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3년 만에 1군 마운드 돌아온 두산 윤명준

-상무에서 2년간 어깨 통증으로 공백기, 겨우내 잘 준비해 1군 진입 성공

-고대 동기 박세혁 향한 감사와 격려, 문승원과는 전화통화하며 응원 주고받아

-“선발과 박치국-함덕주 연결하는 게 내 역할…개인 성적보단 팀 우승이 목표”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1군 마운드에서 연일 호투를 펼치는 윤명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1군 마운드에서 연일 호투를 펼치는 윤명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초반 주축 선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환상적인 수비력과 끈끈한 팀플레이, 그리고 탄탄한 마운드가 상위권 성적의 비결이다.

여기엔 불펜투수들의 공헌도 크다. 박치국-함덕주로 이어지는 승리조의 호투는 물론, 그 앞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윤명준의 호투가 큰 힘이다. 윤명준은 4월 13일 현재 8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9탈삼진 3홀드 평균자책 2.25의 좋은 성적을 내는 중이다. 김강률의 부상 이탈로 생긴 공백을 특유의 커맨드와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윤명준은 군입대 전까지 두산 불펜에서 승리조로 활약했던 투수다. 고려대학교 에이스 출신으로 2012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번 지명으로 입단해 2014시즌 16홀드, 2016시즌 11홀드를 올렸다. 상무에서 보낸 2년 동안은 어깨 통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전역 이후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를 거치면서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아직 윤명준의 구위와 컨디션은 100% 완벽한 단계는 아니다. 2015시즌 평균 142km/h였던 패스트볼 구속이 현재는 139km/h 정도. 입대 전의 구속을 회복하면, 지금보다도 더 위력적인 피칭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벤치의 신뢰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중간계투로 출발해, 이제는 어엿한 승리조로 팀 승리가 달린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날이 많다. 상무 입대 이전까지 윤명준이 있던 바로 그 자리다.

엠스플뉴스는 3년 만에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온 윤명준과 만나, 올 시즌 두산 불펜에서의 활약과 친구 박세혁, 또 다른 동기 문승원과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캠프 때 보니 모든 투수가 다 잘하더라…1군 자리 없을까 걱정”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꾸준히 몸을 만든 윤명준. 지금은 서서히 예전의 구위와 컨디션을 찾는 중이다(사진=두산)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꾸준히 몸을 만든 윤명준. 지금은 서서히 예전의 구위와 컨디션을 찾는 중이다(사진=두산)

3년 만에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왔다. 최근 투구 내용을 보면, 지난 몇년간 고생한 어깨 통증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많이 좋아졌다. 아직 페이스가 덜 올라온 감은 있지만, 전체적인 몸 상태는 괜찮다. 구속도 아직 100%는 아니고,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오프시즌 동안 어떻게 준비했나.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10월에 바로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열흘 정도만 쉬고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두 세달 정도 먼저 시즌 준비를 시작한 셈이다. 어쨌든 군대를 다녀왔고 공백기가 있으니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또 교육리그가 끝날 때쯤에 감이 굉장히 좋았는데, 그걸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잘 이뤄졌다.

상무야구단에선 2년 동안 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전역 당시 구단에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서 1군 합류는 어렵다’ 해서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빠르게 제 모습을 찾은 것 같다.

상무 박치왕 감독님께 죄송할 뿐이다. 상무에 있는 동안에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서 거의 던지지 못했다. 어쨌든 군복무 관련 혜택을 받았고, 상무에 있는 동안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정말 속상했다. 제가 야구를 잘해서 상무에 간 것도 아니고, 거기서 잘 배우고 연마해서 돌아왔어야 하는데 계속 아프기만 했으니까. 박치왕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올 시즌 앞으로 스스로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였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프링캠프에 가서 보니 우리 팀에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캠프에 참가해 봤지만, 모든 투수가 다 좋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다들 잘 던졌고 결과도 좋았아. 그래서 ‘과연 내가 1군에서 던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조바심도 났다.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1군 무대에서 잘 던지고 있다.

그러게.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 중이다. (웃음)

“대학 동기 박세혁, 최고의 포수…문승원 승운 안 따라줘 안타까워”

양의지 후임 박세혁은 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 능력을 자랑하는 수준급 포수다(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 후임 박세혁은 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 능력을 자랑하는 수준급 포수다(사진=엠스플뉴스)

고려대학교 동기인 박세혁이 올 시즌부터 두산 주전 포수가 됐다.

세혁이가 워낙 잘 한다. 대학 때부터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 도움되는 점이 많다. 물론 양의지 형도 좋은 선수지만, 세혁이가 그 빈 자리를 잘 채우고 있으니까. 세혁이한테 고맙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세월이 긴 만큼,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맞다. 원래 포수 사인에 따라 던지는 스타일인데, 세혁이는 내 성향을 워낙 잘 알고 내 공을 많이 받아본 포수라 더 믿고 던질 수 있다. 경기 중에 세혁이한테 혼날 때도 많다.

