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새 야구장 명칭 논란, 시의회가 시민 결정 뒤엎은 것”

-“시의원 말대로 악법도 법이라면 독약도 약인가?”

-“명칭 논란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토호주의의 발호’ 때문”

-“NC가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이었어도 지금처럼 압박했을까”

-“프로야구단은 정부와 지자체를 대신해 시민에게 즐거움과 여가생활을 제공하는 고마운 곳. 프로구단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새 시즌이 시작하지만,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 명칭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사진=NC)
새 시즌이 시작하지만,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 명칭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사진=NC)

관련기사

창원시의회 위원장 “국회에서 법 정하면 악법도 법, 욕하는 건 대부분 진보 쪽 사람”

[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죠?”

3월 21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자신을 “부경 야구팬”이라고 소개했다. “부경 야구팬이요?”라고 되묻자 그는 “부산 롯데 자이언츠를 첫 번째로, NC 다이노스를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야구팬”이라고 자신을 재차 소개한 뒤 “20일 엠스플뉴스 기사를 보고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전화를 걸게 됐다”고 말했다.

전화를 건 이는 ‘부·경 야구팬’이자 더불어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인 이상호 씨였다. 이 위원장은 창원 NC 파크’ 구장명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야구팬으로서 ‘이건 아니지’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NC 새 야구장 명칭과 관련해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사람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는 20일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자 6선 의원인 자유한국당 손태화 시의원과의 인터뷰(창원시의회 위원장 “국회에서 법 정하면 악법도 법, 욕하는 건 대부분 진보 쪽 사람”)를 보도한 바 있다.

NC 새 야구장 명칭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는 취지에서 이번엔 이상호 위원장의 인터뷰를 싣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NC 새 야구장 명칭 논란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토호주의의 발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창원시의원의 주장대로 '악법도 법'이라면 '독약도 약'이냐고 반문했다.


“NC 새 야구장 논란, 시의회가 시민 결정을 뒤엎은 것. ‘악법도 법이라면 독약도 약인가’ 묻고 싶다.”

3월 20일 엠스플뉴스는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손태화 시의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사진=엠스플뉴스)
3월 20일 엠스플뉴스는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손태화 시의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일 엠스플뉴스 기사를 보고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전화를 걸게 됐다”고 했습니다. 어떤 기사를 말하는 겁니까.

[창원시의회 위원장 “국회에서 법 정하면 악법도 법, 욕하는 건 대부분 진보 쪽 사람”]이라는 기사에요. 그걸 읽고서 야구팬으로서 ‘이건 아니지 싶어’ 전화하게 됐습니다.

어떤 부분이 아니지 싶었습니까?

야구팬으로서 NC 다이노스 새 구장명 공론화 과정을 지켜봐왔어요. 우선 NC 새 야구장 명칭권은 구단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과 시의원들이 참여한 ‘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숙의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구장명이 ‘창원 NC 파크’였습니다. 맞지요?

과정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후 어떻게 됐습니까. 갑자기 창원시의회에서 구단, 창원시, 시민들이 고민 끝에 도출한 구장명을 ‘창원 NC 파크 마산야구장’으로 바꿔버렸어요.

창원시의회가 조례를 통해 그렇게 확정했지요.

자, 구단과 시 그리고 시민이 고민 끝에 도출한 구장명을 시의회가 한순간에 바꿨다면 최소한 시의회는 왜 바꿨는지 그 사유를 ‘고민했던 주체들’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 손태화 기획행정위원장님이 엠스플뉴스 인터뷰에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구장명칭선정위원회‘는 시장의 자문기구일 뿐이고, 시와 구단이 아무리 협의해도 최종 결정은 시의회가 한다.” 심지어는 “시민 의견은 ‘A’인데 내(의원)가 ‘B’로 표결해도 그거는 내 자유다. 왜? 시민들이 나한테 그런 권한을 준거니까”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네.

제가 충격을 받은 건 그다음 말씀이셨어요. 손 위원장님이 “국회에서 법을 정하면 악법도 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악법도 법이니까 시의회가 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네.

전 그분께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악법도 법이면 독약도 약이냐고요?

악법도 법이면 독약도 약이냐?

헌법 제1조 1항에 보시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화국’이란 나라의 권위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입니다. 국가 주체인 국민 개개인의 의사로 이뤄진 나라가 바로 민주공화국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야구계와 지역사회로부터 “최고의 야구장”이란 평가를 받는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사진=NC)
야구계와 지역사회로부터 “최고의 야구장”이란 평가를 받는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사진=NC)

계속 말씀하시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국민이 ‘법을 정하는 권한’을 의회에 송두리째 맡긴 게 아니라 그 권한을 의회에 편의상 위임했다는 겁니다. 대의민주주의 발전 여부를 따지는 척도가 ‘국민들의 의사를 의회가 얼마만큼 잘 반영하는가’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악법도 법’이라니요? ‘시의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의결한 사항들을 어떻게 다 국민들에게 설명하다’니요? 손 위원장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언을 한 겁니다. 창원 의회민주주의가 낙후됐다는 걸 시의원 스스로가 전국 방방곡곡에 홍보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의회 권한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말한 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 뭔지 아십니까.

