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와 작별…댄 스트레일리 영입

-빅리그 통산 44승, 10승 시즌만 세 차례 기록한 거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주무기…2019시즌 불운과 부상 속에 부진

-슬라이더 구위 회복, 몸 상태 좋아져 2020시즌 반등 가능성 높다

150만 달러를 요구한 레일리와 결별하고 메이저리그 44승 투수 댄 스트레일리를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사진=엠스플뉴스)
150만 달러를 요구한 레일리와 결별하고 메이저리그 44승 투수 댄 스트레일리를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레일리 가고, 스트레일리 온다. 롯데 자이언츠가 장수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결별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댄 스트레일리를 영입한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애드리안 샘슨에 이어 ‘ML 44승 투수’ 스트레일리까지 영입해 초호화 원투펀치를 구축한 롯데다.

롯데는 12월 14일 새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댄 스트레일리(Dan Straily)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등 80만 달러(옵션 별도)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기간 스트레일리의 소속 에이전시(Apex Baseball)와 만나 협상 끝에 계약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기존 외국인 투수 레일리와도 재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레일리 에이전트가 2019시즌(보장액 117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취재 결과 레일리는 각종 옵션 포함 150만 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던 롯데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에 롯데는 보장액을 줄인 대신 옵션 포함 총액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레일리를 잡으려 했지만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고위 관계자가 레일리와 직접 통화까지 하며 계약을 설득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5년간 함께한 롯데와 레일리의 인연이 끝난 사연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스트레일리의 메이저리그 경력

스트레일리는 마이애미 선발투수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트레일리는 마이애미 선발투수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트레일리는 레일리와 작별한 아쉬움을 잊게 하기 충분한 빅네임이다. 최근 8시즌 연속 빅리그 무대에서 공을 던졌고, 세 차례나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를 거둔 엘리트 투수 출신이다. 레일리가 요구한 총액에 비춰볼 때, 50만 달러 적은 금액에 스트레일리를 쓸 수 있다는 건 롯데로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선택이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선수가 됐지만, 막 프로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스트레일리는 유망주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선수였다.

스트레일리는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들런즈에서 태어나 오레곤주의 작은 마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던질 줄 아는 변화구도 없었고, 구위도 컨트롤도 평범했다. 인구가 2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동네라 야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줄 사람이 전무했던 탓이다. 역사 교사가 야구부 감독을 겸직할 정도였다.

스트레일리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대학도 지역 내에 있는 서부 오레곤 대학 하나뿐이었다. 이후 스트레일리는 마샬 대학을 거쳐 2009 신인드래프트 24라운드 지명으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당시 계약금은 1만 2,500달러. 빅리그에서 그에게 갖는 기대치가 얼마나 낮았는지 보여주는 액수다.

오클랜드 팜 시스템에서 스트레일리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기존 변화구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었고, 체인지업이란 신무기도 장착했다. 2010년 싱글 A에서 풀타임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뒤, 이듬해엔 타고투저 경향이 강한 하이 싱글 A에서도 선발투수로 호투를 펼쳤다.

2012년에는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9이닝당 1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며 위력을 떨쳤고, 8월에 마침내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그해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 7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 3.89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3시즌엔 대부분의 시간을 빅리그에서 보냈다. 27경기에서 10승을 거뒀고 평균자책 3.96을 기록해 풀타임 선발투수로 올라섰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에서도 4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14년 제구 난조 속에 부진한 성적을 거둬 시즌 중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됐고, 휴스턴 소속으로 뛴 2015년에도 부진이 이어졌다.

잠시 흔들렸던 스트레일리의 경력은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은 2016년 다시 반등했다. 그해 스트레일리는 34경기에 등판해 191.1이닝 동안 14승 8패 평균자책 3.76으로 커리어 한 시즌 최다승을 올렸다. 마이내미로 이적한 2017시즌에도 33경기 181.2이닝 10승 9패 평균자책 4.26으로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챙겼다. 2018시즌엔 이두근 염좌 속에서도 23경기 5승 6패 평균자책 4.12로 활약했다.

세 시즌 연속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스트레일리는 2019시즌 들어 크게 무너졌다. 시즌 시작부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마이애미에서 방출당한 게 시작이었다. 스트레일리와 5백만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던 마이애미는 몸값을 아끼기 위해 120만 달러만 지급하고 방출을 택했다.

