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내야수 최 정, 6월 완벽한 타격 반등세
-시즌 20홈런 고지 선착, 가벼운 방망이와 짧게 잡기가 통했다
-“‘지난해보단 그래도 잘하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굳이 홈런이 아니라도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게 진짜 목표다.”

SK 와이번스 내야수 최 정은 올 시즌 20홈런 고지 선착으로 홈런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와이번스 내야수 최 정은 올 시즌 20홈런 고지 선착으로 홈런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시즌 타율 0.244

지난해 SK 와이번스 내야수 최 정은 이 믿기지 않는 숫자를 받아들였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최 정은 시즌 타율 0.280 이하로 내려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시즌 초반 잠시 부진을 겪더라도 시즌 막판이 되면 어느새 타율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최 정은 끝내 자신에게 어울리는 숫자로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SK 메인 타격코치를 맡았던 정경배 코치는 “무엇보다 타격코치로서 최 정에게 미안했다. 그런 숫자가 어울리는 선수가 아닌데 내가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당연히 최 정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은 시즌이었다.

지난해 내내 나만의 타격 자세를 정립하지 못했다. 예전에 안 좋았던 습관들이 계속 나오니까 스트레스도 정말 컸다.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즌이 끝났다. 그나마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기에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최 정의 말이다.

가벼운 방망이를 짧게 잡기, 최 정이 ‘홈런’으로 반등한 비결

20g이 가벼운 방망이로 교체 뒤 조금 짧게 방망이 그립을 잡자 최 정의 놀라운 반등이 시작됐다(사진=SK)
20g이 가벼운 방망이로 교체 뒤 조금 짧게 방망이 그립을 잡자 최 정의 놀라운 반등이 시작됐다(사진=SK)

우선 자신만의 굳걷한 타격 자세를 재정립해야 했다. SK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 캠프 내내 ‘자기 것’을 만들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최 정은 20대 땐 야구가 그저 즐겁고 재밌었다. 이젠 재미보단 잘해야 한단 긴장감이 조금씩 더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점점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어릴 땐 하루하루 결과가 안 좋을 때마다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최근엔 타격 자세를 웬만하면 고정하려고 한다. 캠프 때부터 나만의 타격 자세를 정하고 그걸 바꾸지 않고자 단단히 마음먹었다며 고갤 끄덕였다.

최 정을 괴롭힌 건 지난해 타격 부진뿐만 아니었다. 올 시즌 KBO리그 공인구 반발계수 저하도 거포 타자들에게 치명타가 됐다. 홈런 군단 SK 타자들의 홈런 실적도 지난해와 비교해 줄었다. 6월 26일 기준으로 팀 홈런 1위(72홈런)지만, SK의 경기당 평균 홈런 개수는 지난해 1.62개에서 올 시즌 0.91개로 줄어들었다.

최 정도 타구 비거리 감소를 확연히 체감했다. 최 정은 “공인구가 바뀌고 난 뒤 타구 비거리가 확실히 줄었다. 공이 잘 안 날아간다. 예전엔 포물선을 그리며 조금씩 뻗어 나갔는데 이젠 공이 수직으로 그냥 떨어지더라. 자연스럽게 홈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멍하니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3~4월(타율 0.255/ 5홈런)과 5월(타율 0.272/ 5홈런)에 주춤했던 최 정은 무언가 변화를 주고자 결심했다. 바로 방망이의 무게와 그립이었다. 최 정은 6월 초 방망이 무게를 900g에서 880g으로 줄인 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짧게 방망이 그립을 잡았다.

이 변화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었다. 최 정은 6월에만 타율 0.449/ 31안타/ 10홈런/ 22타점/ 17사사구/ 7삼진으로 타격감을 뜨겁게 끌어 올렸다. 올 시즌 20홈런 고지에 선착한 최 정은 리그 홈런 2위인 팀 동료 제이미 로맥(16홈런)과의 거리도 벌렸다.

시즌 초반 기복을 겪고 나니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방망이 무게를 줄이고 그립을 짧게 잡자고 결심했다. 콘택트 능력을 향상해 공에 주는 충격을 더 강하게 만들려고 했다. 확실히 정확도가 높아졌는데 홈런까지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다. 타구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닌데 신기하다. 타구가 외야로 부는 바람을 잘 탄 듯싶기도 하다(웃음).

지난해 부진으로 비운 최 정의 마음은 오히려 약이 됐다

팀 동료 로맥(왼쪽)과의 홈런왕 경쟁의 결말이 궁금해진다(사진=SK)
팀 동료 로맥(왼쪽)과의 홈런왕 경쟁의 결말이 궁금해진다(사진=SK)

지난해 타격 부진이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한 효과도 있었다. 최 정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설마 올 시즌도 타율 2할 4푼이 나오겠나. 그래도 지난해보단 잘 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다. 시즌 전부터 올라갈 일밖에 없단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홈런도 아예 신경 안 쓰기로 했다. 괜히 힘이 들어가면 타격 자세만 흔들린다. 그냥 콘택트에 집중해 안타만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운 좋게 홈런도 나오더라. 올 시즌 삼성과 홈경기에서 연장 12회 끝내기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이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줘 기뻤다며 미소 지었다.

최 정은 ‘홈런왕’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손사래를 친다. 일부러 홈런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루틴과도 같다. 최 정은 “홈런왕 얘긴 아직 이른 느낌이다. 설레발을 안 하려고 한다. 시즌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하루하루 충실히 잘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굳이 홈런이 아니더라도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다”고 힘줘 말했다.

앞선 얘기처럼 최 정은 홈런뿐만 아니라 3루 수비에서도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최 정은 6월 26일 잠실 LG 트윈스전 3대 3으로 맞선 4회 말 수비에서 선두 타자 채은성의 3루 라인 강습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은 뒤 날카로운 노 스텝 송구로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경기 뒤 염경엽 감독과 선발 투수 앙헬 산체스가 모두 승부에 결정적인 순간으로 최 정의 이 수비를 언급할 정도로 대단한 장면이었다.

최 정의 반등세에 힘입어 SK는 6월 들어 투·타 밸런스를 완전히 되찾았다. 어느덧 2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차도 5.5경기까지 벌어졌다. 최 정의 활약과 함께 통합 우승을 향한 스퍼트에 나선 SK의 분위기다.

우리 팀이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데 경기는 여전히 많이 남았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재밌게 이길 수 있는 야구를 보여드리겠다. 지난해 못다 한 통합 우승을 올 시즌엔 꼭 이루겠다.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해주시는 SK 팬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단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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