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광현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 관심 여전

-최소 4개 구단이 김광현 영입전 뛰어들 준비…단, SK 허락이 전제

-2019시즌 ‘제2의 전성기’ 보낸 김광현, 기량도 빅리그 관심도 지금이 절정

-팀 우승 실패로 빅리그 진출 꿈도 안개 속으로…이번 겨울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빅리그 진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빅리그 진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과연 SK 와이번스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할지 궁금하다. 결정만 나면, 우리 구단은 영입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김광현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의 결단만 기다리는 중이다.

보통 프로야구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이 있어야 하고, 선수 본인의 의지도 강해야 한다. 여기에 소속 구단의 협조가 있어야 빅리그 진출이란 큰 꿈을 이룰 수 있다.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이미 두 가지 조건을 갖췄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김광현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 영입을 목표로 물밑에서 준비 중인 구단만 최소 4곳 이상이다. 김광현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빅리그에 재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건 소속팀 SK의 결정이다. 모두가 신호총을 손에 든 SK만 바라보고 있다. SK의 오케이 신호만 나면 곧바로 출발선에서 달려 나갈 태세다. 문제는, ‘땅’하는 소리가 끝까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광현 영입을 노리는 구단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빅리그 최소 4개 구단, 김광현 영입 회의 자료 준비 중…사생활까지 조사했다”

김광현은 2019시즌 새로운 전성기를 보냈다(사진=SK)
김광현은 2019시즌 새로운 전성기를 보냈다(사진=SK)

김광현은 올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광현이 선발 등판 하는 경기마다 빅리그 9,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야구장을 찾아 김광현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서부지구 구단 소속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빅리그 구단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다. 특히 5, 6개 팀 스카우트는 김광현이 등판한 거의 모든 경기를 따라다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동부지구 구단 소속 스카우트는 “조만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 12에도 많은 스카우트가 김광현을 보러 올 예정이다.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국가대표 경기는 또 다른 무대다. 김광현이 국가대표팀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2019시즌 김광현은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성기 수준의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졌다. 김광현의 2019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7.1km/h. 참고로 올해 메이저리그 좌완 선발투수 가운데 이보다 빠른 평균구속을 기록한 투수는 4명 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2019시즌 개인 최다 타이인 30경기에 선발등판, 190.1이닝 동안 탈삼진 180개를 솎아냈다. 이닝과 탈삼진은 22살 시절인 2010년(193.2이닝 183탈삼진) 이후 개인 최다 2위 기록이다.

세부 기록은 더 환상적이다. 타석당 볼넷은 4.8%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볼넷을 내줬고, 그러면서도 타석당 22.9%의 높은 탈삼진 비율을 기록했다. 삼진/볼넷 비율은 4.74개로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여기다 평균자책 2.51에 수비무관 평균자책(FIP)도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3.01을 기록했다.

동부팀 스카우트는김광현이 올해는 투수로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 한 해였다특히 시즌 막판 팀의 1위가 걸린 경기에서 보여준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충분히 지칠 만한 시점인데도 여전히 패스트볼 구위가 살아 있었고, 서드 피치인 커브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중부지구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김광현의 공이 정말 좋았다. 빠른 볼과 슬라이더의 위력은 여전했고, 여기에 커브와 투심성 스플리터도 던질 줄 안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를 비롯해 다른 구단들도 김광현에 관심이 많다. 불펜으로 보는 구단도 있지만, 선발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최소 4개 메이저리그 구단이 김광현의 빅리그 재도전을 전제로 영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부지구 2개 구단과 중부지구 1개 구단, 동부지구 1개 구단이 김광현 영입에 적극적이다. 이들 구단은 김광현의 몸 상태와 미국행이 가능한 신분인지 다각도로 확인하는 중이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ML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김광현이 시장에 나오면 영입전에 참가할 예정”이라 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를 놓고 구단 내 담당자 전원이 긍정적인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좌완투수가 약한 우리 팀으로선 김광현의 합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복수의 구단이 김광현 영입 관련 내부 회의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KBO리그의 미국통 인사들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다. 일부 구단은 김광현의 가족관계와 성격, 개인 훈련 프로그램, 사생활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했다고 알렸다.

스카우트가 선수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건, 영입을 결정한 뒤 마지막에 진행하는 작업이다. 과거 LA 다저스는 류현진의 포스팅이 시작된 뒤 전직 스카우트를 고용해 성격, 개인사, 사생활을 조사한 바 있다. 김광현에 대한 빅리그 구단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광현의 빅리그 도전, 이번 겨울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광현은 10년 이상 팀의 에이스로 헌신했다. 2019시즌에도 시즌 후반 팀이 추락하는 가운데, 눈부신 역투로 팀 마운드를 지탱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광현은 10년 이상 팀의 에이스로 헌신했다. 2019시즌에도 시즌 후반 팀이 추락하는 가운데, 눈부신 역투로 팀 마운드를 지탱했다(사진=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 정도 적극성을 보이는 건, 보통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확실한 선수가 대상이다. 김광현이 아직 FA(자유계약선수) 계약 기간 2년을 남겨둔 신분임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김광현은 2016시즌이 끝난 뒤 SK와 4년 총액 8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7시즌을 수술로 1년 날려, 실제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다.

SK 사정에 밝은 야구 관계자는 야구계에선 김광현의 FA 계약 당시 SK 그룹 고위 관계자가 ‘우승하면 메이저리그에 보내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SK가 우승한 뒤, 메이저리그 중부지구 한 구단은 이 소문을 근거로 김광현 영입 가능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8시즌 우승 뒤 김광현의 빅리그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의 야구 관계자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떠나고 염경엽 당시 단장이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구단 내부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선수 입장에선 첫 시즌을 앞둔 감독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는 올 시즌도 중반까지 7.5경기 차 압도적 1위를 달렸다. 한국시리즈 직행과 2년 연속 우승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김광현 영입을 노리는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도 SK의 우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SK는 시즌 막판 거짓말처럼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신세가 됐고, 키움 히어로즈에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다. 1위였던 시즌 최종 순위는 3위로 내려앉았다.

SK의 추락과 함께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무대 재도전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목표로 칼을 가는 SK 입장에서 에이스의 이탈은 큰 손실이다. 구단 안팎에선 최근 SK 고위 관계자가 김광현의 국외 진출 관련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상 이번 겨울은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수로서 기량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도 지금이 절정이다. 1988년생인 김광현은 내년 시즌 33세가 된다. 여기서 한 살만 더 먹어도 빅리그 구단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카드가 되기 어렵다. 1년 사이 김광현의 상태나 시장 상황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다. FA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빅리그 도전은 더 어렵다.

신호총을 쥐고 있는 건 SK 구단이다. SK만 허락하면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탕’ 소리만 나면 바로 뛰어들 빅리그 팀은 많다. 반면, SK가 허락하지 않으면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남은 커리어를 KBO리그에서 보내야 한다. 모두가 SK의 신호총 소리만 기다리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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