갑작스레 무적 신세가 된 스트레일리는 개인 훈련을 하며 새 소속팀을 찾았다. 방출 열흘 뒤인 4월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가까스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계약 이틀 뒤(7일)엔 곧바로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하필 상대가 뉴욕 양키스였다. 여기서 1.1이닝 동안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10일엔 친정 오클랜드 상대로 3.1이닝 5실점으로 또 무너졌다.

이후 3경기 호투로 안정을 찾는가 했지만 5월 들어 무더기 홈런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결국 6월 18일 오클랜드전(2.1이닝 6실점) 이후로는 다시 빅리그에 올라오지 못했다. 47.2이닝 동안 얻어맞은 홈런만 22개. 한 시즌 동안 볼넷(22개)과 같은 개수의 홈런을 얻어맞았고 평균자책은 9.82로 치솟았다. 고질적인 약점인 피홈런이 ‘탱탱볼 시대’와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스트레일리는 빅리그 재도전과 국외 진출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선택했다. 돈 때문은 아니다. 이미 빅리그에서 수백만 달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스트레일리다. 그보단 에릭 테임즈, 조시 린드블럼 사례처럼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의 경력을 되살리려는 동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슬라이더+몸 상태 회복’ 스트레일리 반등 기대하는 이유

롯데는 스트레일리가 슬라이더 구위를 되찾고, 몸 상태가 좋아진 만큼 2020시즌 반등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롯데는 스트레일리가 슬라이더 구위를 되찾고, 몸 상태가 좋아진 만큼 2020시즌 반등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비록 한 시즌 크게 무너지긴 했지만, 스트레일리는 투수로서 장점이 많은 매력적인 선수다. 빅리그에서 8시즌 동안 156경기(140선발)에 등판한 풍부한 경험은 물론, 뛰어난 커맨드와 수준급 변화구를 보유했다.

스트레일리는 평균 146km/h, 최고 151km/h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강속구와 거리가 멀지만, KBO리그 선발투수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지난 시즌 LG 케이시 켈리가 평균 146.2km/h를, KIA 조 윌랜드가 평균 145.9km/h를 기록한 바 있다. 스태미너가 좋아 1회부터 경기 후반까지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다. 2016년과 2017년엔 2시즌 연속 180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 능력을 과시했다.

주무기는 130km/h 중반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각도 크고 회전수 높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는 능력을 갖췄다. 또 오클랜드 마이너리그 시절 집중 연마한 체인지업은 좌타자 상대로 상당한 위력을 자랑한다.

구사율은 높지 않지만 싱커와 커브를 카운트 잡는 용도로 던지기도 한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스트레일리에 대해 성실하고 끈기가 있는 선수다. 확실한 게임 플랜을 갖고 영리하게 타자와 싸울줄 아는 투수다. 방출과 트레이드, 마이너리그행까지 여러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는 선수로 강인한 정신력도 장점이다. 다른 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비록 2019시즌엔 부진했지만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의 스카우트는 2019시즌엔 개막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방출당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주무기 슬라이더의 날카로운 맛이 떨어졌던 것도 부진의 원인이 됐다. 시즌 막판엔 왼쪽 무릎에 약간의 부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행히 시즌 막바지엔 어느 정도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팔 스윙 조정이 성공해 슬라이더 구위가 살아났고, 흔들렸던 커맨드도 다시 안정을 찾았다. 트리플 A에서 뛴 막판 5경기 가운데 1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좋은 투구를 펼쳤다. 무릎 상태도 많이 회복돼 현재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꼼꼼한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스트레일리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경력 내내 발목을 잡았던 피홈런(통산 9이닝당 1.6개) 문제도 덜 날아가는 공인구를 쓰는 KBO리그에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가 앞서 영입한 샘슨도 빅리그에선 피홈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다. 공인구가 바뀐 2019시즌 리그 홈런 수가 크게 줄어든 만큼, 홈런으로 내주는 실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스트레일리 영입으로 롯데는 2020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샘슨과 스트레일리가 현역 빅리거 출신 원투펀치를 이루고,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센터라인을 지키는 구도다. 화려한 외국인 라인업을 구축한 롯데는 남은 오프시즌에도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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