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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4인 외야 시프트, 머지않은 혁신일까 헛된 망상일까

  • 기사입력 2019.04.15 08:55:02   |   최종수정 2019.04.15 04: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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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시험 중인 파격 외야 4인 수비 시프트
-‘뜬공 혁명’에 맞서 나온 수비 전략, 특정 장타자들의 데이터 정말 분석 필수
-“KBO리그도 데이터 분석 여건만 갖춰지면 가능” vs “투수들에게 주는 충격파가 크기에 시기상조”
-“외야 4인 시프트 경험한다면? 더 강하게 치고 담장을 넘겨야죠.”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은 2017년 8월 14일 신시내티 강타자 조이 보토를 상대로 외야 4인 수비 시프트를 정규시즌에서 처음 선보였다(사진=MLB.com)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은 2017년 8월 14일 신시내티 강타자 조이 보토를 상대로 외야 4인 수비 시프트를 정규시즌에서 처음 선보였다. 3루수 브라이언트가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에 위치해있다(사진=MLB.com)

 

[엠스플뉴스]

 

4인 외야 시프트. 이것은 혁신일까 혹은 망상일까. 미국 메이저리그는 최첨단 과학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로 둘러싸인 ‘테크 볼’이다. 수비 시프트 부문에서 그 ‘테크 볼’이 가장 빛난다. 상대 타자마다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시프트는 벤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주목받는 시프트는 바로 4인 외야 시프트다. ‘내야수 4명·외야수 3명’이라는 야구의 기존 통념을 깨뜨리는 시프트다. 소위 말하는 ‘뜬공 혁명’에 맞서 나오는 수비 시프트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공을 띄워 홈런과 장타를 생산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뜬공 비율이 높은 장타자들을 상대로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은 외야에 수비수 네 명을 놓고 장타 억제를 노리기 시작했다.

 

2017년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이 신시내티 레즈 강타자 조이 보토를 상대로 정규시즌에서 제대로 된 첫 4인 외야 시프트를 사용했다. 3루수와 유격수 중간에 내야수 한 명이 배치되고,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제4의 외야수가 투입됐다. 사실 이 파격적인 실험의 결과는 허망했다. 보토는 1루수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땅볼 2루타로 2루를 밟았다.

 

지난해 외야 4인 시프트는 더 빈번히 활용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가운데 가장 앞서는 ‘테크 볼’로 유명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외야 4인 시프트 활용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27일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게재된 마크 사이먼의 ‘Tracking some of the top defensive developments in 2018’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총 37번의 4인 외야 시프트를 사용했다. 미네소타 트윈스(27번)와 휴스턴(5번), 그리고 시카고 컵스(2번)와 템파베이 레이스(2번), 마지막으로 콜로라도 로키스(1번)가 4인 외야 시프트를 가동한 팀들이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존 스몰츠는 3월 18일 메이저리그 네트워크 프로그램 ‘MLB 투나잇’에 출연해 현대 야구에선 상대 선수의 약점을 끊임없이 파고든다. 타자가 특정 내야 구역에 타구를 날리지 않거나 그쪽으로 10% 이상의 타구를 보낼 수 있단 마땅한 근거가 없다면 상대 팀들은 그 즉시 외야에 수비수 4명을 세워두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타가 될 타구를 잡아내는 이득을 고스란히 얻는다며 외야 4인 시프트의 성공 가능성을 짚었다.

 

이렇게 미국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에서도 극단적인 시프트는 존재한다.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은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자주 보여준 지도자였다. 특히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나 KIA 타이거즈 최형우 같은 당겨치는 거포 좌타자를 상대로 아예 유격수와 3루수 사이 공간을 비워놓을 정도였다. 두산 내야수 오재원은 걸음이 느린 타자가 나올 땐 내야와 외야 중간 위치에서 소위 말하는 ‘2익수’ 수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외야 4인 시프트와 비교하면 이는 ‘순한 맛’과 다름없다.

 

“데이터 분석 여건만 갖춰지면 가능” vs “투수들에게 전해질 충격파가 크다.”

 

SK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이 두산 외야수 김재환을 상대로 보여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그림. 만약 외야 4인 시프트를 사용한다면 유격수 자리에 있는 수비수가 외야로 나가고 중견수가 오른쪽 외야로 이동해야 한다(사진=중계화면 캡처) SK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이 두산 외야수 김재환을 상대로 보여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그림. 만약 외야 4인 시프트를 사용한다면 유격수 자리에 있는 수비수가 외야로 나가고 중견수가 오른쪽 외야로 이동해야 한다(사진=중계화면 캡처)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전략이 몇 년 뒤 KBO리그에도 상륙하는 흐름을 돌이켜보면 외야 4인 시프트도 언젠가 한국 야구에 도입될 수 있지 않겠냐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엠스플뉴스는 KBO리그 구단 수비코치들에게 외야 4인 시프트의 도입 가능성을 질문했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수비코치는 외야 4인 시프트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박 코치는 타구 방향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상대 타자에게 충분히 압박을 줄 수 있는 시프트 전략이다. 번트 시프트로 희생 번트 실수를 유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는 특정 장타자들의 데이터가 잘 분석됐으니까 그런 시프트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듯싶다. KBO리그에서도 데이터 분석 여건이 좋아진다면 충분히 시험해볼 만한 시프트라며 고갤 끄덕였다.

