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리그’ 인기로 야구단 프런트 향한 관심 높아져

-실제 야구단 프런트가 보는 야구단 업무 만족도는? 기업 리뷰 사이트로 살펴봤다

-장점: 야구를 원없이 볼 수 있다야구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

-단점: 만국의 직장인이여 단결하라…업무강도, 꼰대문화 비판도

드라마 속 야구단 프런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사진=SBS)
드라마 속 야구단 프런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사진=SBS)

[엠스플뉴스]

최근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와 함께, 야구단 프런트라는 직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냉철한 판단력과 카리스마가 빛나는 백승수 단장, 인간적인 매력과 강단을 함께 갖춘 이세영 운영팀장,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한재희 등을 보면 야구단 프런트만큼 야구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직업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 현실은 현실이다. 실제 야구단에서 일해 봤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드라마가 심어준 환상과 조금 다를 수 있다. ‘현실 프런트’는 야구단 업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모 기업정보 사이트의 ‘기업리뷰’를 찾아봤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사이트엔 기업 채용정보와 전현직 직원들이 남긴 솔직한 기업 평가, 연봉 정보 등이 공개돼 있다. 해당 기업의 장점과 단점, 미래 전망에 대한 살아있는 평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어느 정도 가려들을 필요는 있다. 미국의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올라온 30개 MLB 구단에 대한 리뷰는 무려 1,500여 건에 달한다. 반면 국내 사이트에 올라온 10개 구단 리뷰는 2월 3일 현재까지 총 46건에 불과했다. 단 46타석만 갖고 타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듯이, 46건의 리뷰에 야구계의 모든 실태가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

리뷰 중에는 파트타임으로 짧게 일한 사람이 남긴 인상 비평도 상당수다. 자칫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묘사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현직 직원 입장에서 ‘그만둔 사람이 악의적으로 썼다’고 느낄 만한 대목도 있었다. 야구판은 아주 좁은 우물과 같다. 다른 업종처럼 채용이 활발하지도 않고, 채용하더라도 타 구단에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현직 직원이나 계속 야구판에서 일할 사람이 100% 솔직한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래도 이들 리뷰를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그간 야구단을 취재하며 보고 들은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진실성이 상당하다고 믿을 만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실제 리뷰를 접한 몇몇 구단 현직 직원은 “팩트폭력이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며 리뷰 내용이 사실에 가깝다고 확인해 줬다. 리뷰 가운데 재미있는 내용 몇 가지를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최고의 구단은 두산 베어스?

선수단도, 프런트도 강한 두산(사진=엠스플뉴스)
선수단도, 프런트도 강한 두산(사진=엠스플뉴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구단은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복지 및 급여 4.3점(5점 만점), 업무와 삶의 균형 4.3점, 사내 문화 4.5점, 승진 기회 및 가능성 4.5점, 경영진 평가 4.5점으로 총 만족도 4.5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점대 저조한 평점을 받은 일부 구단과는 대조적인 평가다.

한 전직 직원은 리뷰에서 대우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일도 재밌게 할 수 있다. 사람들도 좋고, 기억에 좋게 남아 있다며 두산 경영진에게 번창하시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다른 전직 직원도 “다시 가고 싶은 회사다. 직원들에게 동등하게 기회를 주는 회사”라고 호평했고 또 다른 직원은 “분위기 좋고 일할 맛이 난다. 타회사보다 대우를 잘해준다”고 평했다. 두산이 왜 다른 구단보다 프런트가 강하단 평가를 받는지, 어떻게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장점: 야구, 야구, 야구

야구단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를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그럴까(사진=SBS)
야구단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를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그럴까(사진=SBS)

리뷰어들은 하나같이 야구단 근무의 장점으로 ‘야구’ 그 자체를 들었다. 전 소속 구단에 별 하나를 매긴 전직 직원은 야구경기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역시 별 두 개로 ‘엄복동급’ 혹평을 남긴 전 직원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근무환경 자체가 장점” “야구단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 흔치 않은 기회”라고 평했다. “꿈같은 프로선수들과의 만남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언급한 야구팬 출신 직원도 있었다.

