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 현역 복무 공백에도 시즌 초 활약상
-‘65kg->78kg’ 박찬호의 살찌우기 군대 프로젝트는 대성공
-“간절함보단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 야구를 진짜 잘하고 싶다.”
-“내 목표는 항상 ‘주전’,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꼭 잡겠다.”

KIA 내야수 박찬호는 올 시즌 초반 현역 복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내야수 박찬호는 올 시즌 초반 현역 복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프로야구 선수에게 현역 입대는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매일 경기를 뛰어야 하는 야수라면 더 그렇다. 투수는 어깨를 쉬게 해준단 명분이 있지만, 야수는 경기 감각만 계속 떨어지는 까닭이다.

그렇게 본다면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가 2년여 전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도 대단한 결단이었다. 청와대를 지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박찬호는 2년 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물론 군복을 입고도 야구와 떨어질 순 없었다. 박찬호는 군대 동료들과의 캐치볼과 홀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제대 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위에 서는 순간만을 꿈꿨다.

콤플렉스였던 저체중도 군대에서 서서히 변화했다. 삼시 세끼뿐만 아니라 PX를 찾아가 먹고 또 먹은 박찬호는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빼놓지 않으며 체중 무려 13kg이나 늘렸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지 박찬호는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달라진 타구 질을 보여주고 있다. 타구에 힘이 붙으며 외야로 빠져나가는 날카로운 안타가 자주 나오는 분위기다.

원래 자신 있었던 수비에다 타격까지 풀리자 박찬호를 바라보는 KIA 팬들의 시선도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 단순히 백업이 아닌 당당히 주전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박찬호가 된 것이다. 내무반에서 지켜만 봤던 야구가 아닌 진짜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박찬호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65kg->78kg’ 살찌우기 군대 프로젝트에 성공한 박찬호

군대에서 소위 말하는 벌크업에 성공한 박찬호의 타구엔 확실히 힘이 붙었다(사진=KIA)
군대에서 소위 말하는 벌크업에 성공한 박찬호의 타구엔 확실히 힘이 붙었다(사진=KIA)

지난해 제대한 예비군에게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도 될지 모르겠다(웃음). 현역 복무를 했다고 아는데 어디서 복무했나.

당연히 군대 얘길 해도 괜찮다(웃음). 청와대를 지키는 육군 수도방어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근무했다. 복무지가 서울이라 휴가를 나와 집으로 갈 때 편했다(웃음).

군 팀이 아닌 현역 복무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맞는 말이다. 솔직히 군 팀에 가는 것보다 좋을 순 없다. 그래도 최대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면.

있었다면?

야구를 안 하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거다. 입대 전까지 야구계 안에서만 살아왔는데 그것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야구를 정말 하고 싶은 간절함은 커졌다.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제대까지 버틴 듯싶다.

군대 안에서 야구 훈련을 할 수 있었나.

캐치볼과 스윙 훈련만 할 수 있었다. 캐치볼은 동네 야구를 했던 친구들과 같이했다. 스윙 훈련은 나 혼자 방망이를 들고 허공에다 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마땅히 공을 놓고 칠 때가 없었으니까.

복무 기간 소위 말하는 ‘벌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몸을 불리고 힘을 늘리는 건 군 팀보다 거기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운동 없이 매일 저녁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운동뿐만 아니라 먹는 것도 중요했을 건데. ‘군대 밥’ 체질이었나(웃음).

솔직히 군대에서 주는 밥만 먹어선 살이 절대 안 찐다(웃음). 당연히 PX를 매일 갔다. 냉동 치킨을 가장 좋아했다. 몸에 안 좋은 걸 알지만, 살을 찌우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몸을 크게 불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냉동식품과 프로틴 제품을 먹으며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니까 체중이 확 늘었다.

체중이 얼마나 늘어난 건가.

입대 전 체중이 65kg이었는데 제대 뒤 체중은 78kg까지 나왔다. 죽도록 살을 찌운 셈이다(웃음).

원래 마른 체형이라 살을 찌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 지금도 체중 유지가 되고 있나.

아무래도 1군에서 매일 경기를 뛰니까 군살이 빠지더라. 지금은 72~73kg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만 관리를 안 하면 바로 체중이 줄어든다. 그래서 먹는 걸 엄청 신경 써야 한다.

하루 다섯 끼는 먹어야겠다(웃음).

현실적으로 그렇게 먹진 못하니까(웃음). 한 번 먹을 때 프로틴 제품과 함께 정말 많이 먹는다.

“간절함으로 나를 어필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한 적도 없다.”

박찬호는 4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에 힘이 붙었단 반증이었다(사진=KIA)
박찬호는 4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에 힘이 붙었단 반증이었다(사진=KIA)

군대에 있을 때 KIA가 한국시리즈(2017시즌)에서 우승했다. 내무반에서 우승의 순간을 봤나.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보고 있는데 막판에 점호해야 해서 다 보진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 우승 소식을 들었다. (양)현종이 형한테 ‘내가 군대에 다녀온 뒤 같이 우승하자’고 약속했는데 내가 군대에 가자마자 바로 우승하더라(웃음). 사실 그때가 군 생활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군 생활의 위기라. 의외의 말이다.