 

박 코치와 반대로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수비코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코치는 아직 한국 야구에선 상상도 못 할 시프트다. 그럴만한 데이터 축적도 안 됐지 않나. 그런 모험을 하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클 거다. 선수들이 그 시프트를 이해하고 확신이 설 때 해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하면 안 된다. 보시는 팬들의 재미는 있겠지만, 계산이 섰을 때 그런 시프트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는 파격적인 시프트의 성공 가능성보단 투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목했다. 원래 수비 위치에서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빠져 안타로 이어진다면 투수에게 가해지는 정신적인 충격이 클 거란 뜻이었다.

 

외야 4인 시프트는 현재 한국 야구 실정에 안 맞는다고 본다. 만약 이 타구는 아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수비 자리가 비워진 상태라면 투수들에게 가는 충격이 더 클 거다. 쉽지 않은 전략이다. 메이저리그처럼 압도적인 장타자가 리그에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기 막판 점수를 안 줘야 할 때 내야 5인 시프트를 사용하는 장면이 더 자주 나올 듯싶다. 조 코치의 말이다.

 

“시프트 깨는 기습 번트?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재환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깨는 기습 번트보단 더 강한 타구를 날리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재환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깨는 기습 번트보단 더 강한 타구를 날리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4인 외야 시프트 가능성에 관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키움 내야수 박병호와 두산 외야수 김재환은 상대 수비가 시프트를 자주 구사하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박병호는 먼저 올 시즌 초반 상대 팀들의 극단적인 시프트 사용 빈도가 줄었다고 운을 뗐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진 2루 뒤 외야 근처에 서 있는 극단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사용하는 팀들이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엔 아직 그런 시프트를 본 적이 없다. 원체 예전부터 시프트를 봤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외야 4인 시프트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한 번도 경험 못 했기에 느낌을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시프트까지 신경 쓰며 타석에 들어서진 않는다. 설사 외야에 4명이 서 있더라도 더 강하게 쳐 담장을 넘겨야 한다며 힘줘 말했다.

 

김재환도 박병호와 마찬가지였다. 김재환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상대 팀의 수비 시프트 구사 횟수가 줄었다. 원래 시프트를 의식하지 않고 방망이를 돌린다. 외야 4인 시프트를 본다면 처음 보는 장면이니까 무언가 재밌을 듯싶긴 하다. 외야 틈이 더 좁아지겠지만, 그걸 뚫을 수 있는 강한 타구를 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평소 야구팬들 사이에선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향해 ‘수비수가 없는 내야 방향으로 기습 번트를 대면 살지 않겠나’라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박병호와 김재환도 그런 선택지를 잘 알지만, 쉽사리 그걸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박병호는 “번트도 잘 대는 타자가 해야 한다. 물론 번트로 극단적인 시프트를 공략할 순 있겠지만, 실전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괜히 번트를 시도하다가 파울이 나오면 카운트만 불리해진다. 나는 가뜩이나 우타자라 번트 성공 확률에서 더 불리할 수 있다”며 고갤 내저었다.

 

김재환은 평소 상대 수비 시프트를 만났을 때 3루 방면 기습 번트 시도를 잠시 상상도 했다. 하지만, 벤치에서 바라는 건 김재환의 기습 번트가 아니기에 그 선택도 쉽지 않다. 김재환은 “갑자기 번트를 하면 어떨까도 했지만, 벤치에서 나에게 바라는 건 4번 타자로서 홈런과 장타다. 괜히 번트에 신경 쓰다가 원래 타격 밸런스까지 망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타격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한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첫 시범 경기에서 생전 처음 보는 외야 4인 시프트와 두 차례 마주했다. 두 차례 타석 모두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외야 4인 시프트와 맞대결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하퍼의 눈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하퍼는 경기 뒤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선 타석에서 한 번도 이런 시프트를 본 적이 없었다.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었다. 이 시프트가 자주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팀들도 이런 시프트를 활용한다면 완전히 다른 경기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놀라워했다.

 

이런 하퍼의 놀라운 감정을 몇 년 뒤 KBO리그에서 선수와 팬들이 느낄 수 있다. 물론 한국 야구의 여건상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야구의 진화는 때때론 너무 더디기도 하고, 어떨 땐 급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현재 진행형인 메이저리그의 외야 4인 시프트 실험을 KBO리그도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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