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용택, 개막 시리즈 2경기 연속 멀티 히트 활약
-“타격 자세 변화는 NO, 안타보다 팀 배팅이 더 중요”
-“2번 타순 기용? 나는 이제 1번이든 9번이든 상관없다.”
-“2년 뒤 은퇴 결정하니 개인 기록 미련 버렸다. 팀과 우승만 생각할 것”

여전히 검게 그을린 박용택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비시즌과 스프링 캠프에서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개막 시리즈에서 타격 도사의 활약을 보여준 박용택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여전히 검게 그을린 박용택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비시즌과 스프링 캠프에서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개막 시리즈에서 타격 도사의 활약을 보여준 박용택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이제 완전히 득도한 느낌이다. 야구 도사가 욕심을 버리고 무심의 세계로 들어가니 생긴 일이다. 물론 LG 트윈스 박용택은 기록의 사나이다. 하지만, ‘예고 은퇴’를 결정한 뒤 박용택은 ‘개인’과 ‘기록’을 완전히 버렸다. 개막전을 기분 좋게 치른 박용택은 이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용택은 3월 23일과 24일 열린 개막 광주 원정 2연전에서 7타수 4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 1도루로 팀의 2연승에 이바지했다. 특히 3월 24일 KIA 타이거즈전(9대 3 승리)에서 박용택은 팀이 1대 0으로 앞선 1회 초 상대 선발 투수 제이콥 터너를 흔들리게 한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후 LG 타선은 터너를 손쉽게 공략하며 3회까지만 8득점을 얻었다. 박용택의 적시타가 팀 타선 기폭제로 작용한 셈이었다.
“안타보단 팀 배팅, 이제 타격 자세 변화는 없다.”

박용택은 이제 안타 몇 개를 더 날리는 것보단 팀 배팅에만 오로지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LG)
박용택은 이제 안타 몇 개를 더 날리는 것보단 팀 배팅에만 오로지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LG)

개막전에서 쾌조의 출발은 분명히 박용택에게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박용택은 시즌 초반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 작성을 앞두고 슬럼프를 겪었다. ‘나이를 향한 주변의 선입견’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박용택은 원래 예상했던 기간보다 더 긴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당시 박용택도 “해마다 겪는 일상적인 슬럼프였는데 나 자신도 처음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품었단 게 달랐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었다.
다행히 올 시즌은 시작부터 상쾌했다. 3월 24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박용택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호쾌한 웃음도, 덤덤한 무표정도 아닌 붓다의 자애로운 미소에 더 가까웠다.
개막 시리즈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시즌 초반에 잘 풀리면 쉽게 나아가는데 2연승은 정말 좋은 결과다. 기분 좋게 시작한 느낌이다. 사실 개막 2연전을 한 뒤에 이렇다 저렇다 크게 얘기할 건 없다. 처음에 시작이 안 좋으면 피곤하고 고민도 많아지는데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스윙 보여줬다. 박용택의 말이다.
박용택은 해마다 타격 자세를 조금씩 바꾸는 ‘타격 장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엔 큰 타격 자세 수정이 없었다. 박용택은 타격 자세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바꾼 건 거의 없다. 개인적인 욕심 없이 그저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안타를 몇 개 더 날리는 건 신경 안 쓴다.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하고 있다며 고갤 끄덕였다.
해탈한 박용택 “개인 기록은 마음속 깊이 내려놨다.”

박용택의 잔잔한 미소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며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사진=LG)
박용택의 잔잔한 미소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며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사진=LG)

LG 류중일 감독은 시즌 돌입 전 박용택을 ‘지명타자 6번 타순’에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불혹이 넘어간 박용택의 체력 안배를 고려한 류 감독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상황에 따라 박용택을 다시 2번 타순으로 올릴 여지도 남겼다. 류 감독은 “2번 타순에 들어갈 오지환의 타격감에 따라 박용택을 다시 상위 타순으로 올릴 수도 있다. 2,000안타를 넘게 친 기술적인 타자기에 어떤 자리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해줄 베테랑”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록’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박용택도 상위 타순에 나서는 상황이 좋다. 과거에도 박용택은 1번이나 2번 타순을 선호했다. 하지만, 박용택은 “감독님께서 2번 타순 기용을 얘기하셨는데 나는 이제 1번이든 9번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며 고갤 내저었다.
이처럼 ‘개인 기록’을 향한 박용택의 미련이 없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예고 은퇴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박용택은 올해 1월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으며 2년 뒤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사상 최초 통산 3,000안타를 향한 욕심까지 내비쳤던 박용택은 이제 ‘개인’과 ‘기록’을 모두 머릿속에서 버렸다.
은퇴 시점이 정해진 뒤 개막전을 뛰니까 마음이 비워진 느낌이다. 오히려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하다. 선수 생활하면서도 이런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와! 이런 느낌이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다. 이 정도로 내려놓기가 참 쉽지 않은데. 이제 개인 기록은 완전히 마음속 깊이 내려놨다. 오로지 팀과 우승만 바라보고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 해탈을 경험한 듯한 박용택의 말이다.
LG는 3월 26일부터 공동 선두에 오른 SK 와이번스 문학 원정 3연전을 펼친다. 이어 29일부턴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홈 개막 3연전을 소화한다. LG가 개막 시리즈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타선이 강력한 난적 SK와 롯데를 넘어서야 한다.
박용택은 “선수단 분위기가 최고다. 우선 이기면 좋고 지면 안 좋은 거니까(웃음). 개막전에선 명품 투수전, 다음 날엔 타격전으로 승리했다. 완벽한 흐름이다. 무엇보다 먼 곳까지 직접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신 LG 팬들에게 감사하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 다행이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데 이 흐름을 유지해 LG 팬들이 더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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