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문경찬, 마무리 보직 완벽 적응 활약
-“잊을 수 없는 첫 세이브의 떨리는 순간, ‘됐구나’ 싶었다.”
-“마무리의 매력은 내 손으로 경기를 끝낸다는 거다.”
-“지금보다 야구를 더 잘해서 부모님께 더 효도하고 싶다.”

KIA의 새로운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 잡은 문경찬. 9회에 문경찬이 보여주는 안정감 덕분에 KIA는 최근 5연승 행진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의 새로운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 잡은 문경찬. 9회에 문경찬이 보여주는 안정감 덕분에 KIA는 최근 5연승 행진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올 시즌 시작 전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가 ‘문경찬’이라고 얘기한다면 고갤 갸우뚱거릴 KIA 팬들이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문경찬은 당당히 온전한 자신의 실력으로 팀 마무리 자리에 올라섰다. 문경찬을 향한 ‘편견’이었던 구속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속을 뛰어넘는 날카로운 공 끝 구위로 문경찬은 주위의 찬사를 수집하는 중이다.

마무리는 외롭고 힘든 자리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시즌 도중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은 문경찬도 자신의 개인 첫 세이브 달성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9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처음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문경찬은 당시 절박했던 팀 승리를 지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잘 뗀 문경찬은 ‘편안한 9시 야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문경찬은 5월 23일 기준 올 시즌 20경기(21이닝)에 등판해 1승 4세이브 평균자책 1.29 20탈삼진 4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95로 쾌투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피홈런이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문경찬의 공이 묵직하다.

이제 문경찬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의 매력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무엇보다 피하지 않고 타자와 싸우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단 문경찬의 말에서 마무리의 강심장이 느껴진다. 언젠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마무리 투수로 올라 타이거즈의 우승을 직접 확정 짓겠단 문경찬의 당찬 마음가짐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문경찬이 회상한 첫 세이브의 떨리던 그 순간 “‘됐구나’ 싶었다.”

문경찬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첫 세이브의 순간(사진=KIA)
문경찬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첫 세이브의 순간(사진=KIA)

이제 KIA의 당당한 마무리 아닌가(웃음). 표정에서 여유도 느껴진다.

그냥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웃음). 최근 몸 상태가 좋아서 결과도 잘 나오는 듯싶다. 운도 어느 정도 따랐다. 당장 성적보단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완벽하게 보내는 데 집중하고 싶다.

처음 마무리 투수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 얘길 듣고 얼떨떨했다. 필승조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웃음). 지금도 마무리 투수라는 생각보단 마지막에 나가는 투수라고 생각하고 나간다.

주위의 반응도 뜨거웠지 않나.

축하 반 농담 반이었다. 주위에서 계속 ‘오 마무리 투수가 나타났다’고(웃음). (누가 가장 격한 반응을 보였나?) 그건 노코멘트로 하겠다. 비방용이다(웃음).

첫 세이브부터 상황이 험난했다. 팀 9연패 탈출이 걸린 등판이었다.(문경찬은 마무리 투수로 보직 전환 뒤 4월 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9회 말 6대 4 리드에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첫 세이브와 함께 팀 9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솔직히 부담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고척돔 불펜이 실내에 있지 않나. 바깥 상황을 체감 못 하다가 밖으로 나가니까 부담감이 조금 줄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단 더그아웃 분위기가 느껴지니까 할 수 있단 자신감을 얻은 까닭이었다.

결국, 첫 세이브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운드 위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며 공을 던졌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됐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첫 세이브 공을 받으니까 기분도 좋더라. 아무래도 팀 분위기가 긴 연패에 빠졌던 상황이라 마무리가 됐을 때와 비교해 첫 세이브 축하 연락은 별로 없었다(웃음).

약간 섭섭했겠다(웃음). 마무리 투수가 된 뒤 느끼는 고민은 무엇인가.

지난해까진 선발 투수를 해야겠단 생각이 있었으니까 불펜 투수로서 확실한 방향을 못 잡은 느낌이 있었다. 보통 3~4타자 정도 상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한 타자라도 확실히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선발 땐 정확하게 구석으로 던지고자 했는데 불펜에선 가운데라도 강한 공을 던지려고 하는 듯싶다.

마운드 위에서 피하는 투구가 전혀 안 보인다.

타자와 정면으로 맞부딪혀 싸워 이겨야 할 위치가 마무리 투수지 않나.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다. 꼭 승리를 지켜야 한단 생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존 구석으로 들어갈 때가 있고, 가운데로 몰릴 때도 있는데 그렇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니까. 엄청 정확한 제구까진 아니더라도 스트라이크는 던질 수 있단 자신감은 느낀다. 그래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문경찬이 생각하는 마무리의 매력 ‘내 손으로 경기를 끝낸다’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의 매력에 푹 빠진 문경찬이다(사진=KIA)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의 매력에 푹 빠진 문경찬이다(사진=KIA)

신인 지명 당시부터 구속이 안 나온단 평가가 많았다. 구속에 관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였나.

구속 스트레스까진 아닌데 확실히 의식은 되더라. 그래도 포수들이 공을 받았을 때나 코치님들이 ‘공의 힘이 좋으니까 구속에 크게 연연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 덕분에 속구를 던지더라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도 데뷔 시즌인 2015시즌(속구 평균 구속 134.5km/h)과 비교하면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138.7km/h)이 꽤 오른 편이다. 최근엔 140km/h 중반대까지 찍히는 걸 봤다.

