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념’ 임주완·유수호 캐스터 특별 중계 이벤트
-한국 스포츠 중계 역사의 산증인인 임주완 캐스터
-“예전 열정 그대로, 늙었어도 내 마이크는 여전히 청춘”
-“특별 중계 부담감? 시청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다.”

임주완 캐스터의 얼굴엔 흘러간 긴 세월이 어느새 쌓여 있었다. 그래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임주완 캐스터의 얼굴엔 흘러간 긴 세월이 어느새 쌓여 있었다. 그래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을 뜻한다. 철없던 시절에도 스승이 있었기에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승이 걸어온 길을 보고 배운 제자들은 또 다른 이의 스승이 된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잠시 잊고 지낸 은사에게 연락해 오랜 감사함을 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 스포츠 캐스터의 세계에서도 잊을 수 없는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은 바로 청량감 있는 호탕한 목소리로 스포츠 현장을 생생히 중계하던 임주완 캐스터다.

1973년 MBC에 입사한 임주완 캐스터는 국제 대회를 포함한 수많은 스포츠 경기 중계를 도맡아 이름을 날렸다. 1982년 KBO리그 원년 개막전에서 임주완 캐스터는 허구연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추며 프로야구 중계의 첫걸음을 떼기도 했다. 이처럼 야구뿐만 아니라 2002 한·일 월드컵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로도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바로 임주완 캐스터다.

이처럼 임주완 캐스터의 중계를 자주 들었던 KBO리그 올드 팬들이 반가워할 소식이 있다. MBC SPORTS+는 스승의 날을 맞이해 임주완 캐스터와 유수호 캐스터를 5월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에 초대하는 특별 중계를 마련했다. 임주완 캐스터의 애제자인 한명재 캐스터와 원년 개막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허구연 해설위원이 함께 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스승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2001년 회사에 입사했을 때 유일하게 있던 선배가 임주완 선배였습니다. 그때 저에겐 매우 큰 버팀목이었어요. 스포츠 캐스터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걸 배웠죠. 중계 준비부터 시작해 현장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까지요.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중계에서도 많은 걸 가르쳐주신 ‘스승’입니다. 쉬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배의 중계는 제가 따라 할 수 없었기에 더 부러웠습니다. 제가 취준생일 때 듣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돼 설렙니다(웃음). 한명재 캐스터의 말이다.

엠스플뉴스는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야구팬들 앞에 설 임주완 캐스터를 중계 하루 전 직접 만났다. “겉으로 늙었어도 내 마이크는 여전히 청춘이야. 있는 그대로 변하지 않은 내 실력을 보여줘야지. 평가는 시청자들이 해주시는 거잖아.” 임주완 캐스터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야구팬들과의 재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 스포츠 중계 역사의 산증인인 임주완 캐스터

올해 나이 일흔넷이지만, 임주완 캐스터의 눈빛과 목소리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하나를 물어보면 둘과 셋까지 대답이 나올 정도로 임주완 캐스터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해 나이 일흔넷이지만, 임주완 캐스터의 눈빛과 목소리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하나를 물어보면 둘과 셋까지 대답이 나올 정도로 임주완 캐스터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그대로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내 나이가 벌써 일흔넷이야. 요샌 집에서 TV로 스포츠 중계를 자주 봐요. 그래도 목소리는 여전히 쓸 만해. 내가 다니는 교회 찬양대에서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한다니까.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이 목소리가 안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아직 ‘하이 테너’ 수준으로 옥타브가 올라가거든(웃음).

스포츠 캐스터 계의 전설답게 여전하십니다(웃음). 그 전설의 시작이 궁금한데요. 스포츠 캐스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보는 걸 정말 좋아했지. 야구와 축구, 그리고 탁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았어. 입사 전에도 중계 연습을 혼자서 많이 했는데 어느 날 동대문 축구장에 경기를 보러 간 거야. 골대 뒤에서 혼자 중계 연습을 크게 해봤는데 그게 회사 사람들 눈에 들어 왔나 봐. 나보고 갑자기 프로그램 MC를 할 생각이 없냐고 말하더라고. ‘나는 신장이 작으니까 MC를 못 하겠다. 대신 스포츠 중계를 하겠다’고 말했지(웃음).

그 이후 수많은 스포츠 중계를 직접 담당했습니다.

‘좌판’을 벌렸다고 표현해야 하나(웃음). 수많은 종목을 다 중계해봤지.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는 한 가지 종목만 할 순 없잖아. 개막식과 폐막식 중계도 해야 하고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였지. 그때도 방송국끼리 시청률 경쟁이 치열했어요. 시청률에서 지면 초상집이고, 이기면 기분 좋게 술 한잔을 했지(웃음).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가 있으십니까.

당연히 2002 한·일 월드컵이지. 차범근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했는데 그걸 잊을 수가 있나. 시청률 1위도 우리가 했잖아(웃음). 그 외에도 1986 서울 아시아경기대회·1988 서울 올림픽·1991 지바 탁구선수권대회·1994년 미국 월드컵·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도 다 그 현장에 있었지. 1980년대엔 당시 우리나라와 수교가 안 됐던 쿠바와 중국에 가서도 중계한 기억이 있어요. 한국 방송 중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지.

