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과 장필준(사진=한화, 삼성)
나란히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과 장필준(사진=한화, 삼성)

[엠스플뉴스=대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리그 최강의 불펜 자랑한 팀이다. 한화는 마무리 정우람부터 송은범-이태양-박상원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승리조를 자랑했다. 삼성 역시 최충연-장필준-심창민으로 이어지는 강속구 트리오가 뒷문을 튼튼하게 지켰다. 2018시즌 한화 불펜 평균자책은 4.29로 1위, 삼성은 4.66으로 리그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두 팀의 불펜이 올 시즌에는 예년같지 않은 모습이다. 한화는 이태양과 송은범이 시즌 초반 부진 끝에 승리조에서 탈락한 상태다. 마무리 정우람도 좀처럼 세이브 기회를 잡지 못하다 시즌 7번째 등판인 4월 17일 경기에서야 첫 세이브를 챙겼다. 안영명과 박상원의 호투 덕분에 불펜 평균자책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3.20) 지난 시즌만큼 압도적인 느낌을 주진 못하고 있다.

삼성 역시 심창민의 상무야구단 입대, 최충연의 선발 전향으로 불펜 두 자리에 구멍이 난 채로 시즌을 맞이했다. 마무리 우규민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최충연을 다시 불펜으로 돌리고, 최지광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철벽 불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똑같이 불펜 고민을 안고 있는 두 팀이 4월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양 팀 다 마무리투수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승리조가 3연투와 이틀 연속 많은 투구를 던지면서 불펜 소모전을 펼쳤다.

먼저 문제가 생긴 쪽은 한화. 한화는 선발 김범수의 깜짝 호투 속에 5회가지 2대 1 리드를 유지했고,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최근 승리조로 승격한 안영명이 먼저 등판해 6회를 실점 없이 막았다. 안영명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선두타자 김상수에 안타를 맞은 뒤 좌완 박주홍에 마운드를 넘겼다.

박주홍은 2아웃을 잘 잡아냈지만, 앞서 좌완 김범수 상대 홈런을 때린 이원석 타석에서 우완 박상원과 교체됐다. 그러나 박상원은 7회를 깔끔하게 끝내지 못했다. 이원석에 안타, 강민호에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여기서 대타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고 어렵게 위기를 탈출했다.

8회에도 올라온 박상원은 선두 이학주에 안타를 맞은 뒤, 박계범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상위타선을 앞두고 투구수 20개에 도달하자 한화 벤치는 8회 1사 1루에서 곧장 마무리 정우람을 내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5아웃 세이브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정우람은 첫 타자 박해민을 뜬공 아웃으로 잡아냈지만,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고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여기서 구자욱이 8구 승부 끝에 좌익수 옆으로 향하는 적시타를 때려 2대 2 동점을 만들었다. 구자욱의 적시타는 이날 삼성의 득점권 7타수 만에 나온 첫 안타였다.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정우람은 다린 러프를 범타로 잡고 8회를 마쳤다. 그러나 9회 선두타자 이원석에게 던진 투심이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솔로홈런이 되면서 역전까지 허용했다. 3대 2로 경기가 뒤집히자 한화는 정우람을 내리고 김종수와 김경태를 투입해 9회를 마감했다.

1점차에 5아웃 세이브는 아무리 강력한 마무리투수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우람의 구원 실패 이전에, 정우람이 아웃 5개를 잡으러 올라와야만 하는 상황이 1차적인 문제였다. 결국 이태양의 부진, 송은범의 2군행으로 승리조 두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나머지 불펜투수들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다.

7회 등판한 박상원은 이날 경기까지 내리 3연투를 감행했다. 연투의 여파인지 전날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맞고 시즌 첫 실점과 패전을 기록했고, 이날도 8회 내보낸 주자 이학주가 홈을 밟으면서 이틀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승리조가 리드를 9회까지 무사히 연결짓지 못하면서 정우람이 일찌감치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됐고, 블론세이브와 역전 허용까지 이어졌다. 한화로서는 향후 불펜 운영에 고민이 더욱 커지게 됐다.

뒷문쪽에 문제가 생긴 건 삼성 쪽도 마찬가지. 삼성은 선발 윤성환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뒤 7회 최충연, 8회 우규민을 투입해 한화의 공격을 차단했다. 9회말엔 3대 2로 앞선 가운데 장필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장필준이 선두 제라드 호잉에 솔로포를 허용하며 3대 3 동점. 장필준은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은 전날 키움과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바 있다. 우규민은 이날 경기까지 내리 3연투를 기록했고, 장필준도 전날 1.2이닝 동안 26구를 던진 뒤 이날 다시 마운드에 올라 동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연장 10회엔 전날 2이닝 30구를 던진 최지광까지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전날 연장전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던 최지광은 이날은 11회말 만루에서 송광민에게 끝내기 내야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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