수도권 구단 한 전직 직원은 로저 이버트 급의 신랄한 비평 속에서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한다면 그 애정으로만 다닐 만한 곳”이란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어떤 전직 직원은 “업무는 단순하지만 야구와 함께할 수 있어 일이 재미있는 곳”이란 평가를, 다른 전직 직원은 “야구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곳”이란 평을 남겼다.

서울 모 팀 전직 직원은 “인기 구단의 자부심”을 들었고, 같은 팀의 전직 직원도 “좋아하는 팀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장점으로 거론했다. 어떤 구단 전직 직원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일부를 내가 채운다는 맘으로 근무한다”며 야구계 리더로서 사명감을 이야기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게 리뷰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어떤 전직 직원은 야구장에 출근하는 기분이 색다르지만 내부자로서 가져야할 태도가 있어 야구팬처럼 접근해서는 힘들 수 있다고 냉철한 평가를 남겼다. “야구를 직업으로 누릴 수 있는 직장. 그 대가도 크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허와 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란 평가도 좋아서 시작한 일이 밥벌이가 됐을 때의 고단함을 드러낸 평가다.

야구단이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 마케팅 분야 전직 직원은 “스포츠에 관해서는 종목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직원도 “스포츠 마케팅 선두주자로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다”고, 또 다른 직원도 “국내 스포츠 산업의 최전선”이라며 “해당 분야에서 잘 해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다”고 장점을 꼽았다. 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야구단의 복리후생, 휴가 제도 등을 장점으로 든 리뷰어도 있었다. 모 수도권 구단 전직 직원은 “비시즌엔 눈치보지 않고 ‘칼퇴’가 가능하다. 시즌 중엔 월요일에 무조건 휴무다. 비시즌 겨울에도 일주일 내지 보름 정도 전체 휴가가 주어진다”고 했다. 실제 구단 직원들은 12월 종무식 이후부터 1월 시무식 전까지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식당 밥이 맛있다” “대기업 소속이라 혜택이 많다” “지역 사회에서 대우를 받는다” “모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또 팀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PI(생산성격려금, Productivity Incentive), PS(초과이익분배금, Profit Sharing) 최대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한 직원도 있었다. 물론 여기엔 “팀 성적이 나쁘면 분위기가 초상집이 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모두의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예민해진다. 눈치를 봐야 한다”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야구단 프런트도 ‘미생’이다: 잦은 야근, 고강도 업무

야구단은 정규시즌 기간 긴 근무시간과 강도높은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사진=SBS)
야구단은 정규시즌 기간 긴 근무시간과 강도높은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사진=SBS)

일찍이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야구단 프런트 일도 비슷하다. 장점은 대부분 ‘야구’ 하나로 압축되는 반면에, 단점 항목으로 가면 저마다의 다채로운 이유가 존재했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일이 아닌 ‘야구’ 일이라는 데서 비롯한 단점이다.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이 대표적이다. 프로야구는 보통 저녁 6시 반에 시작해 10시 전후에 끝난다. 경기 전 준비 시간과 경기 후 뒷정리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정오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생활을 일년 내내 계속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리뷰어가 야구단 특유의 장시간 노동과 주말 출근을 단점으로 들었다.

한 리뷰어는 업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주말이 없음. 보직에 따라 업무강도가 상이한 편이란 평가를 냈다. 다른 리뷰어도 “야구 경기 시간은 늘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또 다른 직원은 “주말 경기가 있으면 주말 출근”을, 또또 다른 직원은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아 라이프 밸런스가 붕괴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많은 야구단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제도를 엄격하게 준수하기 힘든 야구단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구단 직원은 “너무 잦은 야근과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구성원들”을 문제로 언급하며 경영진을 향해 “조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일부 직원들은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문제로 들었다. 한 수도권 구단 전직 직원은 “연봉은 우선 형편없고 승진테이블도 명확하지 않다. 승진의 기회는 거의 없고 특정 사람들에게만 일이 몰아치듯 분배되어 있다. 일하지 않고 경기관람하는 인원들도 있어서 회의감이 든다”고 평했다.