“홈런 멘트는 은유 시인의 시 낭송처럼”

임주완 캐스터와 허구연 해설위원은 KBO리그 원년 개막전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임주완 캐스터는 “허구연 해설과 함께 야구 중계 단어도 고쳐 나간 기억이 난다. 데드볼을 힛 바이 피치 더 볼, 워크를 볼넷 등으로 바꿔 중계하기 시작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임주완 캐스터와 허구연 해설위원은 KBO리그 원년 개막전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임주완 캐스터는 “허구연 해설과 함께 야구 중계 단어도 고쳐 나간 기억이 난다. 데드볼을 힛 바이 피치 더 볼, 워크를 볼넷 등으로 바꿔 중계하기 시작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 얘길 하자면 KBO리그 원년 개막전 마이크도 잡으셨는데요.

그때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 MBC 청룡의 이종도가 끝내기 만루 홈런을 쳤는데 천지가 뒤집어진 줄 알았어. 그때부터 허구연 해설위원과도 계속 호흡을 맞췄어요.

홈런 당시 멘트가 기억나십니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지(웃음).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캐스터로서 홈런이 나오면 호떡집 불난 것처럼 괴성을 지를 필요가 없다는 거야. 진짜 멋있는 멘트는 조용히 은유 시인처럼 시 낭송을 하듯이 말하는 거지. 캐스터는 갑자기 흥분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고 떠들면 안 돼. 그저 ‘홈런! 홈런!’만 외치면 안 된다는 거야.

그저 소리만 지르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군요.

그렇지. 중계도 어떻게 감칠맛 나게 할지 고민해야 해. 시청자들이 청량감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거지. ‘아 참 기분 좋은 홈런입니다’와 같은 간단한 멘트도 운율을 잘 살리면 그저 소리만 지르는 것보단 나을 거야.

2000년대 중반엔 EPL 중계로도 젊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셨는데요.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의 중계를 자주 맡았던 기억이 납니다.

(박)지성이랑은 일본 J리그에서 뛸 때부터 가깝게 지냈어. 사실 EPL 중계를 내가 맡을 줄은 몰랐지. 당시 열심히 중계했는데 이젠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이 유럽 축구 무대를 휘젓고 다니더라고. ‘우리의 박지성’ 덕분에 즐겁게 중계한 기억이 나네(웃음).

“있는 그대로 여전한 ‘임주완’만의 중계를 보여드리겠다.”

MBC SPORTS+는 5월 15일 잠실 삼성-두산전에서 임주완 캐스터와 유수호 캐스터를 초대해 스승의 날 기념 특별 중계에 나선다(사진=엠스플뉴스)
MBC SPORTS+는 5월 15일 잠실 삼성-두산전에서 임주완 캐스터와 유수호 캐스터를 초대해 스승의 날 기념 특별 중계에 나선다(사진=엠스플뉴스)

‘스승의 날’ 기념으로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으시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스승의 날이라고 이렇게 초대를 해주니 감회가 새롭지. 나이가 들어서 늙었지만, 아직 내 마이크는 청춘이야(웃음). 여전히 젊었을 때 그 감정 그대로지.

한 회사에서 동고동락한 후배인 한명재 캐스터와도 뜻깊은 호흡을 맞출 텐데요.

그렇지. 옛날에 내가 다 책임지고 후배 캐스터들을 가르쳤어. 특히 한명재 캐스터가 가장 부족함이 없이 계속 잘하고 있지. 아는 것도 많고 성실한 데다 인품까지 좋잖아. 정말 의리가 있는 후배야.

최근 후배 캐스터들의 중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다들 정말 훌륭해. 젊은 후배들이 정말 연습을 많이 하는 듯싶어. 공부를 잘하니까 아는 지식도 많고. 옛날엔 스포츠 중계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았어. 야구 중계만 전문적으로 할 순 없었지. 이제 전문가의 시대잖아. 전문가가 안 되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

그만큼 자신이 중계하는 스포츠를 정말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중계하는 종목은 몸소 체험해봐야 해. 그래야 신명 나게 중계할 수 있는 거야. 그 감각을 아니까 말이지. 나도 예전엔 회사 야구단 멤버였거든. 외야수로 열심히 뛰었어(웃음). 캐스터라면 축구 중계를 할 땐 축구를 직접 할 줄 알아야 하고, 야구도 마찬가지야. 몸으로 직접 부딪쳐 봐야 해.

오랜만에 만나는 야구팬들에게 어떤 중계를 보여드리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변하면 안 돼. 심지어 1000년을 살더라도 원래의 몸과 정신을 그대로 유지해야지. 더 잘난 척할 필요도 없고, 못하는 척할 필요도 없어. 예전과 똑같은 내 것 그대로를 야구팬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거야. 평가는 시청자들이 하시는 거지. ‘저 영감도 이제 늙었구나’ 혹은 ‘아직도 그대로 구나’ 등 어떤 평가가 나와도 상관없어. 나는 이제 담담해. 예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은 실력을 보여드리도록 잘 준비할 생각이야.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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