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상에 울상이던 NC, ‘구세주’ 김태진 활약에 한시름 덜었다

-김태진 “선배들의 부상 공백 메워야 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 느낀다”

-“코칭스태프와의 끊임없는 소통이 최근 상승세의 비결”

-“눈앞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긴 호흡과 함께 나아갈 것”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NC 다이노스는 5월부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타선의 중심 나성범(타율 0.366), 박석민(0.298)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까닭이다. 모창민(0.429)은 5월 11일 한 달 만의 복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했다. SK 와이번스(1위)와 두산 베어스(2위) 추격에 박차를 가하는 팀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NC는 흔들리지 않았다. 핵심 세 선수가 빠진 5월 12일 두산전부터 8경기 5승 3패를 기록했다. 2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패하기 전까진 4연승을 질주했다. 야구계가 NC 타선 약화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NC는 올 시즌(5월 23일 오전 기준) 48경기에서 28승 20패를 기록하며 3위에 올라있다.

김태진이 선배들의 부상 공백을 말끔히 메워주고 있다. 2014년 KBO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NC에 입단한 김태진은 지난 시즌까지 23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혀 2013년 IBAF(국제야구연맹) U-18 대회에 출전하는 등 특급 기대주로 불렸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그랬던 김태진이 주축 선수 연쇄부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NC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35경기에서 타율 0.284를 기록 중인 김태진은 5월에만 홈런 3방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4월까지 단 한 번뿐이던 멀티히트 경기도 5월엔 5번이나 있었다.

김태진은 나와는 비교조차 힘든 선배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막중한 책임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6시즌을 마치고 입대해 많은 걸 배웠다. 부담 없는 경기를 치르면서 조급함이 사라졌다. 지난해 9월 전역 후엔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아 자신감까지 붙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신뢰에 보답할 선수가 되도록 굵은 땀방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주'에서 '구세주'가 된 김태진 “코칭스태프와의 끊임없는 소통이 최근 상승세의 비결”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최근 NC의 '구세주'로 맹활약 중입니다.

(나)성범이 형, (박)석민이 형, (모)창민이 형 모두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입니다. 이제 시작인 저와는 비교가 어렵죠. 대선배들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동욱 감독께서 보내주신 신뢰에도 보답해야 하고요. 경기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거 같습니다.

5월 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이후 2개를 더 추가했죠. 5월엔 4월까지 한 번뿐이던 멀티히트 경기도 5번이나 됩니다. 타격감이 올라온 이유가 있을까요.

이전부터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채종범, 이호준 타격 코치께서 무언가를 말해주면 빠짐없이 기억합니다. 제가 먼저 물어볼 때도 많고요. 여러 상황에서 각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거죠. 이렇게 했을 때의 결과와 저렇게 나섰을 때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타격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볼 수 있습니까.

감독께서 제게 늘 말씀하시는 게 있습니다. ‘(김)태진아, 타격할 땐 타이밍을 앞에 두고 쳐라’. 코치분들도 똑같은 조언을 해주세요. 사실 4월까지만 해도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매일같이 물어보고 조언을 받으면서 타격감이 살아났습니다.

최근 상승세는 ‘소통’의 힘이군요(웃음).

채종범, 이호준 코치께서 경기마다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줍니다. 저는 코칭스태프의 말을 종합해 응용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죠.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건 경찰야구단 시절입니다.

병역을 남들보다 일찍 해결했죠. 어린 나이(23)에 군필자가 됐습니다(웃음). 여유가 생긴 거 같아요. 입대 전엔 1군에서 기회를 잡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런 조급함이 줄었습니다. 서두르면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일 수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순간에 집중해야죠. 그리고.

말씀하세요.

경찰야구단에선 1, 2군을 오갈 일이 없었습니다. 부진한 성적을 낸다고 해서 연봉이 깎일 일도 없죠. 부담을 줄이고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스윙을 크게 가져가 보고, 짧게도 쳐보고. 잘된 부분과 안 좋았던 점을 기억하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려고 했습니다. 병역을 마치고선 ‘이렇게 해야겠구나’란 계획을 짰죠.

경찰야구단에선 다양한 포지션도 소화했습니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우익수 등을 번갈아서 맡았습니다. 큰 경험이었죠. 어떤 포지션이 주어지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으니까(웃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가진 모든 기량 보여주고 싶어”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NC 다이노스 김태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경찰야구단에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일까요. 2018년 9월 전역 후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한 참 멀었죠(웃음). 전 아직 주전으로 볼 수 없는 선수입니다. 감독께서 기회를 주는 것에 아주 감사해요. 현재는 선배들의 부상 공백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올 시즌 벌써 36게임을 소화했습니다. 2015년 데뷔 후 3시즌 간 뛴 경기 수(23)보다 많아요. 욕심이 생기지 않습니까.

더 잘해서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웃음).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아직 욕심을 부리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지금보다 더 잘했을 때 욕심을 낼 자격이 주어지는 거잖아요. 지금은 주어진 기회에 온 힘을 다하는 게 맞습니다.

겸손한 거 아닙니까(웃음).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올 시즌 목표가 무엇이냐’고. ‘몇 경기에 나서서 높은 타점을 기록하겠다’보단 길게 보고 싶습니다. 올 시즌만 야구할 거 아니거든요. 연습 때부터 경기에 나갈 자격을 증명하고, 실전에서 신뢰에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죠. 큰 목표는 없습니다. 경기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주고 싶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올 시즌 NC 타격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동욱 감독께서도 ‘김태진은 근성이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스프링캠프 땐 현재의 상승세를 예상했습니까.

준비만 했죠(웃음). 휴식기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시즌을 대비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한 개인 운동을 하고 나서 팀 스프링캠프에 참여했죠. 몸이 올라오는 데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1년 9개월의 군 생활과 지난 시즌 뛴 경기를 돌아보면서 보완해야 할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했고요. 머릿속으로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할 걸 그렸습니다.

NC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팬들에겐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팬들은 결과와 관계없이 응원을 아끼지 않죠. 보답하기 위해선 더 땀 흘리는 방법뿐이에요. 선배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팀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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