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KBO리그 지배하는 부상 악령…KT만 아직 예외

-근육, 인대, 골절 부상자 없는 KT…“아직은 운이 좋았다”

-부상자 없는 천운에도 팀 순위는 꼴찌, 선수 구성상 처음부터 한계 뚜렷

-잘못된 프런트 구성이 가져온 결과, KT가 달라지려면 프런트가 제 역할 해야

KT는 부상자가 거의 없는 '천운' 속에서도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사진=KT)
KT는 부상자가 거의 없는 '천운' 속에서도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사진=KT)

[엠스플뉴스]

2019시즌 초반, 부상이라는 악령이 온 KBO리그를 배회하고 있다. 대부분의 팀이 지독한 부상 악령의 공세 속에 불완전한 전력으로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는 중이다.

가장 호되게 시달리는 팀은 NC 다이노스다. 시즌 전부터 나성범, 박민우, 구창모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지더니 시즌 개막 뒤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모창민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다 최근엔 나성범이 끔찍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에이스 이재학마저 종아리 부상으로 1군 말소됐다.

KIA 타이거즈도 이범호, 김주찬, 김선빈, 안치홍, 임기영, 한승혁, 김윤동 등 주전들이 돌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LG는 이형종과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이 부상을 겪었고, 한화는 주장 이성열과 유격수 하주석이, 두산은 이용찬과 최주환이 부상을 겪었다. 그 외 SK 한동민, 키움 제이크 브리검과 임병욱, 롯데 민병헌까지. 올 시즌 부상자들만 갖고도 대표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부상 악령에서 자유로운 팀이 딱 하나 있다면 10위 KT 위즈다. 물론 KT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엔트리에서 빠진 선수는 있다. 손톱이 깨진 이대은, 어깨 결림으로 뒤늦게 엔트리에 합류한 라울 알칸타라, 어깨가 뻐근한 증상으로 1군 말소된 김재윤, 허벅지 뭉침으로 2경기 결장한 김민혁, 손가락에 공을 맞아 말소된 장성우 정도다.

그러나 시즌 37경기를 치른 5월 6일 현재까지 KT에서 근육 혹은 인대 손상, 골절 부상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철저하게 선수단의 건강을 챙긴 결과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짧은 시간 효율적 훈련을 추구했고,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마운드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불펜 투수들의 연투를 최소화했다.

KT의 최하위 전력, 프런트 구성 때부터 예고된 결과

KT 창단 때부터 함께한 이숭용 단장(사진=KT)
KT 창단 때부터 함께한 이숭용 단장(사진=KT)

KT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천운을 누리면서도, KT가 부상 병동만도 못한 성적에 그치고 있단 점이다. 6일 현재 11승 26패 승률 0.297로 4할은커녕 3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다. 부상 악령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완전체에 가까운 멤버로 시즌을 치르면서도 팀 순위는 꼴찌다.

이렇다할 전력 누수가 없는데 꼴찌라는 건, 애초에 KT가 가진 전력의 합이 그 정도란 얘기다. 프런트가 오프시즌 동안 제대로 선수단을 꾸리지 못한 탓이다. 주어진 멤버로 시즌을 치르는 건 코칭스태프의 몫이지만, 좋은 멤버를 구성해 코칭스태프에게 넘겨주는 건 프런트의 몫이다.

KT 사정에 밝은 야구인은 지난 시즌 뒤 단장 인사 때부터 예고된 결과라고 했다. KT는 2019시즌을 앞두고 이숭용 타격 코치를 단장으로, 최재영 스카우트 파트장을 운영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발표 당시 상당수의 야구 관계자가 ‘납득하기 힘든 인사’란 반응을 보였다. 이 단장은 KT 1, 2군 타격 코치를 지낸 창단 멤버지만 프런트 경험은 전무한 인사다. 최 팀장은 고교 감독 출신으로 팀 창단 때 스카우트로 합류해 프런트로 일했다.

이 단장 선임 당시 구단에선 ‘선수 육성과 타격 지도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KT 선수명단을 보면 자체적으로 키워낸 타자는 강백호 외엔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라인업의 거의 전원이 외부 영입 선수다. 같은 신생팀인 NC가 나성범, 박민우, 권희동, 김성욱 등 자체 생산 타자로 라인업을 꾸린 것과 비교된다.

