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정운찬 총재, MLB 런던 경기 보려고 25일 출국 예정

-구단 사장들 동행, MLB 경기 본 뒤 ‘선진축구 문화 마케팅 경청?’

-야구계 “프로야구는 관중 격감, 사건·사고로 위기인데 총재는 또 외유”

-구단 직원들 “팀 성적 나쁘면 ‘프런트 탓, 감독 탓, 선수 탓’ 하는 사장들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유럽으로 외유 간다는 게 말이 되나” 분개

프로야구 종사자들과 팬들은 묻고 있다. “총재를 위해 프로야구가 필요한 것인지, 프로야구를 위해 총재가 필요한 것인지“. 정 총재가 답을 할 차례다
프로야구 종사자들과 팬들은 묻고 있다. “총재를 위해 프로야구가 필요한 것인지, 프로야구를 위해 총재가 필요한 것인지“. 정 총재가 답을 할 차례다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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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프로야구 선수 지적장애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알려졌어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이 하루가 멀다고 경기력 저하를 걱정하지만, KBO는 지켜만 볼 뿐이다. 썰물처럼 빠지는 프로야구 관중 급감에도 KBO의 대책은 전무하기만 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관중 급감으로 모 구단의 경우 인근 지역 부녀자회에 전활 걸어 ‘공짜로 표를 드릴 테니 제발 야구장에 와달라’고 읍소하는 실정이라며 알려진 것 이상으로 관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야구계가 ‘위기’를 논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KBO 정운찬 총재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또 ‘외유(外遊)’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엔 영국 런던이다.

KBO 정운찬 총재과 구단 사장들 소리소문없이 25일 '런던행', MLB 이벤트 경기 관전 전후 '선진축구 문화 및 마케팅' 청취 예정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릴 예정인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사진=게티 이미지)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릴 예정인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사진=게티 이미지)

KBO 정운찬 총재의 런던 방문 목적은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MLB(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재의 런던행엔 한창 시즌을 진행 중인 프로야구 구단 사장들이 동행할 예정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들은 6월 25일 출국해 7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MLB 경기가 유럽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야구인기가 높은 일본, 중남미 등에선 시즌 중 MLB 경기가 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축구의 대륙’ 유럽에선 전례가 없다. 그래선지 MLB 사무국은 1년 전부터 런던 이벤트를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해 ‘런던 이벤트’는 MLB에 중요한 행사지, KBO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자국 야구인기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KBO라면 더욱더 그렇다.

정 총재와 구단 사장들의 런던행 소식을 접한 한 구단 관계자는 KBO가 MLB처럼 국외에서 경기를 치를 일이 언제 생기겠느냐너도, 나도 ‘야구의 위기’라며 긴장하는 이 시점에 총재와 사장들이 하필 왜 지금 런던으로 MLB 이벤트를 보러 가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릴 높였다.

KBO 총재와 구단 사장들의 ‘외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관행처럼 되풀이돼 왔다. 그때마다 이들이 내놓은 명분은 ‘선진야구 시찰’이었다.

엠스플뉴스 취재에 응한 모 구단 전직 사장은 “내가 구단 사장일 때 해마다 KBO로부터 ‘선진 메이저리그 방문을 통해 구단 대표이사들의 야구단 운영 이해도를 높인다’는 취지의 미국 시찰 참여 공문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공부 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미국에 따라가긴 했다”며 “MLB 관계자들을 통해 이것저것 궁금했던 사항들에 들은 기억은 있으나, 솔직히 ‘시찰’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외유성 성격이 짙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해마다 KBO 돈으로 시즌 중 외유를 떠난 그지만, 이번 정 총재와 구단 사장들의 런던행에 대해선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미국은 ‘야구의 종주국’이니 야구에 대해 배울 게 있다고 본다. 하지만, MLB 이벤트 보려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KBO 수장과 구단 사장들이 유럽에 간다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자칫 열심히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국은 자주 갔으니 이번엔 유럽으로 바람 쐬러 가자’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다.모 전직 사장의 우려다.

