 진입 이후 줄곧 시범경기의 강자로 군림했다. 2016시즌 승률 0.667로 1위 삼성(0.688)에 이은 2위에 올랐고, 2017시즌과 2018시즌엔 2년 연속 시범경기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시범경기 성적도 26승 2무 17패 승률 0.605로 KBO리그 모든 프랜차이즈 가운데 1위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엔 다른 결과가 나왔다. KT는 3월 20일 끝난 시범경기 6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무 5패 승률 0.000로 10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19일 LG전 9회말 극적인 동점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패’는 면했지만, 승리까지 챙기진 못했다. 20일 수원 홈경기는 1대 6으로 뒤진 5회초 쏟아진 폭우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취임 이후 아직 ‘승장 인터뷰’ 기회를 갖지 못한 이 감독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시범 경기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시범 경기 성적에 관해 묻자 “아직 이겨보질 못했다. 민망하다”면서도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이어 KT가 작년까지 2년 연속 시범 경기 1위였단 얘길 듣고, 위안으로 삼고 있다. 사실 시범 경기 성적이 너무 좋아도 되레 부담된다고 했다.

시범 경기 최다우승 롯데, 실제 우승은 2회…시범 경기 강자 KT도 해마다 최하위권

KBO리그 역대 프랜차이즈별 시범경기 승률과 우승횟수, 실제 우승횟수 비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BO리그 역대 프랜차이즈별 시범경기 승률과 우승횟수, 실제 우승횟수 비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실제 KBO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시범 경기 성적과 시즌 성적이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83년 첫 공식 시범 경기가 열린 이래 지난 시즌까지 총 36시즌의 시범 경기가 열렸다.

이 가운데 시범 경기 꼴찌 팀이 실제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사례는 총 13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경우도 5차례나 된다. 한편 시범 경기 우승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사례는 총 8차례가 나왔고, 시범 경기에서 1위를 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17번이나 됐다.

역대 시범 경기 최하위팀 포스트시즌 진출 사례

1984 롯데: 시범 경기 0승 5패 -> 후기 1위, 우승

1985 롯데: 시범 경기 0승 1무 4패 -> 후기 2위, 준우승

1988 해태: 시범 경기 0승 2무 3패 -> 전후기 1위, 우승

1989 해태: 시범 경기 1승 1무 4패 -> 시즌 2위, 우승

1990 해태: 시범 경기 0승 1무 4패 -> 시즌 2위, 최종 3위

1994 해태: 시범 경기 2승 5패 -> 시즌 3위, 최종 4위

1996 해태: 시범 경기 1승 1무 4패 -> 시즌 1위, 우승

1997 쌍방울: 시범 경기 1승 8패 -> 시즌 3위, 최종 3위

2005 두산: 시범 경기 2승 2무 9패 -> 시즌 2위, 준우승

2006 한화: 시범 경기 2승 3무 7패 -> 시즌 3위, 준우승

2011 SK: 시범 경기 4승 8패 -> 시즌 3위, 준우승

2012 롯데: 시범 경기 3승 9패 -> 시즌 4위, 최종 4위

2013 삼성: 시범 경기 2승 3무 6패 -> 시즌 1위, 우승

KT 위즈 창단 이후 시범 경기 성적, 시즌 성적

2015 KT: 시범 경기 4승 8패(9위) -> 시즌 10위

2016 KT: 시범 경기 10승 1무 5패(2위) -> 시즌 10위

2017 KT: 시범 경기 7승 1무 3패(1위) -> 시즌 10위

2018 KT: 시범 경기 5승 1패(1위) -> 시즌 9위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KT의 시범 경기 성적만 봐도 이해가 빠르다. 시범경기 2위를 차지한 2016시즌 KT는 정규시즌에서 10위로 최하위에 그쳤다. 시범경기 우승을 거둔 2017시즌에도 실제 시즌 성적은 10위. 2년 연속 시범경기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엔 9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하는 데 그쳤다.

역대 시범 경기 최다 우승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어떨까. 롯데는 역대 36시즌의 시범 경기 가운데 11차례나 우승해,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같은 횟수만큼 우승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시리즈 우승은 단 두 차례 뿐이다. 또 삼미-청보-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역시 통산 시범 경기 승률 0.507에 4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본 게임 때는 우승이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통산 8차례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역대 시범 경기 승률은 0.493에 불과했고, 2000년대 이후의 신흥 강호 SK 와이번스도 시범 경기에선 승률 0.495에 그쳤다. 짧은 역사 동안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현대 유니콘스는 시범 경기에선 승률 0.504에 2차례 1위만 기록했다.

시범 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 ‘0’에 가깝다

2000년 이후 시범경기 승률과 시즌 승률 간의 상관관계(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00년 이후 시범경기 승률과 시즌 승률 간의 상관관계(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시범 경기 성적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엠스플뉴스는 2000년 이후 최근 19시즌 동안 KBO리그 구단들의 시범 경기 승률과 정규시즌 승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상관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약하고, 1에 가까우면 상관관계가 높다고 본다.

분석 결과 시범 경기와 정규시즌의 상관계수는 0.053이 나왔다. 이는 거의 0이나 마찬가지 숫자다. R제곱 값 역시 0.0028에 불과했다. 그만큼 시범 경기 성적과 실제 시즌 때 성적 사이에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정규시즌 때 감독들은 철저하게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한다. 최상의 베스트 라인업을 짜고, 최고의 투수들을 상황에 맞게 기용해 승리를 노린다. 가진 전력을 모두 쏟아가며 온갖 전술과 수단을 동원해 승리를 추구한다. 그래서 정규시즌에선 이기고 지는 결과가 의미 있고 중요하다.

반면 시범 경기는 전혀 다르다. 라인업에는 골수팬조차 처음 보는 선수들이 나오고, 에이스와 주전 타자는 5회 이전에 교체된다. 1점 차에서 결코 기용해선 안 될 투수가 올라오는가 하면, 시즌 때는 퓨처스리그에서 뛰어야 할 선수들이 대거 1군 경기에서 기회를 얻는다. 이런 경기에서 승리와 패배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애초에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범 경기 결과에서 뭔가 의미를 찾기엔 표본도 부족하다. 정규시즌은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선수의 진짜 실력과 각 팀의 선수층, 저력이 드러난다. 프로야구를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팀당 많아야 8경기를 치르는 시범 경기는 각 팀과 선수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만한 샘플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 감독들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한창 시범 경기 연승을 달릴 때 “시범경기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며 경기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시범 경기를 승률 0.714 1위로 마감한 SK 염경엽 감독도 “선발 안정이 가장 큰 소득이다. 투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대된다”며 결과보다 내용을 중시했다.

시범 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KT 이강철 감독 역시 마찬가지. 이 감독은 “시범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며 “중심타선이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갖고 있고 수비도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야수와 투수 모두 앞으로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는 말로 정규시즌에 초점을 맞췄다. 시범 경기 1위 팀도 꼴찌 팀도, 시선은 벌써 시범 경기가 아닌 정규시즌에 맞춰져 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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