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NC파크 전광판에 표시된 루친스키의 투구 데이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창원NC파크 전광판에 표시된 루친스키의 투구 데이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창원]

3월 23일 문을 연 창원NC파크는 ‘메이저리그급’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야구장 들어가는 입구부터 야구공 모형 조형물과 분수대가 입장객을 반긴다. NC 역사가 담긴 야구전시관, 시민들을 위한 공원시설, 야외풀장, 산책로도 있다. 외야쪽 전광판에는 레이더로 측정한 투구 구속과 회전수, 타자 발사각도까지 보여준다.

이런 창원NC파크에 24일 스릴 만점 롤러코스터까지 등장했다. 이날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드류 루친스키가 이리저리 널뛰는 피칭으로 지켜보는 이들에게 청룡열차 체험을 선사했다.

루친스키는 시원시원한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다가, 어느 순간엔 스티브 블래스가 된 것처럼 볼을 연발했다. 4사구를 7개나 내주면서도 점수는 1점만 허용하며 진땀을 쏙 뺐다.

구위 하나는 뛰어났다. 1회부터 최고 150km/h에 달하는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투심, 140km/h 초반대 커터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1회 선두 박해민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상대로는 공격적 피칭으로 빠른 승부를 펼치며 실점을 면했다. 2회에도 적은 투구수로 삼자범퇴, 초반에는 모노레일처럼 편안한 운행을 선보인 루친스키다.

그러나 3회부터 롤러코스터를 가동했다. 이학주 상대로 0-2의 유리한 카운드에서 4구 연속 볼, 김상수 상대로도 4구 연속 볼을 던져 무사 1, 2루가 됐다. 번트자세를 취한 박해민 상대로도 초구 볼, 9구 연속 볼을 던졌다. 잠시 스티브 블래스에 빙의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나긴 볼의 행진은 박해민의 투수앞 희생번트로 겨우겨우 끝이 났다.

5회에도 다시 롤러코스터가 수직 하강을 시작했다. 1사 1루에서 이학주 타석. 0-2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쪽 커터가 빗나가면서 몸에 맞는 볼을 내줬고, 2사후엔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구자욱 상대 초구 슬라이더가 또 빠지면서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 이날 경기 선취점을 허용했다(0대 1).

루친스키는 팀이 2대 1 역전에 성공한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러나 다린 러프를 상대로 4구 연속 볼을 던져 이날 경기 7번째 4사구를 허용했다. 스트라이크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이 아닌, 완전히 빠지는 볼을 계속 던졌다. 결국 NC 벤치가 투수교체를 결단하며 이날 루친스키의 임무는 끝났다. 5이닝 1피안타 5볼넷 2몸에맞는볼 1실점. 후속 박진우와 장현식이 실점 없이 6회를 막아낸 덕분에, 루친스키의 자책점은 1점에서 변동이 없었다.

운도 따랐다. 3회 1사 2, 3루에선 1루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모창민이 잘 건져내 더블아웃을 잡았다. 만약 빠져나갔다면 2타점 2루타가 될 법한 타구였다. 5회 2사 만루에서도 이원석의 3루수쪽 타구가 라인드라이브 아웃이 되며 위기 탈출. 6회 강판된 뒤엔 3유간 좋은 코스 타구를 잡아낸 3루수 지석훈, 1루쪽에서 나온 모창민의 호수비로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날 4사구 7개를 내주긴 했지만, 루친스키는 원래 제구가 나쁜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9이닝당 볼넷 3.31개로 나쁘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고, 트리플 A에서도 9이닝당 볼넷은 2.16개였다. 하지만 이날 데뷔전에서는 순간순간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많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전날 개막전에서 에디 버틀러의 역투로 올 시즌 외국인 투수 활약에 기대감이 커진 NC다. 버틀러에 이어 루친스키까지 에이스급 피칭을 해준다면, 과거 찰리 쉬렉-에릭 해커에 버금가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할 수 있다. 이날 위력적 구위는 확인한 만큼, 남은 시즌 스트라이크존 적응과 제구 안정이 숙제로 남은 루친스키다. 볼거리 많은 새 야구장 창원NC파크에 롤러코스터는 필요치 않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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