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하준영, 개막전 호투로 차세대 셋업맨 기대
-“개막전임에도 긴장이 안 됐다.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느꼈다.”
-“구속 증가 비결은 먹고 또 먹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셋업맨 보직 욕심 없다, 안 다치고 시즌 완주가 먼저”

호리호리한 체형인 하준영은 체중 증량을 위해 평소보다 먹는 양을 늘렸다. 그 노력은 구속 증가로 이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호리호리한 체형인 하준영은 체중 증량을 위해 평소보다 먹는 양을 늘렸다. 그 노력은 구속 증가로 이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KIA 타이거즈의 개막전 시리즈는 엇박자 그 자체였다. 첫날 ‘대투수’ 양현종이 6이닝 1실점으로 버텼지만, 팀 타선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다음 날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는 경기 초반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며 승기를 내줬다. 그나마 KIA가 쓴웃음이라도 지을 수 있었던 건 ‘프로 2년 차’ 좌완 투수 하준영의 호투 덕분이었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일찌감치 하준영은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속구 구위 자체가 달라진 까닭이었다. 구단도 올 시즌 좌완 불펜 육성이 절실했기에 하준영을 유심히 지켜봤다. 최근 팀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심동섭(공익근무요원)과 임기준(어깨 재활)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하준영이 손꼽혔다.

물론 실전 등판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건이었다. 그간 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잘 치르다 정규시즌에만 들어서면 달라지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인 까닭이었다. 다행히 하준영은 그런 흔한 사례가 아니었다. 하준영은 3월 23일 리그 개막전인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8회 초 1사 2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1.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았다. 오지환과 김현수를 각각 헛스윙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잡은 하준영은 9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우타자 토미 조셉과 채은성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 초 2사 뒤 하준연은 박용택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마무리 김윤동이 등판해 윤진호를 2루 땅볼로 막으며 하준영의 실점을 막았다.

비록 팀은 타선 침묵으로 0대 2 패배를 당했지만, KIA 벤치는 하준영의 호투로 마음을 달랬다. KIA 김기태 감독은 “하준영이 정말 잘 던져줬다. 지난해와 비교해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생겼다. 캠프부터 계속 성실하게 운동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좌타자와 우타자 상관없이 마무리 김윤동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분위기”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먹고 또 먹고 4kg 증량’ 하준영의 구속 향상 비결

지난해 140km/h 언저리에 머물렀던 하준영의 구속은 올 시즌 140km/h 중반대까지 상승했다. 올 시즌 팀 셋업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사진=KIA)
지난해 140km/h 언저리에 머물렀던 하준영의 구속은 올 시즌 140km/h 중반대까지 상승했다. 올 시즌 팀 셋업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사진=KIA)

3월 24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하준영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하준영은 지난해 1군 경험을 해봤고, 시범경기 때도 공을 많이 던져보니까 개막전임에도 긴장이 안 됐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저절로 생길 만큼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준비한 만큼 내 공을 제대로 보여줄 자신감이 있었다며 고갤 끄덕였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것도 하준영의 큰 장점이다. 하준영은 “김현수 선배님과 박용택 선배님을 상대할 땐 조금 긴장했다. 다행히 운 좋게 막을 수 있었다. 나는 오히려 체인지업 구사가 편하기에 우타자를 상대로 더 자신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등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준영이 지난해와 달라진 공을 보여주는 건 ‘구속 증가’ 덕분이다. 그 구속 증가의 비결은 바로 ‘체중 증량’이었다. 지난해보다 4kg 정도 체중이 늘어난 하준영은 이를 유지하고자 하루 세 끼 이상과 야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정말 열심히 먹었다(웃음). 안 먹으면 바로 체중이 줄어드는 체질이라 예전보다 2~3배는 더 먹는 듯싶다. 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며 하체 힘을 길렀다. 그래서 구속이 140km/h 중반대까지 올랐다. 또 투구 자세 변화보단 조금 더 앞에서 공을 놓자고 생각하니 속구와 변화구 모두 다 좋아졌다. 하준영의 말이다.

하준영은 캠프 동안 총 600구 이상의 공을 던지며 구위를 끌어 올렸다.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KIA 강상수 투수 총괄코치도 하준영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강 코치는 “(하준영은) 원래부터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질이 있는 투수다. 우선 지난해 1군 경험이 쌓였고, 입단 뒤 1년 동안 프로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효과가 나오는 거다. 이대로라면 셋업맨 역할을 잘 맡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준영은 2년 전 신인 지명(2018 신인 2차 지명 2라운드 전체 16순위) 당시 ‘제2의 정우람’이 될 수 있단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데뷔 첫 시즌에서 하준영은 15경기 등판(14.2이닝) 평균자책 9.20에 그쳤다. 지명 당시 평가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프로 2년 차’인 올 시즌이 중요해졌다. 하준영은 올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병역 문제도 결정할 계획이다.

하준영은 학창 시절엔 대부분 선발 투수로서 공을 던졌는데 아직 프로 무대에선 투구 체력이 부족한 듯싶다. 보직 욕심은 없다. 아직 어린 나이니까 감독님의 주문대로 공 한 개라도 열심히 던지겠다. 다치지 않고 올 시즌을 완주하는 게 먼저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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