다른 직원 역시 “개개인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 잦은 인사이동과 조직개편, 보고라인 엉망, 팀별로 업무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 함께 일한다기 보단 개개인이 일하는 느낌”이란 신랄한 평가를 남겼다.

한 지방구단 직원들의 경우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는 게 공통적인 불만 사항이었다. 이 구단 전직 직원들은 “일을 안하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이 많아 조직 효율이 낮다” “월급 도둑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충원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만 하고 안 하는사람은 안한다. 맨파워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 구단의 한 직원은 “직원들의 조직 구조가 너무 수평적이라 일 안하는 사람이 많다”며 해학이 담긴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월급 루팡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구성원이 고통받는 건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나는 ‘꼰대’가 싫어요: 보수적 야구단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을 가로막는 꼰대의 존재는 열심히 일하려는 야구단 직원들의 장애물이다(사진=SBS)
혁신을 가로막는 꼰대의 존재는 열심히 일하려는 야구단 직원들의 장애물이다(사진=SBS)

어느 직장이나 ‘꼰대’가 문제다. 야구단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당수의 전직 직원이 리뷰에서 경직되고 보수적인 문화” “조직 분위기 자체가 구태의연의 끝” “나이 많은 분들의 군대문화가 존재한다는 평가를 남겼다. 주로 대기업 산하 구단, 창단한지 오래된 구단일 수록 이런 류의 평가가 많았다.

한 지방구단 전직 직원은 “군대 문화와 같이 수직적이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쇼만 하는 곳”이란 혹평을 썼다. 야구단 문화가 모기업 특유의 문화를 그대로 빼닮았다며 “그룹 문화를 버리지 않으면 직원만 죽어난다”는 게 이 직원의 조언이다. 다른 지방구단 직원도 “경영진의 의견을 무조건 하달하기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자격 미달 고위 임원 문제를 지적한 전직 직원도 있었다. 한 서울구단 전직 직원은 “품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것 역시 횡령으로 걸릴 수 있다는걸 모르는 듯한 실무진들과 윗사람들”을 문제로 지적한했다. 실제 이 구단은 경영진의 각종 비리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모 지방구단 전직 직원도 임원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 리뷰어는 “일부 임원의 경우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예 없는 느낌”이라며 “일을 한참 많이 할 사람들이 조직 및 임원에 대한 실망으로 다 퇴사했다. 팀장과 주니어들로 주로 구성되어 조직의 허리가 없다”는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 구단은 실제 최근 3년간 팀장급 직원 상당수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뷰어의 마지막 한 마디는 “직원들에게 예의를 지켜 주십시오”였다.

일부 직원은 개인적인 불만과 요구보단 좀 더 큰 그림을 바라봤다. 한 지방구단 전직 직원은 “왠만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기업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맞다고 보면 된다”며 “잦은 경영진 교체에 따른 기업의 알 수 없는 방향성”을 언급했다.

해결책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며 야구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진을 제시했다. 같은 구단 다른 전직 직원도 “구단 문제가 아니라 모기업 문제”라며 “구단의 독립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남겼다. 다른 지방구단 직원은 “성적 지향적이 운영이 아닌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운영하였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이런 지적이야말로 야구와 야구단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남길 수 있는 고언이 아닐까. 수많은 단점과 문제 속에서도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모든 이세영 팀장, 한재희 사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글은 ‘하드볼타임즈’의 칼럼 ‘Through the Looking Glassdoor’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밝힙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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