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9연패 위기
-선발·불펜 모두 무너진 마운드, 명확한 등판 플랜이 필요하다
-긴 침묵에 빠진 외국인 타자 해즐베이커, 어떤 방향이든 빠른 결단 절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학습된 무력감’, 어떻게든 9연패를 막아야 한다

8연패에 빠진 KIA 김기태 감독의 고뇌는 더 깊어진다(사진=KIA)
8연패에 빠진 KIA 김기태 감독의 고뇌는 더 깊어진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어떤 카드를 꺼내도 다 빗나간다. 선발부터 불펜까지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심지어 방망이마저도 호쾌하게 터지지 않는다. 어떤 마법을 부려도 탈출할 수 없는 미로에 빠진 느낌이다. 최근 8연패에 빠진 KIA 타이거즈의 상황이 딱 그렇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나쁜 수치는 대량 실점이다. 8연패 기간 KIA 마운드는 경기당 평균 9.25실점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를 필요 없이 모든 투수진이 흔들리며 붕괴했다. 타구를 맞은 양현종의 등판 연기로 불펜에 있던 신인 투수 양승철까지 선발 마운드에 올릴 정도로 심각한 투수난이 이어졌다.

설상가상 야수들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KIA 타선은 경기당 평균 2득점으로 빈타에 허덕였다. 이뿐만 아니라 수비마저도 흔들리며 상대 타선에 실점을 쉽게 헌납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마운드와 타선이 서로를 향해 힘이 되지 못하고 엇박자만 내는 모양새다.

이런 암울한 흐름에서 4월 25일 잠실 LG 트윈스전 우천 취소는 어쩌면 KIA가 한숨을 돌릴 기회다. ‘에이스’ 양현종이 하루 더 휴식할 여유를 얻은 데다 연패 피로감이 쌓인 야수들이 머리를 식힐 시간도 벌었다. 물론 5연속 위닝 시리즈 달성을 이어간 까다로운 키움 히어로즈 원정 3연전이 기다리지만, KIA는 지금 어떤 상대라도 긴 연패를 무조건 끊어야 한다.

KIA의 마운드 재정비,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KIA 투수 문경찬이 대흉근 부상으로 이탈한 김윤동의 마무리 자리를 대신 맡는다(사진=KIA)
KIA 투수 문경찬이 대흉근 부상으로 이탈한 김윤동의 마무리 자리를 대신 맡는다(사진=KIA)

반등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선발진의 안정화다. 1~3선발인 양현종(5G 4패 평균자책 6.92)과 제이콥 터너(6G 3패 평균자책 5.85), 그리고 조 윌랜드(5G 2승 2패 평균자책 5.93)는 연패 기간 팀 반등에 힘이 되지 못했다. 다가오는 등판에선 상위 순번 선발다운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쳐야 하는 투수들이다.

또 KIA 벤치는 4선발과 5선발 자리를 맡은 홍건희와 김기훈을 믿고 원래 순번대로 기용해야 한다. 불펜 등판 뒤 이틀 휴식을 하고 4월 23일 잠실 LG 트윈스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양승철은 투구수가 많아지자 끝내 무너졌다. 위기일수록 순리가 답일 수도 있다. 선발 투수들이 온전히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불펜진도 각자 맡은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우선 최근 대흉근 부상으로 이탈한 마무리 김윤동의 빈자리는 문경찬이 채운다. KIA 김기태 감독은 “문경찬은 올 시즌 초반 성적이 괜찮고, 볼넷 허용이 적다. 당분간 마무리로 믿고 기용하겠다. 8회 셋업맨 역할은 하준영에게 맡기겠다”며 향후 불펜진 구상을 밝혔다.

문경찬은 올 시즌 11경기(13이닝)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 2.08 11탈삼진 3볼넷을 기록 중이다. 문경찬은 속구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적은 볼넷 허용률 등 안정적인 제구가 돋보이는 상황이다. 문경찬은 마무리 얘길 들었을 때 얼떨떨한 느낌인데 기분은 좋다. 책임감도 느껴지는데 우선 세이브 상황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던지니까 볼넷이 적어진 듯싶다. 평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지겠다며 마무리로서 굳센 각오를 밝혔다.

최근 마운드 위에서 다소 흔들렸던 투수 하준영도 셋업맨 역할 수행을 위해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하준영은 힘든 상황이 최근 등판에서 많았는데 오히려 나에겐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직 체력 문제는 없다. 오히려 속구 구속이 더 빨라진 느낌이다. 얼른 중요한 상황에서 마운드로 올라가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어떤 방향이든 해즐베이커를 향한 KIA의 빠른 결단이 필요

KIA 해즐베이커는 개막 초반 타격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한 달여 동안 2군에 머무르고 있다(사진=KIA)
KIA 해즐베이커는 개막 초반 타격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한 달여 동안 2군에 머무르고 있다(사진=KIA)

리그 팀 타율 9위(4월 25일 기준 0.250)로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KIA 타선의 반등도 절실하다. 게다가 팀 득점권 타율로 좁히면 리그 최하위(0.240)에 불과한 KIA 타선이다. 그나마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젊은 피인 박찬호(타율 0.364)와 이창진(타율 0.327), 그리고 한승택(타율 0.292)이 위안거리다.

결국, 베테랑 타자인 최형우(타율 0.239)와 나지완(타율 0.229)이 해결사 역할을 맡아줘야 팀 타선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예비 FA(자유계약선수) 키스톤 콤비인 안치홍과 김선빈도 더 나은 활약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안치홍은 장타력(시즌 0홈런)과 더불어 득점권 해결 능력(시즌 4타점)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해 들쭉날쭉한 성적(타율 0.217)을 기록 중인 김선빈도 전혀 2017년 타율왕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핸디캡이 된 외국인 타자 자리에도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개막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아직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해즐베이커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150/ 3안타/ 2타점/ 7사사구/ 8삼진/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상대 마운드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강한 외국인 타자가 있어야 어떤 불씨라도 만들 수 있는 게 KIA 타선의 현실이다. 외국인 타자가 우산 효과를 만들어야 베테랑과 젊은 타자들의 부담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시즌 초반 한 달여 동안 팀 외국인 타자를 2군에만 놔두는 건 시간 낭비다. 게다가 총액 100만 달러 제한 제도 도입으로 2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 선수 영입 가능 금액이 매달 10만 달러씩 줄어든다. 그만큼 교체를 원한다면 재빨리 움직여야 좋은 외국인 선수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해즐베이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며 극적인 반등을 노리거나 혹은 재빨리 움직여 새로운 카드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벤치 모두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과 스티브 마이어가 발견한 증상인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스스로 포기하는 증상이다.

KIA가 ‘8연패’라는 긴 연패 속에서 학습된 무력감을 느끼며 앞으로도 변화 없이 주저앉는다면 더 큰 악몽까지 겪을 수 있다. 구단과 벤치 모두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진단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선수들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끈질기게 슬럼프 탈출을 노려야 한다. 과연 KIA가 어떤 결단과 노력으로 9연패 위기를 막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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