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투수 한선태, KBO리그 최초 ‘비선출’ 입단 사례
-최근 1군 견학했던 한선태, 6월 25일 정식 선수 전환 뒤 1군 등록 예정
-“힘들지 않고 매일 하는 모든 야구가 즐겁고 재밌다. ”
-“‘비선출’로서 1군에서 성공해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겠다.”

학창 시절 정식 야구부 활동 없이 KBO리그 팀에 입단한 첫 사례가 된 LG 트윈스 투수 한선태(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학창 시절 정식 야구부 활동 없이 KBO리그 팀에 입단한 첫 사례가 된 LG 트윈스 투수 한선태(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 투수 한선태는 소위 말하는 ‘비선출’이다. 학창 시절 정식 야구부를 한 차례도 다니지 않고 KBO리그에 입단한 최초의 사례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저 야구가 재밌어서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한선태는 입단 첫해 곧바로 1군 마운드에 오를 기회까지 얻었다. 기적이자 신화와도 같다.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자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단 한선택의 각오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최근 한선태는 1군으로 올라와 특별한 동행을 경험했다. 2군에서 한선태의 공이 괜찮단 보고를 받은 LG 류중일 감독을 직접 그를 관찰하고자 잠시 1군으로 호출했다. LG 최일언 투수코치는 한선태의 불펜 투구를 직접 지도하며 투구 밸런스 교정과 변화구 장착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선태도 잠실 불펜 마운드를 직접 밟으며 항상 웃는 표정으로 훈련을 즐겼다.

“1군 훈련을 경험해보니까 자유로움 속에 힘듦이 있다. 해야 할 개인 훈련을 알아서 찾아야 하는 게 2군 훈련과 다른 점이다. 최일언 코치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불펜 피칭을 하려고 애썼다. 투구할 때 하체 밸런스 이동을 강조하셨는데 뒤쪽이 안정적이면 앞으로 공을 끌고 나올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가르쳐주신 대로 투구가 잘 풀릴 때 기분이 정말 좋다.” 한선태의 말이다.

한선태가 올 시즌 초반부터 2군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은 프로 선수로서 기본기였다. 한선태는 수비와 베이스 커버, 그리고 콜 플레이 등 1군 경기 수준에 맞는 기본기를 닦고자 노력했다.

“2군에선 타구 수비와 베이스 커버, 그리고 콜 플레이 등을 많이 배웠다. 퓨처스리그 등판 기회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주셨다. 2군 첫 등판 때 세트 포지션 투구를 걱정했는데 결과가 잘 풀린 다음 자신감을 더 얻었다. 주위에서 속구 구위가 좋다고 칭찬해주시니까 좋았다. 2군에서 코치님과 팀 동료들의 얼굴과 이름을 먼저 외우고자 노력했다. 2군에서부터 야구하는 게 재밌으니까 항상 웃고 다녔다. 1군에서도 웃으며 훈련하면 사랑받을 거라고 동료들이 조언해주더라. 그 조언대로 여기서도 활짝 웃으며 훈련한다.”

2009 WBC 임창용의 공을 보고 야구에 푹 빠진 한선태

한선태(가운데)는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뛴 뒤 지난해 국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선태는 LG의 10라운드 지명으로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사진=엠스플뉴스)
한선태(가운데)는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뛴 뒤 지난해 국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선태는 LG의 10라운드 지명으로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사진=엠스플뉴스)

한선태는 중학교 3학년 시기인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공을 던지는 임창용을 지켜보며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선태는 정식 학교 야구부가 아닌 동네 친구들과 캐치볼을 하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성인이 된 뒤 당시 독립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 테스트에서 떨어진 한선태는 군대를 다녀온 뒤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꿈을 이어갔다.

“파주 챌린저스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에게 처음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1년 회비만 지원해주신다면 1년만 해보고 야구를 관두겠다고 했다. 다행히 팔각도를 올린 뒤 구속이 올라가면서 프로팀에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다음 무대는 일본 독립리그였다. 파주에서 구속이 늘었다면 일본에선 야구가 늘었다.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타자를 잡아야 할지 배운 시간이었다.”

사실 한선태에게 주어진 기회는 지난해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한선태는 벼랑 끝에서 국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뒤 신인 2차 지명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LG의 지명을 받는 기적을 연출했다.

“국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야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나오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솔직히 육성 선수로라도 가고 싶었는데 다행히 우리 구단이 나를 지명해주셨다. 진짜 될까 싶었는데 입단이 현실이 되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신 아버지께 정말 열심히 야구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한선태는 퓨처스리그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선보였다. 한선태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9경기(25이닝)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 0.36 23탈삼진 7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92를 기록했다. ‘비선출’의 입단 첫해 성적이라곤 믿기지 않는 숫자다.

“2군에서 기대 이상으로 등판 기회를 자주 부여받았다. 원래 퓨처스리그 25경기 등판이 올 시즌 목표였는데 벌써 목표치에 다가섰다. 등판 결과도 좋으니까 기분 좋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6km/h 정도로 나온다. 1군 무대에선 변화구 제구가 중요하다. 커브와 체인지업, 그리고 포크볼 등을 연마 중이다. 확실한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코치님께서 얘기하셔서 더 집중해 배우고 있다.”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은 한선태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이번 주 잠실구장 마운드 위에서 한선태가 보여줄 공에 많은 팬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사진=LG)
이번 주 잠실구장 마운드 위에서 한선태가 보여줄 공에 많은 팬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사진=LG)

‘비선출’로서 한선태의 장점은 야구를 배우는 즐거움과 재미다. 마치 프로선수들이 초등학교 때 처음 야구를 배울 때 느낀 그 재미를 이제야 맛보는 한선태인 까닭이다.

“확실히 학창 시절 선·후배 문화를 안 겪어봤으니까 무언가 겁먹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하는 게 보인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 또 부담감보다 재미가 먼저 느껴진다. 코치님 가르침 하나하나가 정말 재밌다. 형들이 ‘나도 초등학교 때 너처럼 야구가 재밌었다’고 하던데 나는 지금 다른 선수들이 재밌게 야구하던 그 시절을 경험하는 느낌이다. 야구가 정말 즐겁고 재밌다.”

올 시즌 한선태의 꿈은 퓨처스 올스타 발탁과 1군 콜업, 그리고 가을 마무리 캠프 합류였다. 그리고 한선태는 퓨처스 올스타의 꿈보다 1군 콜업의 꿈을 먼저 이루게 됐다. LG는 한선태를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해 6월 25일 1군 엔트리에 등록할 예정이다.

“1군에 등록된다면 좋으면서도 부담감도 느끼지 않을까. 2군에서 첫 등판을 했을 때도 그랬지만, 처음을 잘 넘겨야 다음에도 좋았다. 2군에서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LG 팬들에게 좋은 공을 보여드리고 싶다. 형들은 언제 내려갈지 모르니까 1군이 살얼음판이라고 하더라. 벤치에서 기대하는 만큼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선태는 ‘비선출’인 자신의 활약을 바라보며 또 다른 한선태를 꿈꾸는 사람들이 힘을 얻길 바란다. 개척자이자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은 한선태의 마음이다. 한선태는 “다른 누군가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 그런 책임감을 느끼면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우선 내가 야구를 잘해야 ‘비선출’인 사람들도 큰 꿈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KBO리그에서 첫 비선출 성공 사례의 주인공이 꼭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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