KIA 입단 뒤 정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었다. 꿈꿨던 그 순간에 내가 현장에 없었단 게 힘들었다. 그저 마음이 씁쓸했다. ‘군대를 안 왔어야 했을까’라는 후회도 느낄 정도였다.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지난해 휴가를 나왔을 때 챔피언스 필드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다시 야구를 향한 열정을 되살렸어야 했을 텐데.

휴가를 나와서 인사드리러 갔는데 김기태 감독님이 연습하고 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수비 훈련을 조금 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군대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야구를 챔피언스 필드에서 다시 해본 거였으니까.

그만큼 야구가 간절했겠다.

솔직히 다른 선수들도 나만큼 간절하지 않겠나.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으니까 말이다. 간절함으로 나를 어필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한 적도 없다. 그냥 군대를 다녀오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듯싶다. 이젠 진짜 야구를 잘해야겠단 생각뿐이다.

올 시즌 스프링 캠프 출발은 2군이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1군 캠프로 합류했다가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어떤 점이 아쉬웠나.

개막 엔트리에 못 들어서 아쉬운 건 없었다. 나는 오히려 1군 캠프에 예상보다 빨리 합류한 게 아쉬웠다. 더 완벽하게 몸을 만들고 1군에 오고 싶었다. 처음에 개막 엔트리 합류도 기대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5월이 되면 1군 무대에 서는 게 목표였다. 모든 게 내 생각보다 조금씩 빨리 이뤄지는 상황이다.

현역 복무 2년의 공백을 느끼는 게 있나.

솔직히 타격과 수비는 공백이 느껴지는 건 없다. 반면 주루나 순간적인 판단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내 목표는 항상 ‘주전’, 꾸준하게 안 아프고 잘 뛰겠다.”

박찬호는 당당히 '주전'이라는 목표를 언급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이를 절대 놓치지 않겠단 게 박찬호의 마음가짐이다(사진=KIA)
박찬호는 당당히 '주전'이라는 목표를 언급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이를 절대 놓치지 않겠단 게 박찬호의 마음가짐이다(사진=KIA)

타격 실력이 정말 일취월장했다.(박찬호는 4월 23일 기준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2/ 16안타/ 1홈런/ 2타점/ 7볼넷을 기록 중이다)

(손사래를 치며) 지금 타격 성적은 정말 운이다. 이게 내 실력이라고 말하긴 이르지 않나. 이러다가 금방 타율이 떨어질 수 있다. 나도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잘 모른다. 타격 성적과 관련해 마땅히 말할 건 없다.

그래도 타구 자체에 확실히 힘을 붙었다. 외야로 나가는 타구와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확실히 높아졌다.

(고갤 끄덕이며) 타구에 힘이 붙은 건 맞는 말이다. 나름대로 스윙 속도가 예전보다 더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타구도 잘 뻗어 나간다. 예전 같았으면 2스트라이크 때 갖다 맞힌 타구가 내야를 못 빠져나갔을 텐데 이제 외야로 빠져나가더라. 웨이트 트레이닝과 더불어 살을 찌운 게 분명히 효과가 있는 듯싶다.

게다가 4월 1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프로 데뷔 첫 홈런까지 나왔다.

맞자마자 넘어갈 줄 알았다. 솔직히 데뷔 첫 홈런인데 기분이 엄청 좋은 건 아니더라. 얼마 전 (한)승택이 형이 날린 결정적인 홈런 같았으면 엄청나게 날뛰었을 텐데(웃음). 생각보단 덤덤한 기분이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 실력도 더 좋아졌다. 안정감이 확실히 느껴진다.(KIA 김민호 야수 총괄코치는 박찬호의 수비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지금 좋은 수비를 보여준다”고 귀띔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민호 코치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김민호 코치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코치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이 ‘자신감’이다. 수비는 내가 야구하며 가장 자신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입대 전엔 소위 말하는 ‘클러치 에러’가 많았다. 다행히 현역 복무를 하며 정신적인 면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유격수 자리뿐만 아니라 2루수와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분위기다.

내게 유격수 자리가 가장 편한 건 사실이다. 다른 자리에선 그만큼 완벽한 수비가 나오진 않는 듯싶다. 그래도 어떤 자리에서든 선발로 출전한다면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다.

이제 ‘백업’보단 ‘주전’을 노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냥 백업 역할을 맡겠단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 목표는 항상 ‘주전’이었다. 계단을 한 번에 올라가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은 한 칸씩 올라가는 그 단계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주전 자리로 확 올라갈 기회가 올 거로 믿는다. 그때까지 하루하루 충실하게 야구하고 싶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레전드’ 박찬호와 함께 이름이 불릴 날이 오지 않을까.

(고갤 내저으며) 박찬호 선배님은 절대 뛰어넘을 수가 없다. 그냥 선배님 이름에 먹칠만 안 해도 성공한 게 아닐까. 그래도 박찬호 선배님과 이름이 같아서 다들 잘 기억해주니까 그건 정말 좋다(웃음).

KIA 팬들에게 올 시즌 어떤 박찬호만의 야구를 보여주고 싶나.

그냥 지금처럼만 야구했으면 좋겠다. 나는 야구장에서 뛰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 군대에서 상상만 했던 게 현실로 이뤄지고 있으니까. 그냥 꾸준하게 안 아프고 잘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시즌은 절반도 채 안 됐다. 내 역할에 하루하루 충실히 최선을 다하는 활약을 보여드리겠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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