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롯데 뒷문을 책임질 구승민과 고효준(사진=엠스플뉴스)
당분간 롯데 뒷문을 책임질 구승민과 고효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전]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빠진 롯데 자이언츠의 대안은 ‘더블스토퍼’다. 좌완 고효준과 우완 구승민을 경기 상황에 따라 기용해 뒷문을 잠근다는 게 양상문 감독의 계획이다. 시즌 초반 5선발 자리를 1+1 형태로 기용한 것과 비슷한 컨셉이다.

롯데는 현재 확실한 마무리투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손승락은 4월 18일 KIA전 0.1이닝 5실점, 20일 KT전에서도 0.2이닝 3실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끝에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갑작스러운 마무리 공백에 양상문 감독이 내놓은 대안은 고효준과 구승민의 더블스토퍼 기용이다.

양 감독은 4월 2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양 감독은 “계획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고효준과 구승민 두 선수가 경기 마지막을 책임지게 할 것”이라 밝혔다.

“가령 8회 2사에 고효준이 등판했는데 볼이 괜찮으면 9회까지도 갈 수 있다. 누가 마무리라고 정해놓기보단 둘 중에 구위가 좋은 선수가 경기를 책임지게 하겠다.” 양 감독의 설명이다. 당일 컨디션과 상대 타순,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마무리를 기용하겠단 얘기다.

한 선수를 마무리로 정해놓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양 감독은 “고효준과 구승민이 다른 팀 마무리에 비해 구위가 부족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마무리투수의) 상황이나 느낌을 아직 잘 모르니까, 초반에는 그 느낌을 알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 밝혔다. “공 던지는 것만도 힘든데 프레스까지 주면 안 된다. 연착륙할 때까지 그렇게 가려고 한다.”

신인 사이드암 서준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준원은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롯데 불펜 투수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구위만 봐선 충분히 승리조 역할도 맡겨볼 만한 투수지만, 롯데는 서준원을 가급적 부담이 적은 상황 위주로 기용하고 있다. 어린 선수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실패를 경험하면 그만큼 큰 데미지를 받는다는 게 양 감독의 생각이다.

롯데의 더블스토퍼 기용은 시즌 초반 1+1 선발 기용을 떠오르게 하는 면도 있다. 양상문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5선발 자리를 1+1 형태로 기용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송승준과 윤성빈, 박시영과 김건국 등 4명이 둘씩 짝을 이뤄 5선발 경기를 책임진 뒤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다음 5선발 차례 때는 다른 조가 1+1 형태로 등판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박시영이 두각을 드러내며 5선발 자리를 사실상 굳혀가는 모양새다. 선발 후보 여러 명에게 기회를 주면서 확실한 한 명을 찾아낸 것처럼, 더블스토퍼 역시도 두 투수를 함께 기용하면서 마무리 적임자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더블스토퍼’를 처음 가동한 경기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손승락이 말소된 21일 KT전, 롯데는 3대 2로 앞선 9회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3대 4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등판한 구승민이 박경수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아 최종 스코어 3대 6으로 패했다.

초반 불펜 운영 구상이 꼬이면서, 불펜진 전체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다. 롯데 불펜은 23일 이전까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77명의 승계주자를 물려받았다(1위 KIA 81명). 이닝 중간 주자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건 심리적 부담이 크고, 같은 공을 던져도 투수가 느끼는 피로도가 훨씬 높다.

롯데 불펜은 승계주자 득점 허용률도 37.7%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 부문 1위 SK 불펜(55.6%)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27명의 승계주자만 물려받아, 롯데 투수들보다 훨씬 부담이 적은 가운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양 감독도 부담이 적은 상황에 투수들을 기용하고 싶지만, 앞서 올라온 투수가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잦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흔들리는 롯데 불펜이 지난 시즌의 안정감을 다시 찾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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