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예정된 '2020 신인 1차 지명', 올해는 전통적 ‘피해자들’이 수혜 입는 분위기

-서울권은 박주홍, 이민호 외에 확실한 후보 없어 안개 속

-인천, 경기, 대전 등은 예년과 달리 유망주 ‘풍성’

-신경현 아들 신지후, 정회열 아들 정해영 등 ‘야구인 2세’도 눈길

2020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박주홍, 이민호(사진=엠스플뉴스)
2020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박주홍, 이민호(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기본적으로 신인 1차 지명은 ‘불공정 경쟁’이다. 2018 한화 1차 지명 신인 성시헌은 불과 1년 만에 방출당했다. NC 1차 지명 후보였던 선수들은 롯데가 2차 7라운드, 10라운드에서 지명했다. KT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2차 1라운드 지명자가 1차 지명자보다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이처럼 1차 지명은 전력 평준화를 위해 약한 팀이 좋은 유망주를 먼저 데려가는 드래프트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최고의 유망주부터 먼저 선택을 받는 드래프트 제도의 원리에도 위배된다. 인구와 부와 자원이 집중된 서울과 일부 대도시 구단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지방팀과 신생구단에는 가혹할 만큼 불리한 제도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그간 1차 지명에서 피눈물을 흘렸던 팀들은 연고지에 오랜만에 등장한 대어급 유망주들을 보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1차 지명의 수혜를 봤던 서울과 대도시 쪽은 예년보다 1차 지명감 후보가 많지 않아 입맛을 다시는 중이다. 7월 1일로 예정된 2020 신인 1차 지명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는 미래 스타는 누가 될지, 엠스플뉴스가 미리 알아봤다.

서울권: 박주홍 vs 이민호 2파전, 관심 가는 두산의 선택

올 시즌 평가가 급상승한 휘문고 우완 이민호(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평가가 급상승한 휘문고 우완 이민호(사진=엠스플뉴스)

LG, 키움, 두산이 차례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올해 서울권은 장충고 외야수 박주홍과 휘문고 우완투수 이민호의 2파전 양상이다. 좌투좌타에 186cm-88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박주홍은 2학년인 지난해만 홈런 5방을 때려낸 고교야구 대표 거포. 타격능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고교 레벨 최고의 기대주다. 김재환과 비슷한 타격폼에서 나오는 로파워와 게임 파워가 모두 뛰어나고, 타석에서 인내심과 멘탈도 좋다는 평가다.

한편 이민호는 우투우타에 186cm-94kg의 체격조건을 갖춘 서울권 투수 최고 유망주. 최고 150km/h대에 달하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커터성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신체조건은 물론 운동능력이 좋고,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투구폼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는 평가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야구계에선 박주홍을 0순위, 이민호를 2순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전기 주말리그에서 이민호가 등판하는 경기마다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주가를 끌어올린 까닭이다. 경기 경험이나 운영 능력에 대한 우려도 압도적인 구위로 지워 없앴다. 서울권 최우선 지명권을 가진 LG로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LG의 선택에 따라 지명 선수가 크게 달라질 키움 역시 마찬가지.

문제는 세 번째로 지명권을 행사할 두산이다. 덕수고의 완성형 좌완 정구범이 1차 지명 대상이라면 두산도 아쉬울 게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구범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야구를 경험한 뒤 돌아온 선수다. 이 때문에 정구범을 ‘유급’한 선수로 분류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지난해 열린 스카우트 회의에선 유급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향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단 우려도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선수가 서울고 우완 강 민이다. 키 188cm에 87kg의 체격을 갖춘 강 민은 중학교 시절부터 서울권에서 이름을 날린 유망주. 140km/h 초·중반대의 패스트볼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일각에선 두산이라면 현재 거론되는 후보 대신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예상 외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천과 경기: 이 얼마만의 유망주 풍년인가

타자로도, 투수로도 일류. 이도류 안인산(사진=엠스플뉴스)
타자로도, 투수로도 일류. 이도류 안인산(사진=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의 연고지인 인천과 KT 위즈 연고의 수원, 그리고 경기 지역은 예년까지만 해도 확실한 1차 지명감 유망주가 없어 애태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SK는 1차 지명 후보가 세 명이다. 야탑고의 완성형 좌완투수 오원석, 야탑고의 ‘오타니’ 안인산, 여기에 인천고 좌완 박시후가 후보로 경합한다.

현재까지는 안인산과 오원석의 2파전 양상이다. 안인산은 저학년 때부터 고교야구의 ‘이도류’로 큰 주목을 받은 선수다. 다만 강백호가 투수보다는 타자 쪽에 무게가 쏠렸다면, 안인산은 타자보다는 투수 쪽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타고난 힘과 두꺼운 하체를 바탕으로 던지는 최고 150km/h대 패스트볼이 안인산의 강점.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에 슬라이더를 세컨 피치로 구사한다. 야구계의 최신 이론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스마트한’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올해는 아직 투수로는 등판하지 않고 타자로만 출전하고 있다.

