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투수 고우석, 마무리 전환 뒤 ERA ‘0’ 맹활약
-‘일언 매직’의 수혜자 고우석 “코치님 칭찬 덕분에 자신감 UP”
-“마무리 롤 모델은 오승환과 리베라, 평정심을 잃지 않겠다.”
-“올 시즌 목표는 20세이브, 가을야구 위한 현수 형과의 내기다.”

LG 트윈스의 새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마무리 전환 뒤 평균자책 0의 완벽투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LG 트윈스의 새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마무리 전환 뒤 평균자책 0의 완벽투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생각이 없다. 이 생각이 없다는 표현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오로지 상대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하나에만 집중한단 뜻이다.

사실 고우석은 평소 ‘마무리 투수’로서 등판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긴 했었다. 그러다 고우석에게 갑작스러운 마무리 기회가 찾아왔다. 기존 마무리 정찬헌의 허리 부상 이탈로 4월 21일부터 마무리 자리에 오른 고우석은 이후 9경기(10.1이닝) 등판 1승 6세이브 7탈삼진 3볼넷 평균자책 0의 완벽투를 보여줬다.

마운드 위의 무표정과 150km/h에 가까운 강속구를 구사하는 마무리 고우석을 보면 저절로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이 떠오른다. 고우석의 마무리 롤 모델 역시 오승환이다. 이처럼 리그 최고의 마무리를 꿈꾸는 고우석의 올 시즌 목표는 ‘20세이브’다. 공교롭게도 팀 선배 임찬규는 고우석을 가리켜 LG의 ‘20년’을 책임질 투수라고 언급했다.

LG의 20년을 책임질 마무리라면 무언가 달라야 한다. “그저 그런 투수로 남고 싶지 않다”는 고우석의 남다른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20년 LG 마운드’를 책임질 적임자는 고우석

고우석은 마운드 위에서 오로지 미트만 바라보고 공을 던진다. 생각 없이 공을 던진다는 표현은 고우석에게 나쁜 뜻이 아니다(사진=LG)
고우석은 마운드 위에서 오로지 미트만 바라보고 공을 던진다. 생각 없이 공을 던진다는 표현은 고우석에게 나쁜 뜻이 아니다(사진=LG)

마무리 투수가 맞는 옷인 듯싶다. 굳건한 활약이 대단하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웃음). 예전처럼 똑같이 1이닝을 막는단 생각으로 던진다. 게다가 내가 잘해서 마무리 자리에 올라간 게 아니다. (정)찬헌이 형이 아파서 맡은 자리지 않나. 마무리로 자리 잡겠단 생각보단 이왕 기회가 왔으니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뿐이다.

언젠가 마무리 자리에 오를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나.

평소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건 맞다(웃음). 그게 도움이 되더라. 큰 부담감을 안 느끼려고 노력하는데 마운드 위에 올라간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등판 전에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에 집중한다. 매일 이길 순 없지 않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주고 싶다. 최대한 안 흔들리는 투구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마무리 전환 당일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앞으로 쌓을 수 있는 대기록의 첫걸음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첫 세이브라 의미가 컸다. 그렇게 등판마다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목표다. 앞으로 세이브 누적 기록은 먼 얘기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도 따라오지 않을까.

마무리 전환 뒤 말 그대로 평균자책 0 완벽투를 보여주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결과가 괜찮은 건 맞다. 아무래도 힘든 등판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처음부터 나왔으니까 자신감을 계속 얻는 듯싶다. 또 마무리 투수를 하기 전부터 최일언 투수코치님과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거기서 힘을 얻었다.

‘일언 매직’의 또 다른 수혜자인가(웃음).

투구 폼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도 코치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코치님이 항상 칭찬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지난해부터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코치님의 칭찬을 들으니까 자신감을 오르더라. 설사 빈말이었더라도 나에게 보여준 코치님의 관심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건 분명하다.

‘멘탈 강의’를 종종 하는 임찬규 선수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고 들었다.

정말 (임)찬규 형이 매일 좋은 조언을 해주셨다. 마운드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투구에 집중하게 된 원동력도 찬규 형의 힘이다. 찬규 형이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찬규 형이 계속 좋은 점을 칭찬해주니까 나도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미 차세대 마무리로 점찍어뒀던 게 아닐까(웃음).

그런 듯싶기도 하다(웃음). 예전에 찬규 형이 ‘너는 앞으로 20년 동안 LG 마운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더라. 장난 속에서도 약간 진심이 느껴졌다. 계속 ‘네 공이 진짜 최고’라고 말하니까 풀 죽어 있을 틈이 없다(웃음). 가끔은 진지한 얘기도 해준다. 빨리 돌아오라고 매일 찬규 형한테 연락하고 있다.