뭡니까.

국민과 시민 의사가 빠진 ‘그들만의 결정’이에요.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시의회의 기본 임무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 임무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권한만 강조한다는 건 시의회가 시민 위에 군림한다는 걸 시의회가 자인하는 행위입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악법도 법이니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면 그건 ‘독약도 약이니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독입니다. 독약을 그만 살포해주시기 바랍니다.

“NC 새 야구장은 ‘진보-보수 프레임’과는 상관 없어. ‘상식과 비상식, 민주주의와 토호주의의 대결일 뿐”

이상호 위원장은 “정치가 야구장 명칭 논란에 왜 개입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정치가 도움을 줘야할 부분은 야구장과 구단 발전”이라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상호 위원장은 “정치가 야구장 명칭 논란에 왜 개입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정치가 도움을 줘야할 부분은 야구장과 구단 발전”이라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창원시의회는 “104년 역사의 마산야구를 기념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창원 NC 파크 마산야구장’의 당위성을 설명했는데요.

저도 과거 마산구장까지 찾아와 롯데 야구를 응원했던 사람입니다. 분명 마산야구는 대한민국 야구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마산 역시 경남에서 큰 몫을 담당했던 역사적이고도 자랑스런 도시입니다. 그러나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된 지 이제 10년이 돼 갑니다. 시민들과 NC 구단이 ‘창원 NC 파크’로 새 구장명을 지은 것도 이 자랑스러운 도시의 통합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구장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예요.

실제 NC의 입장이 그렇습니다.

만약 창원시의회가 부득이 ‘창원 NC 파크 마산야구장’이란 구장명을 써야한다고 했다면 ‘104년 역사의 마산야구’ 이외 다른 설명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게 많은 시민과 야구계의 반발을 불러온 큰 이유라고 봅니다.

기사가 나간 뒤 적지 않은 분이 “야구장 명칭 논의에 진보가 어딨고, 보수가 어딨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NC 새 야구장 명칭 논의에 정치적 논리와 ‘진보-보수 프레임’이 개입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개입된 게 있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토호주의’입니다.

토호주의요?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지역 이기주의’라 함은 지역민들이 자기네 지역만의 이익을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해 뭔가를 고수하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NC 새 야구장 명칭 논란을 보면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아예 빠져 있어요. 오히려 지역민들은 시의회를 가리켜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해 ‘지역 토호세력들이 그들의 논리와 이익을 위해 새 야구장명을 좌지우지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만약 프레임이 있다면 ‘상식과 비상식의 프레임’ ‘민주주의와 토호주의 대결’이라고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야구단은 정부와 지자체를 대신해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여가생활을 제공하는 고마운 곳. 프로구단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106만 창원시민과 함께 100만 관중 달성을 염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인다. 이 위원장은 “창원시의회가 정작 집중해야할 건 구장 명칭이 아니라 ‘100만 관중’”이라고 강조했다. “내 고장의 프로야구단이 잘 돼야 구장 이름도 빛나지 않겠느냐”라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사진=NC)
‘106만 창원시민과 함께 100만 관중 달성을 염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인다. 이 위원장은 “창원시의회가 정작 집중해야할 건 구장 명칭이 아니라 ‘100만 관중’”이라고 강조했다. “내 고장의 프로야구단이 잘 돼야 구장 이름도 빛나지 않겠느냐”라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사진=NC)

NC 새 야구장 명칭, 어떻게 결정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NC 새 야구장 명칭 사용권은 구단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창원은 시민과 시의원이 참여한 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꾸렸고, 여러 달의 논의 끝에 구장명을 ‘창원 NC 파크’로 선정했습니다. 시의회에서 이런 결정을, 임시회를 열어 엎어놨다는 건 창원시의회가 더는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아니란 걸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시민과 구단이 결정한 ‘창원 NC 파크’를 써야 한다고 봅니다. 아, 그리고.

네.

만약 NC가 삼성, 현대, LG처럼 대기업이었어도 창원시의회가 이렇게 구단을 압박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에요. 하지만, NC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요 게임 기업입니다. 다른 대기업에 견줘 모자랄 게 없는 기업이에요. 창원시의회는 NC 다이노스를 단순 프로야구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NC 다이노스를 기업으로 판단한다면 이런 식의 갑질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겁니다.

프로야구단을 기업으로 생각하라?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가 뭡니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거 아닙니까. 창원시의회는 가슴에 손을 얹고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최근 대전시가 새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한번 구장 명칭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로야구단은 정부와 지자체를 대신해 국민과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여가생활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지 못하는 걸 대신해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겸허한 자세로 존중의 뜻을 나타내야 할 곳은 구단이 아니라 지자체와 시의회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구단이 자신들이 사용할 구장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놔둬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해도 지역명이 빠질 일은 없습니다. 최근 지어진 새 야구장 보면 예외 없이 지역명이 들어가요. 구단에 결정권을 줘도 상식에 벗어난 작명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확신을 공유하는 게 바로 파트너 정신 아닐까요?

이근승, 박동희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관련기사

창원시의회 위원장 “국회에서 법 정하면 악법도 법, 욕하는 건 대부분 진보 쪽 사람”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