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1위·3위 팀 상대 연속 위닝 시리즈 달성
-5위 NC 다이노스에 4.5경기 차 추격, 가을야구 가능성 되살렸다
-‘10G 연속 QS’ 에이스 양현종이 있기에 가능했던 KIA 상승세
-어느새 리그 이닝 6위 오른 양현종 “팀 동료 투수들 돕고자 이닝 소화 집중”

KIA 투수 양현종이 6월 23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사진=KIA)
KIA 투수 양현종이 6월 23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사진=KIA)

[엠스플뉴스]

“가까워지니까 또 욕심이 나네요.”

KIA 타이거즈는 박흥식 감독대행 부임 뒤 19승 13패 승률 0.593로 반등에 성공했다. 6월 24일 기준으로 7위 KIA는 5위 NC 다이노스에 4.5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차마 꿈꾸기 힘들었던 KIA의 가을야구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상황까지 왔다.

올 시즌 소위 말하는 ‘북부리그’ 판도가 흔들리니 시작했다. 5강·5약 구도에서 5위 NC가 최근 긴 연패에 빠지며 중하위권 팀들에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반등세를 보이는 KIA도 NC를 위협할 후보다. KIA는 북부리그 팀들을 향한 ‘북벌’을 노리며 극적인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자 한다. 박 감독대행은 “전반기 막판까지 5위와 경기 차를 5경기 내로 유지한다면 시즌을 그대로 포기할 수 없다. 경기 수가 많이 남았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KIA는 지난주 상위권 팀인 1위 SK 와이번스와 3위 LG 트윈스를 연이어 만나 2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상위권 팀들에게 약하다는 이미지를 깬 한 주였다. 그 중심엔 선발진의 에이스인 양현종이 서 있었다. 양현종은 주 2회 등판을 펼쳐 모두 승리 투수가 되는 쾌투를 보여줬다.

10G 연속 QS 행진, 양현종의 호투 원동력은 슬라이더 각도 향상

양현종은 슬라이더 비중을 늘리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사진=KIA)
양현종은 슬라이더 비중을 늘리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사진=KIA)

외국인 투수진이 다소 기복 있는 투구를 보여줬지만, 양현종이 있기에 잘 버틴 한 주였다. 무엇보다 4월까지 최악의 부진으로 우려를 샀던 양현종의 반등이 정말 반가운 KIA다. 양현종은 4월(4G 3패 평균자책 9.82) 부진을 이겨내고 5월(6G 4승 2패 평균자책 1.10)과 6월(4G 4승 평균자책 2.00)에 쾌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양현종은 5월부터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에다 최근 7연승으로 개막 초반 부진을 완전히 씻었다. 어느덧 시즌 8승을 거둔 양현종은 시즌 평균자책도 3.48까지 낮췄다. 올 시즌 이닝 소화도 98.1이닝으로 리그 6위까지 오른 양현종이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특별한 변화를 준 건 아니었다. 양현종과 같이 호흡을 맞춘 포수 한승택은 “(양)현종이 형의 공이 시즌 초반과 비교해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다. 슬라이더 각도가 조금 더 예리해진 정도”라고 바라봤다. 양현종 자신도 “시즌 초반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실투로 몰리는 공이 줄어들며 장타도 줄어든 듯싶다. 초반부터 볼카운트를 최대한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타자들이 불리한 카운트에선 실투성 공이라도 공략하기 어려우니까 그런 면을 생각해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진다”며 고갤 끄덕였다.

한승택의 언급대로 날카로워진 슬라이더 비중을 높인 건 6월 23일 잠실 LG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날 양현종은 총 89구 가운데 속구 55개(최고 구속 149km/h)와 슬라이더 22개(최고 구속 137km/h), 그리고 체인지업 11개(최고 구속 132km/h)와 커브 1개를 구사했다. 속구를 중심으로 변화구에선 슬라이더 비중이 확연히 높았다.

1회부터 투구 밸런스가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계속 공을 던지며 밸런스를 되찾았다. 맞더라도 과감하게 던지고자 했다. LG 타자들과 상대해보니 속구 타이밍 공략이 좋더라.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가면 장타가 나왔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볼이 되더라도 슬라이더 비중을 높인 게 통했다. 주 2회 등판이라 피로감이 조금 느껴졌다. 코치님께서 점수 차이가 꽤 났으니 불펜진을 믿고 7회까지만 던지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7회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올라가 막았다. 양현종의 말이다.

이닝 먹방 시작한 양현종, 5년 연속 180이닝 이상 소화 가능

양현종은 이닝의 가치를 거듭하며 5년 연속 180이닝 소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현종은 이닝의 가치를 거듭하며 5년 연속 180이닝 소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현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가운데 하나는 ‘이닝’이다. 에이스 선발 투수로서 자신이 소화해줘야 할 이닝만큼은 꼭 지켜야 한단 게 양현종의 신념이자 책임감이다. 양현종은 그 책임감을 최근 10경기 등판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으로 보여줬다. 팀 동료 투수들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고 싶은 양현종의 마음가짐이다.

이닝 욕심은 여전히 크다. 시즌 초반에 이닝을 많이 소화 못 해 속상했다. 그나마 최근에 꾸준히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어 다행이다. 내가 이닝을 많이 소화해야 다음 날 선발 투수와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오늘(23일)은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줘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이닝’을 말할 때 양현종의 눈빛은 더 반짝였다.

양현종은 현재 이닝 소화 흐름을 앞으로도 유지할 경우 올 시즌을 186.1이닝으로 마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양현종은 최근 5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의 꾸준함을 보여줄 전망이다.

KIA는 ‘이닝 먹방’을 찍어주는 양현종이 있기에 마운드 운용에 있어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올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차명진을 선발 등판 다음 날인 6월 23일 곧바로 1군에서 말소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는 차명진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차명진의 빈자리를 채울 선발 후보로는 임기영·김기훈·강이준 등이 언급되는 가운데 최근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임기영이 이번 주 대체 선발 유력 후보다.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KIA의 마운드 관리는 에이스 양현종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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