고우석의 마무리 롤 모델은 오승환과 리베라 “평정심 잃지 않겠다.”

포수 유강남과 승리 세리모니를 나누는 마무리 고우석의 마무리를 더 자주 보고 싶은 게 LG 팬들의 마음이다(사진=LG)
포수 유강남과 승리 세리모니를 나누는 마무리 고우석의 마무리를 더 자주 보고 싶은 게 LG 팬들의 마음이다(사진=LG)

지난해 얘길 해보면 데뷔 뒤 처음으로 많은 이닝(67이닝)을 소화했기에 LG 팬들의 우려가 컸다. 올 시즌 준비엔 문제가 없었나.

분명히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비시즌 때 아픈 건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받은 등판 기회를 생각하면 올 시즌에 더 성장 못 하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그런 투수로 남고 싶지 않다. 비시즌 동안 더 열심히 운동에만 집중했다.

지난해 투구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계속 지난해 투구 영상을 봤는데 도망가는 투구가 보기 싫었다. 도망가지 않으려면 공이 좋아야 하지 않나. 내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강한 구위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또 나가서 안타를 맞거나 득점을 내주는 것에 관해 마운드 위에서 전혀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냥 강남이 형의 사인을 보고 강남이 형의 미트를 향한 공을 던지는 것만 생각한다.

속구 구속은 만족스러운 편인가.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무려 149.8km/h다.

구속에 큰 신경은 안 쓴다. 내가 공을 던질 때 느낌이 좋으면 된다.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이 제대로 넣는 게 먼저다.

속구와 슬라이더 외에도 다른 변화구를 구사할 생각은 있나.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공만 그대로 던지면 될 듯싶다. 굳이 구종을 하나 더 추가할 필요성은 아직 못 느낀다. 투구 전략에 신경 쓰기보단 마운드 위에서 생각 없이 공을 던지겠다.

마무리 투수로서 롤 모델은 누군가.

(곧바로) 오승환 선배님이다. 한국에서 큰 족적을 남기시고 국외 무대로 진출해 또 활약하시지 않나. 나도 오승환 선배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다음 뛰어넘고 싶은 꿈이 있다. 또 한 명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전설인 마리아노 리베라다.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는 투구가 정말 멋있더라. 어렸을 땐 다 따라 하고 싶었다(웃음). 훌륭한 롤 모델들을 닮고자 더 열심히 운동한 기억이 난다.

마무리를 위해 태어난 듯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앞으로 마무리 투수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내가 공을 던지는 자리는 중요하다고 생각 안 한다. 마운드로 내보냈을 때 믿고 맡길 투수가 된다면 굳이 마무리 자리가 아니어도 된다. 보직 욕심은 크게 없다. 그 상황에 나가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현수 형과의 내기인 ‘20세이브’, 가을야구 위해 꼭 지켜야죠.”

주장 김현수의 헤어스타일 변화에 걸린 고우석의 시즌 20세이브 목표는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사진=LG)
주장 김현수의 헤어스타일 변화에 걸린 고우석의 시즌 20세이브 목표는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사진=LG)

올 시즌이 고우석의 야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분위기다.

(고갤 내저으며) 올 시즌만 하고 야구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 순간이 좋다고 다가올 시간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 좋은 몸 상태로 나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따라올 거다.

마음속으로 세운 올 시즌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수 형과 관련된 얘기인데(웃음).

김현수 선수와 어떤 얘기가 오간 건가(웃음).

현수 형이 20세이브를 달성하면 내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전에 머리에 스크래치를 넣었는데 그걸 따라 하겠다고 해서(웃음). 20세이브를 할 때까지 머리를 기르겠다고 하더라.

목표 수치가 ‘20’세이브인 이유는 무엇인가.

현수 형이 내가 20세이브를 못 하면 가을야구 진출도 힘들어지는 거니까 꼭 목표를 달성하라고 말한 거다. 굳이 세이브가 아니더라도 승리와 홀드, 그리고 세이브까지 합해 20개가 넘는 게 올 시즌 내 목표다(웃음).

2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마무리 고우석을 보면 LG 팬들이 더 흐뭇해할 듯싶다.

LG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게 패한 경기라도 끝까지 아낌없이 응원해주시더라. 경기가 끝난 뒤 인사를 드릴 때도 고생했다고 응원해주시는 걸 보니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든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아오신 LG 팬들에게 더 많은 승리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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