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올 시즌 외국인 투수진 부진으로 골머리
-에이스로 기대 받았던 제이콥 터너의 ‘계륵’ 활약상
-“올 시즌 마무리와 더불어 내년 시즌 대비한 외국인 투수 교체 필요성”
-삼성의 라이블리 영입 참고해야 할 KIA “오히려 지금이 외국인 투수 영입 적기”

KIA 투수 제이콥 터너는 에이스로 기대 받은만큼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쉬운이 크게 남는 결과다(사진=KIA)
KIA 투수 제이콥 터너는 에이스로 기대 받은만큼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쉬운이 크게 남는 결과다(사진=KIA)

[엠스플뉴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까 당장 시작해라.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한 개그맨의 어록 가운데 하나다. 미적지근한 생각이 아닌 확실한 행동, 그리고 빠른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록이다.

KIA 타이거즈의 상황도 이 어록과 같다. KIA는 8월 13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 5로 패했다. 이 패배로 7위 KIA와 5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차가 7경기까지 벌어졌다. 최근 5위에 5경기 차까지 따라붙으며 5강 진입의 희망을 떠올렸지만, KIA는 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사실 상승세를 탈만 하면 흐름이 꺾인 장면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있었다. 특히 가장 기대가 컸던 ‘메이저리그 1라운더’ 제이콥 터너의 심한 기복이 결정타였다. 터너는 올 시즌 22경기에 등판해 4승 10패 평균자책 5.28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계륵’ 된 터너, 오히려 내년 시즌 위한 과감한 교체가 필요

KIA 벤치의 조언과 권유에도 터너는 소극적인 투구 패턴과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변화구 구사로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사진=KIA)
KIA 벤치의 조언과 권유에도 터너는 소극적인 투구 패턴과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변화구 구사로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사진=KIA)

터너는 150km/h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준수한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한다. 하지만, 터너는 있으나 없으나 애매한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가 됐다. 한 마디로 훌륭한 식자재가 있음에도 ‘평범한 음식’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KIA 벤치도 고민이 많았다. 강력한 구위에도 풀카운트 승부까지 이어지는 소극적인 투구 패턴,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너무 떨어지게 던지는 변화구는 터너의 투구를 답답하게 하는 요소였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과 서재응 투수코치가 지속해서 이와 관련한 조언을 건넸지만, 터너는 좀처럼 자신의 고집과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박 감독대행은 (터너가) 자신의 구위를 믿고 공격적으로 던졌으면 좋겠다. 유인구도 스트라이크 존에서 너무 벗어나게 던지니까 상대 타자들이 속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풀카운트 승부가 잦아지고 투구수도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이닝 소화력 역시 떨어진다. 시즌 전 에이스로서 활약을 기대한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여러 차례 ‘최후통첩’이 터너를 향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KIA 벤치는 터너의 ‘불펜행’을 고려했다. 하지만, 터너의 애매한 등판 결과와 감독대행 체제의 한계, 그리고 구단 수뇌부의 교체 의지가 사실상 없는 분위기가 겹치며 8월 중순까지 터너를 끌고 온 상황이다. 8월 14일 광주 두산전 선발 등판은 터너에겐 ‘진짜’ 최종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 감독대행은 이번 등판에서도 결과가 안 좋다면 젊은 선발 투수들에게 (터너 대신) 남은 시즌 기회를 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터너의 부진과 관련해 KIA 구단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외국인 투수 교체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시선이다. 올 시즌 성적도 성적이지만, 내년을 위한 대비에도 나서야 할 시점인 까닭이다.

올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를 택한 A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시즌 내내 흔들리는 상황에서 KIA가 감독대행 체제 시작 뒤 승률 5할(34승 30패) 이상을 유지한 게 대단한 거다. KIA가 남은 시즌 좋은 마무리와 더불어 내년 시즌을 대비해 외국인 투수 교체를 고려해볼 만하다. 오히려 지금 시기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방출되는 좋은 투수 자원을 싸게 데려올 수 있는 적기다. 내년 시즌까지 바라본 투자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는 선택이라고 바라봤다.

KIA가 참고해야 할 삼성의 라이블리 영입 “오히려 지금이 교체 적기다.”

삼성 새 외국인 투수 라이블리는 8월 13일 문학 SK전에서 KBO리그 첫 등판을 소화했다. 5이닝 5피안타 9탈삼진 7사사구 4실점을 기록한 라이블리는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사진=삼성)
삼성 새 외국인 투수 라이블리는 8월 13일 문학 SK전에서 KBO리그 첫 등판을 소화했다. 5이닝 5피안타 9탈삼진 7사사구 4실점을 기록한 라이블리는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사진=삼성)

KIA가 참고해야 할 사례는 바로 삼성 라이온즈 투수 벤 라이블리다. 삼성은 8월 8일 기존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 대신 라이블리를 이적료를 포함한 총액 32만 5,000달러에 영입했다. 다소 늦은 시점에도 삼성은 안주 대신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라이블리의 내년 시즌 재계약까지 고려한 삼성의 움직임이다.

라이블리 영입을 지켜본 한 외국인 스카우트는 라이블리는 원래 발표된 총액으로 이적료와 연봉을 다 감당하기 힘든 선수인데 삼성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를 영리하게 잘 이용했다. 라이블리의 원소속 구단(애리조나)도 더 높은 이적료를 요구하기가 어려웠고, 라이블리도 한국 무대 입성을 위해선 연봉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다. 남은 시즌 (라이블리가) 한국 무대에 적응하며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삼성은 내년 시즌 라이블리의 재계약을 합리적인 가격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IA도 삼성과 같이 가만히 있기보단 내년 시즌까지 바라본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외국인 선수 시장에선 ‘투수 인력난’이 심각한 분위기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극심한 타고·투저 경향에 투수가 금값으로 치솟은 데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도 수준급 투수 영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오히려 8월이 넘어간 시기에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지명할당 처리된 알짜배기 투수를 저렴하게 영입해 미리 한국 무대에 적응하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물론 8월 15일을 넘긴 뒤 외국인 선수를 명단에 등록하면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하다. 15일까진 불과 하루의 기한이 남았기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가을야구 등판을 가정한 외국인 투수의 영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KIA 야구는 올 시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한 외국인 투수 선매·선검증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서두에 언급한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까 당장 시작하라’는 어록을 KIA가 되새길 때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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