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창단 첫 두산전 스윕을 달성했다(사진=KT)
KT가 창단 첫 두산전 스윕을 달성했다(사진=KT)

[엠스플뉴스=수원]

“오늘 경기는 주 권, 엄상백, 정성곤 안 나옵니다.”

5월 23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KT 이강철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미리 못을 박았다. KT는 지난 이틀간 리그 최강팀 두산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만 이기면, 창단 이후 처음 두산전 스윕을 달성할 수 있었다.

충분히 욕심부려볼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 감독은 순리를 따랐다. 전날까지 연투한 승리조 투수 셋을 제외하고 이날 마운드 운영 계획을 짰다. 만약 승리조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신인 손동현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날 1군에 불러올린 전유수도 전날 퓨처스에서 2이닝을 던진 만큼 가급적 아껴서 쓰겠단 생각이었다.

‘되는 팀’은 이런 날 타선이 폭발하면서 대량득점해 승리조의 도움 없이 승리를 따내곤 한다. 이강철 감독은 “차라리 경기를 놓을 만한 상황이 나오면 모르겠는데, 그런 경기가 잘 나오질 않는다”며 “그렇다고 승부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애태우는 경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경기도 이 감독이 말한대로 전개됐다. 선발투수 금민철은 1회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이후 6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KT 타선도 두산 선발 유희관의 호투에 말리면서 한 점차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KT는 0대 1로 뒤진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예고대로 필승조가 아닌 나머지 투수들을 차례로 올렸다. 8회 2아웃까지는 좌완 김대유가 올라와 실점 없이 막았고, 2사 1루 김재호-허경민 타석에선 사이드암 조근종을 원포인트로 투입해 실점을 차단했다.

9회엔 좌완 김태오가 올라왔다. 여기서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에 볼넷이 이어지며 1사 1, 2루 추가실점 위기. 여기서도 KT는 이날 1군에 올라온 전유수를 선택했다. 전유수는 만루에서 이유찬에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0대 2), 박건우와 김재환을 연속 삼진 처리해 더 이상의 피해 없이 9회를 마쳤다.

두 점차로 뒤진 KT의 9회말 마지막 공격. 여기서부터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선두 강백호의 볼넷과 1사후 유찬준의 안타로 잡은 찬스. 2사후 타석에 나온 황재균이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내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2대 2 동점.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에서도 KT는 신인 손동현을 투입해 삼자범퇴로 10회초를 막아냈다. 그리고 10회말, 선두 김민혁의 2루타와 고의볼넷 2개로 1사 만루 끝내기 찬스. 여기서 두산은 송민섭을 선택했지만, 송민섭은 과감하게 배영수의 2구째를 받아쳐 좌익수 왼쪽으로 날려 보냈다. 끝내기 안타. KT가 3대 2 극적인 역전극과 창단 첫 두산전 스윕을 달성한 순간이다.

KT는 현재 주전 마무리 김재윤과 선발투수 2명(윌리엄 쿠에바스, 이대은) 없이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그러나 5월 7일 롯데전부터 매 시리즈마다 위닝시리즈를 거듭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력 선수가 빠진 자리를 배제성 등 신예들이 기대 이상 활약으로 말끔히 메웠다. 향후 주력 선수들이 돌아오면, 현재 활약 중인 젊은 선수들과 함께 더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또 연승 흐름 속에서도 3연투 등 마운드의 과부하를 최소화하며 순리대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강철 감독도 이날 경기 후 “금민철에 이어 나온 젊은 투수들이 추가실점을 최소화한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며 투수진을 칭찬했다. 무리수 없고 3연투 없는 KT 야구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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