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복귀’ 예상한 KT 이상화, 복귀 시점 다시 안개속

-흔들리는 KT 젊은 승리조, 지원군 절실하다

-김민수 호투, 전유수 반등…복귀 앞둔 이대은도 변수

-이대은 복귀시 선발 6명, 자원 전략적 활용 필요한 KT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받고 재활 중인 KT 이상화(사진=KT)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받고 재활 중인 KT 이상화(사진=KT)

[엠스플뉴스]

모든 야구팀 감독에겐 계획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계획한 대로 되지만은 않는 게 야구다.

KT 위즈 불펜도 원래는 계획이 있었다. 처음 계획은 김재윤과 엄상백의 더블스토퍼 체제였다. 여기다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이상화가 합류해 막강한 불펜을 구축하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면 변수가 발생하는 법. 엄상백이 기대치를 밑돌고, 김재윤이 어깨 통증에 시달리면서 계획은 백지화됐다.

대신 구세주가 나타났다. 정성곤이 연일 위력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주 권, 손동현 등 어린 투수들의 기대 이상 활약으로 경쟁력 있는 불펜을 구축한 KT다. 다만 등판이 잦아지면서 최근 들어선 다소 힘에 부치는 기미도 보인다. 이럴 때 이상화가 합류해 힘을 보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또 생각처럼 되지가 않는다.

이상화 복귀 시점 불투명, 이대은 보직 변경 가능성도

시즌 초반 KT 마무리로 위력을 발휘한 정성곤. 최근 들어선 다소 지친 기미가 보인다(사진=KT)
시즌 초반 KT 마무리로 위력을 발휘한 정성곤. 최근 들어선 다소 지친 기미가 보인다(사진=KT)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이상화의 복귀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이상화는 순조롭게 재활 훈련을 소화하며 6월중 복귀를 목표로 했다. 불펜 피칭을 통증 없이 무사히 소화한 만큼,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을 거쳐 6월중 1군 콜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이 감독은 “불펜 피칭에서 약간의 통증과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도 어떤 날은 통증이 있다가, 또 다른 날은 없다가 오락가락한다. 재활 단계를 밟는 선수에게 흔히 있는 현상이라 전했다. 통증이 사라져야 실전피칭과 1군 복귀 날짜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로선 6월내 복귀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불펜을 ‘노 플랜’으로 그냥 놔둘 수는 없는 KT다. 이 감독은 “승리조 투수들이 최근 들어 다소 지친 기색이 있다”고 했다. 연투를 최소화하며 관리에 만전을 기했지만, 연일 한 두 점 차 타이트한 승부가 계속되다 보니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5월 말까지 2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했던 정성곤은 5월 26일 KIA전(0.2이닝 6실점)부터 최근 4경기에서 3이닝 동안 10점을 내줬다. 빠른 볼 구위와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다소 무뎌진 게 원인이다. 특히 6월 6일 LG전에선 7대 6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홈런 포함 2실점,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그날 경기를 놓친 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가 고민”이라 했다.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이 감독은 김민수의 구위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고 했다. 5월 26일 뒤늦게 1군에 올라온 김민수는 140km/h 중반대 힘 있는 강속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는 우완투수. 스프링캠프 때는 선발 후보로도 거론됐던 선수다. 최근 보여준 구위가 기대 이상이라, 앞으로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베테랑 우완 전유수도 한 차례 2군에 내려갔다 온 뒤 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7일 롯데전에선 8회 올라와 2이닝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거뒀다. 젊은 승리조의 가스가 떨어진 상황에서, 김민수와 전유수가 힘을 내면서 불펜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였다.

재활 중인 이대은의 복귀 후 활용 방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대은은 5월 17일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재활 훈련을 거쳐 2일 불펜 피칭 단계에 돌입했다. KT는 현재 외국인 투수 2명과 김 민, 금민철, 배제성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중이다. 이대은이 돌아오면 선발 요원이 6명이 된다.

이강철 감독은 “6인 선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대은 카드를 활용해 불펜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은은 시즌 개막 뒤 두 차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충분히 좋은 공을 갖고 있지만, 선발로 긴 이닝을 막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불펜에서 1, 2이닝을 던지는 역할이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변수가 있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앞으로 등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면승부를 줄이고 변화구 구사를 늘리라는 이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지켜볼 대목이다. 라울 알칸타라와 쿠에바스 듀오가 굳건하게 1-2선발 역할을 해준다면, KT 코칭스태프도 선발 걱정을 덜고 과감하게 불펜 강화에 역량을 배분할 수 있다.

반면 나이 어린 승리조 투수들이 시행착오를 딛고 반등에 성공하고, 김민수와 전유수 등이 꾸준히 호투를 이어가면 뒷문보다는 앞쪽에 힘을 싣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대은은 8일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을 소화한 뒤 1군 복귀일을 정할 예정이다. 주말 롯데전에서 KT 승리조와 쿠에바스의 투구 내용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분명한 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노 플랜’보다는 낫다는 사실이다. 이강철 감독은 여전히 계획을 갖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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