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주전 3루수 꿰찬 장영석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 3할 타율로 컨택트 능력도 향상돼

-올해부터 ‘도끼 배트’ 사용해 타구 질 향상과 부상 방지 효과 노린다

-장영석 “개인 목표 없다, 팀에 도움 될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것”

올 시즌 김민성이 떠난 키움 3루수 자리를 꿰찬 장영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김민성이 떠난 키움 3루수 자리를 꿰찬 장영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키벤저스(키움+어벤저스)’ 세계관과 MCU의 공통점은, 새로운 영웅이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캡틴이 미국야구에 진출하느라 자릴 비워도, 어제까지 영웅이 하루아침에 빌런이 돼도, 히어로 몇몇이 먼지처럼 사라져도. 어김없이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해 빈자리를 말끔히 채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은 또 한명의 친숙한 영웅과 작별했다. 주전 3루수 김민성이 ‘사인&트레이드’로 서울 라이벌팀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5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 LG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김민성의 모습은, 마치 호크아이가 배트수트를 입은 것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키움 주전 3루수 빈자리가 생각만큼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만년 기대주였던 장영석이 올 시즌 확실한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아,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5월 8일 현재까지 성적은 36경기 타율 0.300에 5홈런 39타점 0.479의 장타율.

삼진은 줄고, 컨택트 능력은 향상됐다.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높아졌다.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찬 스윙이 투수를 겁나게 한다.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는 0.94승으로 3루수 가운데 SK 최 정(1.49승)과 삼성 이원석(1.12승)에 이은 3위. 추가한 승리확률(WPA)은 1.47로 최 정(1.64)에 이은 3루수 2위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7일 고척에서 만난 장영석은 잘 쉬고, 잘 먹는 게 첫번째다. 나만의 연습방법을 고집있게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비결이라 했다. 이사람 저사람 말에 갈대처럼 흔들리던 예전과 달리, 자신만의 방식을 뚝심있게 밀어붙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경기장에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삼진을 당하면 화를 내고, 중요한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면 분을 감추지 못한다. 강한 승부욕과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에 대해 장영석은 손사래를 치며 “원래도 그렇게 (표현을) 했었다. 저는 예전 그대로”라고 해명했다.

아무래도 전보다 중계 카메라에 자주 모습을 비추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전에도 감정 표현은 했는데,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을 뿐이죠. 저는 똑같아요. 경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감정이 드러나는 거죠.

올 시즌부터 ‘도끼 배트’ 사용…꾸준한 활약의 숨은 비결

장영석이 쓰는 배트는 일반적인 둥근 노브 대신 비대칭 타원형 형태로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장영석이 쓰는 배트는 일반적인 둥근 노브 대신 비대칭 타원형 형태로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기술적인 변화는 없을까.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 사용하는 배트가 바뀌었다. 올 시즌 장영석은 배트 손잡이 부분인 ‘노브’를 비대칭 타원형으로 디자인한 이른바 ‘도끼 배트’를 사용한다. 방망이 끝이 둥근 손잡이 형태로 된 일반적인 배트와는 달리, 도끼 배트는 노브를 마치 도끼 손잡이처럼 대각선 형태로 만든 게 특징이다.

작년 시즌 때 처음 이런 배트를 받아서 써봤는데, 손에도 잘 맞고 느낌이 괜찮더라구요.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장영석의 말이다. 효과는 크게 두 가지에요. 타구 발사 각도를 높여주고, 손목과 손바닥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도끼 배트는 1990년 미국의 야구팬이자 목공예가인 브루스 라이너트(Bruce Leinert)가 처음 고안해 2007년 미국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2009년엔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인 바덴 스포츠가 20년간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고, ‘액스’라는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장영석은 국내 배트제조사에 도끼형 노브 제작을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

비제이 굽타 교수의 연구자료에 나온 배트 그립 비교. 슬러거 중에는 노브 끝을 거머쥐는 변형 그립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배트와 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고, 손의 특정 부위에만 힘이 집중되는 단점도 있는데 도끼 배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변형 그립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손바닥의 특정 부위가 아닌 전체를 사용해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도끼 배트의 특징이다(사진=Biomechanical Study of the New Axe Handle Baseball Bats and Comparison with Standard Round Knob Bats)
비제이 굽타 교수의 연구자료에 나온 배트 그립 비교. 슬러거 중에는 노브 끝을 거머쥐는 변형 그립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배트와 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고, 손의 특정 부위에만 힘이 집중되는 단점도 있는데 도끼 배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변형 그립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손바닥의 특정 부위가 아닌 전체를 사용해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도끼 배트의 특징이다(사진=Biomechanical Study of the New Axe Handle Baseball Bats and Comparison with Standard Round Knob Bats)

UCLA 엔지니어링 교수인 비제이 굽타(Vijay Gupta)는 타자의 슬로우 모션 영상 분석을 통해 도끼 배트가 스윙 효율성과 제어력을 향상시키고, 유구골과 척골 신경 손상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끼형 손잡이는 일반 배트보다 잡기 편안하고, 방망이를 더 세게 쥘 수 있다. 또 기존 노브처럼 돌출된 부분이 타자의 손바닥에 압력을 가하거나 찌르는 문제도 없다.

타구 질이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도끼 배트는 손잡이를 쥔 손의 긴장을 줄이고, 힘의 낭비 없이 더 많은 힘을 배트에서 공으로 전달할 수 있다. 배트가 손 전체에 밀착하기 때문에 배트 컨트롤도 용이하다. 또 더 큰 스윙 각에 걸쳐 힘을 가하면서, 추가적인 배트 회전 속도가 생기는 장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액스’ 홈페이지에는 “배트 스피드의 향상, 배럴타구 증가”를 대표적인 효과로 언급하고 있다.

장영석은 배트 노브를 '도끼 손잡이' 형태로 깎아서 사용하고 있다(사진=키움)
장영석은 배트 노브를 '도끼 손잡이' 형태로 깎아서 사용하고 있다(사진=키움)

아직 도끼 배트는 KBO리그에서 대중화된 제품은 아니다. 도끼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는 현재까지 장영석이 유일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미 롤린스, 더스틴 페드로이아, 호머 베일리 외엔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대학야구, 고교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는 도끼 배트다.

‘생소함’이 원인이다. 어려서부터 잡던 그립과 달라서 그런지, 다른 선수들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 하더라구요. 제가 이 배트를 쓰는 걸 보고는 신기해 하기도 하구요. 장영석의 말이다. 메이저리거 가운데 대표적인 도끼 배트 사용자였던 지미 롤린스도 팬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처음 사용했을 때 정말 이상했다. 배트를 ‘제대로’ 잡는데 신경써야 했고, ‘어떻게 하면 이걸 야구 배트처럼 스윙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프로 선수들은 한번 실패하면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장영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저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좋은 게 있으면 일단 써보고,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 도전정신이 올 시즌 3할 타율과 높은 컨택트 성공률,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으로 결과를 내고 있다.

남은 시즌 장영석의 목표도 기록보다는 ‘꾸준한 활약’이다. 장영석은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제 방식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개인 기록 목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단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팀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까,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 이 느낌을 계속 가져가야죠.” 도끼 아이템 장착으로 더 강해진 키벤저스의 새 영웅, 장영석의 다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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