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확’ 달라진 박계범, 삼성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박계범 “힘겹게 잡은 기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2019년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길 바란다”

-흐뭇한 김한수 감독 “(박)계범이가 2군에서 올라와 아주 잘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대구]

야구는 제 전부입니다. 야구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의 말이다.

박계범은 2013년 8월 26일 ‘2014년 KBO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입단한 지 어느덧 6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박계범은 지난해까지 선발로 나선 경기가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그랬던 박계범이 삼성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4월 18일 내야수 손주인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박계범은 같은 날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이학주를 대신해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박계범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년 만에 1군 타석에 들어선 박계범은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대 4 승리를 이끌었다. 4월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는 등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0.341를 기록한 박계범은 삼성의 미래가 됐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박)계범이가 2군에서 올라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다지금과 같은 타격감을 유지하면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웃는 날이 많아진 박계범은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오랫동안 1군에 남아있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시간이 흘러 올 한해를 돌아봤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했다’란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잃을 게 없었던 박계범 “힘겹게 잡은 기회, 무조건 잡아야죠”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얼떨떨합니다(웃음). 처음엔 ‘못 해도 하고 싶은 거 하자’고 계속 되뇌었어요. 전 잃을 게 없잖아요. 후회 없이 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습니다. 경기 출전이 늘어나면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다. 꼭 붙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한편으론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고요. 기회가 있을 때 잘해야죠.

알고 보면 프로 6년 차 입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프로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죠. 2013년 8월 26일 '2014년 KBO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에 지명되고 지난해까진 ‘프로’라고 평가하기엔 어려운 거 같아요. 프로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죠. 경기에 뛰지 못하고, 기록이 좋지 않은 날이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중심을 못 잡았던 거 같습니다(웃음).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계기가 있습니까.

‘한국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어른이 된다’고 하잖아요(하하). 제가 딱 그런 사례입니다. 전 보통 야구 선수보다 빠른 21세에 입대했어요. 그곳(상무)에서 야구를 다시 배웠죠. kt 위즈 (문)상철이 형, (강)민국이 형 등을 보면서 프로선수의 자세, 훈련, 몸 관리 등은 어찌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꾸준한 경기 출전으로 자신감도 붙었죠. 또 있네요.

어떤 거죠?

군대에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았습니다. 매일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한데 한두 경기 결과에 너무 실망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때 무언가에 쫓기듯 서두른 건 아니었는지 고민했고요. 아쉬웠던 과거를 하나둘 돌아본 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웃음).

“야구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싶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사진=삼성)

4월 18일 프로 입단 6년 만에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선 적은 있지만 선발은 처음이었어요.

엄청나게 떨렸죠(웃음). 이전까진 1군 타석에 서 본적도 없었어요. 처음 선발로 나선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 긴장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난 잃을 게 없다. 후회 없이 한 번 해보자’고 계속 다짐한 게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어요. 제가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5대 4 팀 승리를 도왔죠. 끝나고 나서도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더라고요.

남몰래 흘린 땀방울의 결실일까요.

행운이 많이 따른 거 같습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등 ‘뭘 해도 되는 날’이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프로 입단 6년 만에 진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니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죠.

본인에게도 특별한 하루였겠지만, 부모님도 남다른 감정을 느꼈을 거 같습니다.

지인들이 저보다 더 기뻐해 주셨죠. 하나같이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은 최대한 부담을 안 주려고 가볍게 축하 인사만 해주셨어요. 항상 제 걱정이 많으셨을 텐데 부모님을 웃게 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옅은 미소).

박계범의 맹활약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4월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3안타 경기를 했습니다.

안타, 2루타, 3루타를 쳤죠. 홈런만 더했으면 사이클링히트였습니다(웃음). 첫 선발 경기를 치른 이후 자신감이 붙었어요. 타격에 들어설 때 긴장감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수비에선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실수하면 어쩌지’란 불안감이 있어요.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하는 방법뿐인 거 같습니다.

타석에서 홈런 빼고 다 쳐봤습니다. 조만간 프로 첫 홈런 소식 기대해도 될까요(웃음).

솔직히 경기에 나설 때마다 홈런 욕심이 있습니다(하하). 프로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 땐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 하지만, 무리하진 말아야죠. 홈런이란 게 내가 치고 싶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 홈런 타자도 아니고요.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서다 보면 언젠가 하나는 치지 않겠어요?

박계범의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힘들게 기회를 잡은 만큼 오랫동안 1군에 남아있고 싶습니다. 올 시즌 끝날 때까지 2군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야죠. 올 시즌을 마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2019년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했다’라고.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합니다(웃음).

박계범이 하고 싶은 건 무엇입니까.

언제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제가 해야 할 걸 하는 거요. 어떤 투수를 만나도 제 스윙을 하고 싶습니다. 결과는 그다음이에요. 잘하든 못하든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꾸준한 경기 출전이 가장 중요하니, 지금보다 더 훈련에 매진해야죠(웃음).

야구란 무엇입니까.

처음엔 축구를 잘했어요. 친구들하고 방과 후면 공 차고 노는 게 일상이었죠. 재능이 있었는지 다른 학교 축구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순천북초등학교)엔 야구부밖에 없었어요. 축구가 좋았지만,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전학은 생각도 안 했죠. 때마침 야구부 감독께서 ‘야구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야구는 제 전부에요. 야구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습니다(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