그 정도면 잘 나오는 거다(웃음). 최근 구속도 나름대로 잘 나와 좋다. 군 복무 시절부터 구속이 들쭉날쭉했는데 점점 기복이 줄어들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 향상에 집중했는데 그게 확실히 구속 증가에 영향이 있는 듯싶다.

최근 가장 높았던 구속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퓨쳐스리그에서 속구 최고 구속 148km/h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정도만 나오면 여한이 없다(웃음). 물론 구속이 잘 나온다고 무조건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타자와 상대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올 시즌 구종은 사실상 속구(62.3%)와 슬라이더(30.5%) ‘투 피치’에 가깝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부터 슬라이더 연습을 자주 했다. 슬라이더 평균 구속이 지난해와 비교해 조금 상승(125.5km/h->130km/h) 요인도 있다. 타자를 쉽고 빠르게 상대하려니까 구종을 단순하게 쓰는 게 낫더라. 위기가 찾아오면 다른 구종을 고민할 텐데 지금은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괜찮다고 본다.

그 자신감만큼 올 시즌 피홈런도 ‘0’이다.

그건 공인구의 영향이 약간 있지 않았을까. 던질 땐 모르겠는데 타자들의 얘길 들어보면 공인구 효과가 있는 듯싶기도 하다. 올 시즌 내 투구 기록을 봐도 그게 느껴지고(웃음).

원래 그랬지만, 투구 템포도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다.

주위에선 투구 템포가 빠른 게 큰 장점이라고 하더라.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공을 잡으면 바로 던졌다. 특별한 계기 없이 그게 습관이 됐다. 어쩔 땐 급하다고 느껴질 순간도 있다. 어느 정도 차분하게 정리해야 할 때가 있는데 생각 없이 던질 수도 있다.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언젠가는 ‘블론 세이브’라는 아픔과 더불어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언젠가 위기가 꼭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자는 생각뿐이다.

문경찬이 생각하는 마무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가 경기를 끝낸다는 거? 이게 정말 멋있다. 밖에서 볼 땐 잘 몰랐는데 마운드 위에서 느껴보니 좋더라. 마지막 공으로 경기를 끝낼 때 그 기분은 중독성이 있다(웃음).

“야구를 더 잘해서 부모님께 더 효도하고 싶다.”

공격적인 투구와 역동적인 투구 자세에서 나오는 호성적으로 문경찬은 올 시즌 KIA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분위기다(사진=KIA)
공격적인 투구와 역동적인 투구 자세에서 나오는 호성적으로 문경찬은 올 시즌 KIA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분위기다(사진=KIA)

올 시즌이 문경찬의 야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분위기다.

사실 올 시즌이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큰 생각은 안 한다. 그저 하루하루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군대(상무야구단) 시절을 생각하면 1군에서 뛰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긴 하다.

문경찬에게 상무야구단 2년의 세월은 어떤 영향을 줬나.

군대에 있을 땐 돌아오면 선발을 할 줄 알았다(웃음). 물론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야구에 관해 생각도 많이 하고, 간절함도 더 생겼다. 당장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무언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2017시즌 막판 상무야구단 제대 뒤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등판은 없었다.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함께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선 탈락했다.

솔직히 아쉬웠다. 조금만 더 일찍 제대했다면 내 공을 더 보여줄 기회가 있었을 텐데.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우승을 그냥 밖에서 지켜봤다. 우승의 순간에 있었던 동료들이 정말 부러웠다. 나도 언젠간 마무리 투수로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다.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정말 기분이 좋을 듯싶다.

2년 전과 비교하면 투수조에서 위치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이제 막내들이 더 많지 않나.

지금은 투수조에서 세 번째 정도 위치다. 2년 전만 해도 내가 거의 막내였는데 갑자기 위치가 확 올랐다. 한편으로 좋은데 또 한편으론 ‘나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웃음).

올 시즌 더 기분 좋은 점은 건국대 출신 동창들이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단 거다.

우리 팀에 (이)창진이 형을 포함해 다른 팀에선 노수광·박진우·조수행·문동욱·이창열·홍창기 등이 대학 동창들이다. ‘학교 부심’도 생기고 뿌듯하다. 또 대학 다닐 때 내가 야구를 잘했단 걸 증명할 수 있으니 좋다(웃음). 앞으로 건국대 출신 프로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올 시즌 KIA 마무리를 맡은 아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겠다.

티는 크게 안 내시는데 내심 뿌듯해하시는 듯싶다(웃음). 지금까지 나를 키운다고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 조금이나마 효도하니까 다행이다. 마무리를 맡고 난 뒤엔 사인 공을 많이 부탁하시더라(웃음). 야구를 어릴 때 시작했는데 프로야구선수가 안 됐으면 끔찍했을 듯싶다.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데 야구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효도할 수 있으니까.

올 시즌 아직도 효도할 경기가 많이 남았다. 선수단도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최근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팀이 앞으로 잘 풀릴 거로 믿는다. 나를 포함해 선수단 모두 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앞으로도 좋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거다. 시즌이 끝났을 때도 지금 좋은 이 기분을 그대로 느끼고 있길 바란다. 올 시즌 초반에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KIA 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계속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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