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투수 배영수, 데뷔 첫 불펜으로 시즌 출발
-“불펜 투수의 고충을 느끼는 중, 새로운 야구를 배워 좋다.”
-“밝은 분위기 속 긴장감과 경쟁, 투수조 모두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승 한 번만 더, 베테랑 투수로서 힘 보태겠다.”

두산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은퇴 전 마지막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싶단 소망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은퇴 전 마지막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싶단 소망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다소 생소한 위치에 서 있다. 커리어 내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던 배영수는 올 시즌을 불펜에서 출발한다. 선발 등판 기회가 올 거란 보장도 없다. 어쩌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불펜진에서 던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불펜진에서의 보직도 승리조가 아니다. 배영수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등판하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고 있다. 소위 말하는 ‘가비지 이닝’ 소화도 개의치 않고 맡는 배영수다. 팀에서 원하는 역할이라면 어떤 자리라도 괜찮단 게 배영수의 생각이다.

배영수의 어릴 적 꿈은 ‘마무리 투수’였다. 비록 마무리 자리는 아니지만, 배영수는 마무리 투수의 마음가짐으로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른다. 어떤 자리에서든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지며 자신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다 하겠단 배영수의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불펜에서 달라진 배영수의 루틴 “예민함이 사라졌다.”

배영수는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새 팀에서 배우는 새로운 야구가 배영수에겐 큰 의미였다(사진=두산)
배영수는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새 팀에서 배우는 새로운 야구가 배영수에겐 큰 의미였다(사진=두산)

얼굴이 밝아 보인다. 두산에서 ‘행복 야구’를 하는 듯싶다(웃음).

행복하다(웃음). 불펜 투수의 고충을 제대로 느낀다. 몰랐던 부분을 배우고 있으니까 야구가 새롭게 느껴진다.

온전히 불펜 투수로 시즌을 출발하는 건 프로 데뷔 뒤 처음 아닌가.

(고갤 끄덕이며) 처음이 맞다. 그래서 나에게 지금 이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 먼 미래에 큰 자산이 될 듯싶다. 감독님과 코치님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이렇게 좋은 팀이 돌아가는 시스템도 직접 느낄 수 있지 않나.

불펜 투수로 뛰며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무래도 루틴이 달라진 게 있다. 가장 일찍 준비해야 하니까 경기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 징크스도 이제 안 만들려고 한다. 선발 투수를 할 땐 나름대로 징크스가 있어 예민했다. 이젠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

주로 롱릴리프 역할이다 보니 경기 초반부터 대기해야 하는 게 힘들겠다.

사실 나랑 비슷한 역할인 (이)현호가 옆에서 가르쳐준다. 현호가 ‘지금부터 준비하셔야 한다’, ‘선배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오늘 나가야 할 느낌이 옵니다’, ‘몇 회에 올라가셔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얘길 해준다(웃음). 새로운 경험이니까 재밌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며 흐름도 파악하고 있다. 몸 풀 시간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중계를 보다 보면 젊은 투수들과 계속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잡힌다. 두산 불펜의 ‘투 머치 토커’라는 얘기도 있는데(웃음).

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다(웃음). 나도 젊은 후배들에게 배울 게 있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지만, 후배들과 최대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팀 투수조 분위기가 되게 밝다. 서로 재밌는 얘기도 자주한다. 그런데.

그런데?

투수들이 다 늘 긴장하는 느낌도 있다. 올 시즌 우리 팀 투수층이 엄청 두꺼워졌지 않나. 베테랑이나 어린 투수 가리지 않고 다 긴장하며 공을 던진다. 한 번 삐끗하면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로라면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경쟁과 긴장감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우리 팀이 그 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진 팀인 듯싶다.

두산으로 와서 많은 걸 느끼는 듯싶다.

20년째 야구하고 있지만, 항상 야구가 새롭게 느껴진다. 한 곳에만 머물다 보면 느끼지 못 하는 게 있지 않나. 두산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여기서 내게 남은 마지막 불꽃 다 연소하겠단 표현이 맞지 않을까.

“어릴 적 꿈인 ‘마무리 투수’의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진다.”

데뷔 20주년인 배영수는 이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산에서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는 게 큰 행운이라고 표현한 배영수다(사진=두산)
데뷔 20주년인 배영수는 이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산에서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는 게 큰 행운이라고 표현한 배영수다(사진=두산)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4월 2일 잠실 KT WIZ전에서 치른 1군 복귀전은 어땠나. 지난해 6월 5일 이후 무려 301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진짜 오랜만에 오른 1군 마운드였다. 1년여 만에 공을 던졌는데 그렇게 긴장한 적도 오랜만이었다. 그냥 한가운데만 보고 던졌다(웃음). 시즌 초반인데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 존 가운데만 보고 던지고 있다. 최대한 빨리 등판을 매듭지으려고 노력한다. 어릴 때 내 꿈이 무엇인지 아나?

어떤 꿈인가.

마무리 투수였다(웃음). 지금 나는 내가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어떤 위치에 서 있든 꼭 이닝을 끝내겠단 마음가짐으로 던지고자 한다.

(배영수는 올 시즌 4월 18일 기준으로 5경기에 구원 등판해 승패없이 7.1이닝 평균자책 2.45를 기록 중이다)

두산 야수진의 거미줄 수비가 있어 든든하기도 하겠다.

우리 팀 야수들의 수비가 정말 대단하지 않나.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 맞더라도 그냥 시원하게 던지는 거다. 사실 구속이나 공인구 반발력 같은 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신인처럼 그냥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진다.

지금은 불펜에 있지만, 시즌 중반 선발 등판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솔직히 내가 어떤 자리든 가릴 상황이 아니다(웃음). 불펜 투수를 해보니까 당일 몸 상태 관리가 정말 힘들더라. 나이도 많으니까 뭐든지 조심하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 풀 수 없는 게 재밌다. 기록은 단 하나도 신경 안 쓴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팀이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

벌써 배영수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도 5년 전이다.

2014년인가? 돌이켜보니 참 오래됐다.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더 우승을 맛보고 싶다. 베테랑 투수로서 조금이나마 팀의 우승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무언가 새로 만들어가는 게 재밌다.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며 우승까지 맛본다면 최고의 결과 아니겠나. 우선 나부터 잘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기에 항상 긴장하려고 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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