혼난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아무래도 불펜 투수다 보니까, 중요한 상황에서는 좀 신중하게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게 세혁이 눈에는 좀 안일하게 보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세혁이에게 혼나곤 한다. 그러고 나서는 또 ‘다음 게임 잘 하자’고 격려도 해준다. 그만큼 세혁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전임자 양의지의 그림자가 워낙 짙다 보니, 박세혁도 나름대로 부담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친구로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얼마전에도 NC와 게임을 하는데, 기사 같은걸 보면 뭔가 세혁이가 의지형과 비교당하는 느낌이 들더라. 그전까지만 해도 세혁이가 계속 잘해오고 있었는데, 의지형도 워낙 잘하다 보니까 왠지 모르게 주위에서 자꾸 압박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팠다.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세혁이는 정말 좋은 포수다. 특히 프레이밍 능력은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친구 윤명준에 대해 박세혁은 “함께하면 편하다.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라 호흡을 맞추면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명준이랑 알고 지낸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서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잘 안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원체 좋은 공을 갖고 있는 투수다.” 박세혁의 말이다.

‘박세혁에게 혼날 때가 많다’는 윤명준의 말에 박세혁도 “혼내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이따금 명준이가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없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러냐, 네 볼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얘기하곤 한다. 타자와 승부에서 자신감을 갖고 던지면 그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된다. 비록 내 컨디션이 40퍼센트인 날도 최선을 다해 100퍼센트 컨디션을 내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절대 그런 부분에서 흔들리지 말라고 얘기한다.”

박세혁 말고도 고대 동기 문승원이 최근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승원이랑 전화 통화 자주 한다. 제가 잘 던지면 승원이한테서 전화가 오고, 승원이가 잘 던지면 제가 전화해서 축하해준다. 어떻게하면 그렇게 잘 던질 수 있는지도 물어본다. 그런데 최근 승원이 경기를 보니까 (잠시 말을 멈춘 뒤) 좀 아쉽더라.

어떤 점이 아쉬웠나.

거의 1선발급 성적을 내고 있는데 승운이 좀처럼 따르질 않으니까. 그게 안타까웠다. 승원이는 정말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다. 처음 프로에 들어와서는 힘든 시간도 보냈다. 지금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참 기쁘다.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동기가 나보다 잘하면 경쟁심이 발동하지 않나.

승원에에게는 전혀 그런 것 없다. 다른 선수가 잘하면 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승원이는 예외다. 승원이는 그냥 잘했으면 좋겠고, 항상 잘 됐으면 좋겠다.

고려대 시절 에이스는 분명 윤명준이었다.

제 자부심의 근원이다. 그런데 승원이는 자기가 고대 에이스였다고 하더라. (웃음) 승원이도 잘했던 게 사실이니까.

“후배들에게 모범되는 선배, 딸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다”

연일 호투를 펼치는 윤명준을 향한 벤치의 신뢰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사진=두산)
연일 호투를 펼치는 윤명준을 향한 벤치의 신뢰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사진=두산)

올 시즌 초반 투구내용이 좋다. 8경기에 등판해 3홀드에 평균자책 2.25로 불펜의 키맨 역할을 하고 있다.

저보단 함덕주나 박치국이나 김승회 형 같은 승리조들의 역할이 크다. 이 선수들이 뒤쪽에 자리를 잡아서 잘 해주고 있으니까, 전 제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 덕분에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미들맨이었다가 최근엔 접전 상황에서 등판할 때가 많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가 점점 커져간다는 증거다.

글쎄, 승리조는 덕주나 치국이가 워낙 역할을 잘 하고 있다. 아직 저나 이형범 같은 경우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물론 감독님과 팀에서 신뢰해준다는 게 기분은 좋다. 그래도 긴장은 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덕주나 치국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끔, 앞에서 내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남은 시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치국이와 덕주까지 연결하는 게 내 역할이다. 7회, 아니면 6회에 믿고 내보낼 수 있는, 신뢰를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게 목표다.

좀 더 욕심을 내도 될 것 같은데.

올 시즌은 개인적 목표는 없다. 군 전역한지도 얼마 안 됐고, 괜히 욕심을 냈다가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그보단 팀에게 도움되는 투수가 되서, 팀이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팀이 잘돼야 나도 있는 거니까.

어느새 나이 서른이다.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신인 때와는 다를 것 같다.

맞다. 그 사이 후배들이 많이 생겼더라. 우리 팀이 잘하는 것도 다 훌륭한 선배들의 모범이 있었기에 지금 잘하고 있는 거니까. 후배들에게 좀 더 모범이 되는 선배가 돼야겠단 생각이다. 또 우리 딸(27개월)한테도 아빠가 야구선수란 걸 보여주고 싶다.

그새 애아빠가 됐나. 몰랐다.

가끔씩 엄마가 TV 중계를 틀어주면, 아빠란 걸 알고는 더 집중해서 본다고 하더라. 감동받았다. 딸 때문에라도 더 자주 마운드에 등판해야 할 것 같다. (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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