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 전담 포수로 기횔 얻고 있는 안승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쿠에바스 전담 포수로 기횔 얻고 있는 안승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KT 위즈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8월 16일 수원 삼성전에서 시즌 10승을 거뒀다. 먼저 10승을 챙긴 라울 알칸타라에 이어 쿠에바스까지 10승에 성공하며, KT는 201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투수 듀오 동반 10승을 달성했다.

쿠에바스의 10승 달성엔 숨은 공신이 있다. 쿠에바스는 10승 중에 4승을 백업포수 안승한과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올렸다. 안승환과 호흡을 맞춘 5경기에서 승패 기록은 4승 1패, 평균자책은 0.98이다. 패전을 기록한 두산전에서도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투구내용은 뛰어났다.

안승한은 7월 중순 이후 쿠에바스의 ‘채드 크루터’ 같은 역할을 하는 중이다. 올 시즌 6차례 선발 출전 경기 중에 5경기에서 쿠에바스와 호흡을 맞췄다(알칸타라 1경기). 이 가운데 두산전 1경기(1대 3 패)를 제외하고는 모두 팀이 승리를 거뒀다.

교체 출전 포함 안승한이 마스크를 쓴 22경기 68.2이닝에서 KT의 실점은 단 13점으로 9이닝당 1.7점만을 허용했다. 승패가 결정난 경기 후반 교체 출전이 많았단 점을 고려해도 수준급 기록이다. 도루저지율 50%, 9이닝당 폭투+포일도 0.438개로 각종 수비 지표도 나쁘지 않다. 이강철 감독도 “승패를 떠나서 (안승한 출전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안승한은 2014년 KT 위즈 창단 멤버 중에 한 명이다. 충암고-동아대를 거쳐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특별지명으로 큰 기대 속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만 해도 안중열(현 롯데)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입단 뒤엔 좀처럼 출전 기횔 얻지 못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장성우가 합류한 뒤엔 아예 2군으로 밀려났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지도자들과 궁합도 맞지 않았단 평가다.

2016년과 2017년 군복무를 마친 안승한은 지난해 팀에 복귀해 2군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다. 장성우-이해창 체제가 확고한 KT 포수진 구성상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지만, 이해창의 부진으로 6월 중순 1군 기회가 찾아왔다. 6월 13일 처음 1군에 등록한 안승한은 이후 엔트리 말소 없이 줄곧 1군에 머물려 백업 포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주전포수 장성우는 투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리드를 펼친다. 상대적으로 안승한은 투수에게 맞추는 스타일에 가깝다. 볼배합에서 자기 주관을 강하게 드러내는 쿠에바스에겐 투수에게 맞춰가는 안승한 타입의 포수가 오히려 잘 맞는 면이 있다. 이 감독이 쿠에바스 등판 경기에 종종 안승한을 기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삼성전에서도 안승한과 호흡을 맞춘 쿠에바스는 다양한 구종을 모두 활용하며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 포심만 고집하지 않고 투심(35구)을 비롯해 커브(16구), 체인지업(16구), 커터(11구)까지 5가지 구종을 모두 활용한 팔색조 피칭이 돋보였다. 7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1실점. 쿠에바스의 호투를 발판으로 KT는 삼성에 9대 1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만난 안승한은 “쿠에바스의 공 무브먼트가 워낙 좋다. 공이 좋기 때문에 포수 입장에선 ‘정확하게 잡아주자’ ‘바운드볼을 잘 막아주자’는 생각만 한다”고 투수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안승한은 시즌 초반 쿠에바스가 잠시 2군에 내려왔을 때 연습경기에서 처음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안승한은 “그때 이후 쿠에바스와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자주 있었다. 서로 장난도 치고 경기도 함께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내가 쿠에바스에게 배우는 면도 많다”고 했다.

“워낙 경험이 많은 투수다 보니 쿠에바스가 볼배합을 할 때도 있다. 나도 쿠에바스와 함께 하면서 ‘여기서 뭘 던지고 싶을까’ 생각하게 된다. 전력분석팀과 박철영 배터리 코치님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요즘엔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사인을 낼 때가 많아져서 그런지 쿠에바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안승한의 말이다.

안승한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한번씩 쿠에바스 경기 때 출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며 “장성우 형이 전반기부터 많은 게임을 뛰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쿠에바스 나오는 날 내가 잘 해서 조금이라도 휴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안승한은 남은 시즌 목표에 대해 “백업포수 역할이기 때문에 방망이보다는 수비에 더욱 신경쓰겠다. 하나라도 더 신경써서 포구하고, 빠지는 공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 막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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