"조금만 팀 성적이 나쁘면 모든 걸 ‘프런트 탓, 감독 탓, 선수 탓’으로 돌리는 구단 사장들이 무슨 낯으로 유럽에 가겠다는 건가?"

지난해 KBO는 “MLB가 초청해 정운찬 총재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시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MLB는 “KBO가 협조 공문 보내면 시구를 알아봐주는 게 관례”라고 답했다. 무엇을 숨기고, 누굴 보호하기 위해 KBO는 뻔히 들통 날 말을 할 것일까
지난해 KBO는 “MLB가 초청해 정운찬 총재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시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MLB는 “KBO가 협조 공문 보내면 시구를 알아봐주는 게 관례”라고 답했다. 무엇을 숨기고, 누굴 보호하기 위해 KBO는 뻔히 들통 날 말을 할 것일까

그렇다면 KBO 정운찬 총재와 구단 사장들은 MLB 이벤트 경기만 보려고 혈전을 치르는 구단과 선수들을 뒤로 한 채 런던에 가는 것일까. 그리고 런던만 있는 것일까.

보통 KBO 총재 외유는 관리팀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엠스플뉴스 질의에 KBO 관리팀장은 “아직 확정된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자, 그럼 KBO 관리팀장의 설명대로 정말 확정된 일정이 없는 것일까.

KBO 담당부서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운데 구단 관계자들은 총재와 구단 사장들이 영국을 비롯해 유럽 여러나라를 둘러볼 계획이라며 KBO로부터 그와 관련한 공문을 받아 다시 KBO로 보내기까지 했는데 무슨 확인된 일정이 없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엠스플뉴스는 여러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상세 일정 내용에 대해서 확인했다. 정 총재와 구단 사장들은 런던에서 열리는 MLB 이벤트를 관전한 뒤 유럽 프로축구 관계자들을 만나 ‘선진축구 문화와 마케팅’을 청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관중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구단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땐데 유럽까지 가서 ‘선진축구 문화와 마케팅’을 청취하겠다는 건가? 꼭 가야 한다는 그런 자리는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근무할 담당 직원이 가야하는 거다. 리더십 없는 총재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조금만 팀 성적이 나쁘면 모든 걸 ‘프런트 탓, 감독 탓, 선수 탓’으로 돌리는 구단 사장들이 무슨 낯으로 유럽에 가겠다는 건지 도통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정말 정신이 있는 분들인지 묻고 싶다”고 발끈했다.

정 총재와 구단 사장들의 유럽행 비용은 전액 KBO가 부담한다. 그 돈은 그라운드에 땀 흘린 선수들이 벌어다 준 돈이다. 밤낮없이 구단 흥행을 위해 노력한 프런트들이 합심해 번 돈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야구장에서 지갑을 연 팬들이 가져다준 돈이다. 최소한 그렇다면 KBO 수장과 사장들은 이 돈을 ‘눈먼 돈’ 취급하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 총재와 구단 사장들은 누가 눈치챌까봐 런던행 하루를 앞두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당연히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O 돈은 눈 먼 돈’이란 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프로야구는 관중 급감과 경기력 저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엔 프로야구 선수가 지적장애 미성년자를 수면제를 사용해 성폭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KBO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KBO 총재는 남의 일 대하듯 하고 있다. 특히나 정 총재는 입만 열면 ‘야구의 산업화’를 주창했던 이다. 하지만, 산업화는 고사하고 정 총재 취임 이후 프로야구는 위기로 몰리고 있다.

정 총재와 프로야구 사장들은 런던 이벤트를 보면서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칠지 모른다. 유럽 여러나라를 돌며 잠시 한국을 벗어나 기분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야구계 사람들은 어디 가지도 못한 채 그 시간에 프로야구를 향해 몰려오는 위기와 맞서야할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야구인은 “정운찬 총재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재님. 총재님을 위해 프로야구가 필요한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총재님이 왜 한국 프로야구에 필요한 인물인지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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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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