같은 학교 소속인 오원석은 패스트볼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팔 스윙과 높은 타점이 장점이다. 브레이킹 볼은 물론 투심, 체인지업 등의 레파토리를 갖추고 있어 우타자 상대로도 경쟁력이 있다.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고 ‘증속’에 성공하면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할 유망주다.

KT 위즈도 1차 지명 후보가 두 명이다. 가장 앞서가는 투수는 유신고 우완 소형준. 중학교 시절부터 장재영(덕수고)과 함께 최고의 에이스이자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키 186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 부드러운 투구폼을 바탕으로, 140km/h 중후반대 회전력이 좋은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도 수준급이다. 2년 선배 김 민처럼 빠르게 프로에 안착해 선발투수로 활약할 재목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여기에 다크호스로 부천고 우완 홍원표의 이름도 거론된다. 1학년 때부터 주축 투수로 활약한 홍원표는 좋은 신체조건에 140km/h 후반대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많은 등판 경험을 통해 쌓은 경기 운영 능력도 수준급. 올해도 5경기에 등판해 0.95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KT로선 행복한 고민을 하게 생겼다.

대전과 광주: ‘야구인 2세’ 1차 지명?

신경현 전 한화 코치의 아들 신지후는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신경현 전 한화 코치의 아들 신지후는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1차 지명 선수를 1년 만에 방출하는 설움을 맛봤던 한화. 그러나 올해는 1차 지명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구단이 탐낼만한 1차 지명감 유망주가 셋이나 되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북일고 우완 신지후. 전 한화 포수 신경현의 아들로 2미터 가까운 장신에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진다. 긁히는 날엔 타자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다.

대전고 좌완 홍민기와 우완 한건희도 매력적인 유망주다. 홍민기는 150km/h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할’ 좌완투수. 지난해까지는 제구가 흔들리며 대량실점 하는 경기가 종종 나왔지만, 올해는 4경기 평균자책 1.69로 꾸준히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상체만이 아니라 하체를 이용해 던질 줄 아는 투수란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편 주로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한건희는 140km/h 중후반대 힘 있는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찍어 누르듯’ 던지는 패스트볼의 구위와 움직임이 뛰어나다. 3파전 양상에서 현재까지는 신지후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홍민기 지명 가능성이 생긴 2차 1라운드 상위 지명권 보유 구단들은 내심 쾌재를 부르는 중이란 얘기도 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광주일고 투수 정해영(사진=엠스플뉴스)
아버지를 쏙 빼닮은 광주일고 투수 정해영(사진=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는 광주일고 투수 정해영과 외야수 박시원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해영은 지난해 광주일고를 황금사자기 정상으로 이끈 주역. 아버지(KIA 정회열 전력분석원)를 쏙 빼닮은 외모에 뛰어난 제구력과 야구 본능을 자랑한다. 경기 운영능력이 좋고, 영리한 투구로 타자와의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갈 줄 아는 투수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km/h 초반대로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게 옥에 티다.

한편, 외야수 박시원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정교한 컨택트 능력을 겸비한 만능선수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33경기에서 때려낸 3루타만 무려 10개. 도루도 18개나 기록했다. 프로에서 수준급 리드오프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KIA가 야구인 2세와 미래 리드오프 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대구, 부산, 창원: 우완 투수 유망주가 ‘1순위’

최충연-원태인의 뒤를 잇는 대구 우완 황동재(사진=엠스플뉴스)
최충연-원태인의 뒤를 잇는 대구 우완 황동재(사진=엠스플뉴스)

최충연, 원태인에 이어 올해도 삼성은 고교 정상급 우완투수를 손에 넣을 전망이다. 경북고 우완투수 황동재가 삼성의 선택을 받을 주인공. 190cm의 장신에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140km/h 중반 패스트볼, 여기에 큰 키와 높은 타점을 이용한 커브가 주무기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운영 능력이나 싸움닭 기질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투수 유망주로는 대구고 사이드암 한연욱, 좌완 이승민도 있지만 황동재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롯데 자이언츠는 경남고 우완 최준용이 가장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다. 중학교 때부터 완성형 투수로 주목을 받은 최준용은 140km/h 초·중반대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과 드롭성 커브를 던진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타점이 높고, 공의 각이 좋고, 무엇보다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예년까지 부산지역 1차지명 선수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어 경남고의 ‘퓨어 컨택트 히터’ 이주형(2루수), 부산고 우완 한승주, 부산정보고 우완 남지민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제일 가능성이 높은 카드는 최준용이다.

NC 연고지에 오랜만에 등장한 투수 유망주 김태경(사진=엠스플뉴스)
NC 연고지에 오랜만에 등장한 투수 유망주 김태경(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까지 1차 지명 때마다 눈물을 쏟았던 NC 다이노스는 올해 마산용마고 김태경이 있어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188cm의 장신에 140km/h 초중반대 힘있는 패스트볼,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김태경은 최근 몇년간 NC가 상위 지명한 투수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렇다고 1차 지명이 불공정 경쟁이란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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