이 단장은 지난해 시즌 후반부터 1군에 올라와 김진욱 당시 감독을 보좌했다. KT는 시즌 뒤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1군 코칭스태프 거의 전원을 물갈이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 단장 혼자만 살아남아 오히려 단장으로 승진했다. 단장이 된 뒤엔 한 인터뷰에서 “실패하지 않을 감독을 모셔오겠다”는 발언으로 자신이 보좌했던 감독을 ‘실패한 감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최재영 운영팀장 역시 창단 때부터 스카우트 차장, 팀장, 파트장을 거치며 KT의 스카우트 실패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는 인사지만 도리어 선수단 운영을 책임지는 요직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한 야구인은 “타격 코치로 성과를 못 낸 단장과 스카우트에서 실패만 거듭한 운영팀장이 프런트 핵심을 차지했다”고 비꼬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KT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아직까지 프런트 내에서 단장, 운영팀장을 맡을 만한 적임자가 없다. 아직 구단의 맨파워가 부족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구단의 인적 구성의 한계를 인정했다. 한마디로 ‘맡길 사람이 없어 맡겼다’는 자인이다.

팀은 최하위 수렁에 빠졌는데…프런트는 어디서 뭐하나

이강철 감독은 악조건 속에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강철 감독은 악조건 속에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프런트의 역량 부재는 오프시즌 준비 과정에서 숱한 문제를 노출했다. 같은 야구인 출신 단장을 영입한 LG가 좋은 비교 대상이다.

올 시즌 LG가 잘나가는 데는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고 전력을 꾸린 차명석 단장의 기여가 적지 않다는 게 야구계 중론이다. LG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각종 외부 영입을 단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서 성과를 냈다. 최고의 팜과 2군 훈련시설을 보유하고도 10년 가까이 성과가 없던 육성 파트도 조금씩 체계를 갖춰간다는 평가다.

반면 KT는 4년 연속 최하위권에 그친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일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9위 성적에도, 오프시즌 기간 의미 있는 수준의 전력 보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꼴찌 NC가 양의지 영입 등으로 공격적 전력보강을 한 것과 달리,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겨울을 보냈다.

KT의 오프시즌을 돌아보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경수, 금민철과 계약했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와 재계약했다. 더스틴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 대신 라울 알칸타라와 윌 쿠에바스를 영입해 외국인 몸값을 줄였다. 트레이드로 강민국과 전유수를 데려왔다. 신인 이대은이 합류했다. 대신 3할 타자 이진영이 은퇴하고, 고영표와 심재민은 군에 입대했다. ‘루기(LOOGY)’ 홍성용과 내야수 박기혁이 은퇴해 코치가 됐다. 굳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따지자면 마이너스 쪽에 더 가깝다.

베테랑을 정리하면서 KT가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육성’이다. 육성은 KT가 창단 때부터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다. 창단한지 5년째 된 팀이 아직도 육성을 얘기하는 건 웃지 못할 일다. 구단의 명운을 걸고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할 시기에 뜬금없이 ‘육성’ 구호를 들고나온 KT다.

올 시즌 KT는 고졸 신인 손동현이 팀의 승패가 걸린 중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다. 다른 팀이었다면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할 유망주다. 이제 고졸 2년 차인 강백호가 지구를 짊어진 아틀라스처럼 부담 가득한 상황에 경기를 치른다. 이강철 감독은 이런 상황을 놓고 “선수들에게 미안해 죽겠다”고 했다. 이래서야 창단 첫 시즌인 2015년과 달라진 게 없다. 육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다.

꼴찌 전력을 갖고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강백호 투수 겸업부터 황재균 유격수까지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전력으로 똑같은 야구를 해서는 똑같은 결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파격 실험으로 이어졌다. 이런 시도는 몇 경기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현재 KT는 지난해와 비슷한 선수 구성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야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KT 프런트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보이질 않는다. KT 스포츠단은 현재 그룹 채용비리 의혹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야구단 차원에서 트레이드 등 전력보강을 위한 움직임도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 트레이드를 논의하기 이른 시기라는 시선도 있지만, 불과 2년 전인 2017년만 해도 4월부터 여러 건의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된 바 있다.

전임 임종택 단장은 야구인 출신은 아니었지만, 야구단 단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선수단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트레이드 등 전력 보강과 현장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반면 현재 단장과 운영팀장은 더그아웃 주변과 선수단 식당, 라커룸에서 수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단장과 운영팀장이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한다는 소문도 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숭용 단장은 임명 당시 ‘나중에 감독이 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분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하고 있다. 항간의 소문처럼 단장이 현장에 개입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KT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는 건, 앞으로 남은 시즌 얼마든지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KT 한 코치는 우리 팀은 선수 뎁스가 두텁지 못하다. 혹시라도 주전 가운데 부상자가 발생하면 타격이 크다고 했다. 운이 따르는 동안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한 뒤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프런트가 프런트다운 역할을 해야 할 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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