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선발 로테이션 자리잡은 KT 위즈

-선발투수 부상, 부진 공백 거의 없어…SK와 함께 가장 탄탄한 선발진 보유

-더 큰 그림 그리는 이강철 감독 “선발투수 10명까지 만들어야” 계획

-창단 이후 최고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올 시즌 이후까지 준비한다

더 강한 KT를 꿈꾸는 이강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더 강한 KT를 꿈꾸는 이강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우리 팀 정도면 그래도 10개 구단 중에 5인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는 편 아니에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함께 가장 탄탄하고 짜임새있는 선발투수진을 구축한 팀이 바로 KT다.

외국인 투수 듀오(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는 창단 이후 최초의 ‘10승 듀오’가 됐다. 고졸 2년차 김 민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배제성, 김민수 등 시즌 중에 대체선발로 합류한 투수들이 호투하며 4, 5선발 고민까지 해결했다.

아직까지 KT 투수 중엔 어깨나 팔꿈치,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투수기용 원칙을 지키고 트레이닝 파트가 체계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선발투수 자리에 구멍이 난 게 손으로 꼽을 정도”라 했다. KT가 ‘땜빵선발’을 기용한 경기는 딱 3경기 뿐. 류희운, 전유수(오프너), 이정현이 각각 1경기씩 임시 선발로 등판한 게 전부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치열한 5위 싸움을 펼치면서도 올 시즌 이후,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하는 중이다. 선발 등판이 가능한 투수,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선발투수를 10명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의 목표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선발투수 10명은 만들어야” 이강철 감독의 큰 그림

KT의 2년차 에이스 김 민(사진=엠스플뉴스)
KT의 2년차 에이스 김 민(사진=엠스플뉴스)

이강철 감독이 ‘선발 10명 양병설’을 거론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 선발투수들이 잘 해주고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스무살 에이스 김 민이 제일 걱정이다. 고3 시즌인 2017년 10경기에서 24이닝을 던진 김 민은 프로 첫 해인 지난해 1군에서 37.1이닝, 2군에서 54.1이닝을 던져 도합 91.2이닝을 투구했다. 올 시즌엔 8월 19일 현재 22경기 129.2이닝을 투구해 규정이닝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버두치 리스트’ 대상자다.

이 때문에 이 감독은 김 민의 건강한 시즌 완주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후반기 첫 등판 일을 뒤로 미뤄, 전반기 마지막 등판(7월 14일)부터 16일을 쉰 뒤 등판하게 배려했다. 또 이번주에는 1경기를 선발 대신 불펜으로 등판하게 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김 민이 많이 던졌다. 휴식을 주려고 한다. 최근 부진도 못해서라기보단 많이 던져서 그렇다”며 한 차례 불펜 등판을 예고했다.

외국인 투수 듀오도 관리 대상이다. 이 감독은 알칸타라와 쿠에바스 둘 다 미국에서 올해처럼 많은 이닝을 던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알칸타라는 3년 전인 2016년 154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이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기록한 152.1이닝이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알칸타라는 182이닝, 쿠에바스는 179.1이닝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이 감독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존 선수 관리와 함께 새로운 선발 요원 육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번주 김 민의 등판 예정일에 한 차례 이정현을 기용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지난번 선발등판 때 공이 좋았다. 가능성을 봤다”며 이닝과 투구수 제한 없이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우리 선발투수 중에 내년에 2년째를 맞는 투수가 많다. 올해보다 선발투수를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선발투수를 10명까지 준비할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 신인 소형준도 들어오고, 이정현도 있다. 지금은 2군에서 준비 중인 금민철도 있고, 손동현도 돌아오면 선발로 준비하게 할 참이다. 10명을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김민수는 원래 스프링캠프 기간 선발투수로 준비하다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던 선수다. 뒤늦게 1군에 합류해, 이대은의 마무리 전환으로 생긴 선발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선발투수의 부진이나 부상에도 언제든 대체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이 감독의 계획이다.

KT는 5위 NC에 한 게임차 뒤진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펼치며,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과 KT 코칭스태프는 당장 올 시즌 성적만 바라보지 않는다. 내년 시즌, 그리고 내년 시즌 이후 더 강해질 KT를 목표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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