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삼성 라이온즈 스프링캠프 소화하는 오승환
-더 탄탄해진 오승환의 몸매 “다시 기초 운동부터 착실히 훈련”
-“당장 불펜 투구 가능한 상태, 그래도 페이스 조절하겠다.”
-“암흑기? 삼성 팬들의 응원 필요, PS 넘어 KS로 보답하겠다.”

이번 삼성 스프링캠프에서 웃음이 헤퍼졌다는 돌부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번 삼성 스프링캠프에서 웃음이 헤퍼졌다는 돌부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돌부처’가 돌아왔다. 그것도 ‘미소 짓는 돌부처’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웃음이 헤퍼졌다. “웃음이 잦아졌다”라는 삼성 관계자의 말에 오승환은 “웃을 때마다 사진이 찍혀서 그렇지 온종일 웃진 않는다”라고 항변(?)하면서도 또다시 이내 슬며시 옅은 미소를 보여줬다.

지난해 시즌 중반 삼성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과정에 있다. 지난해 연봉 6억 원을 받았던 오승환은 올 시즌 옵션 6억 원 포함 최대 18억 원을 받게 된다. 삼성 구단 입장에선 불안했던 마무리 자리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만든 오승환의 복귀였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볼 수 있는 오승환의 몸은 예전보다 더 다부져 보였다.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는 “오승환의 몸은 원래도 탄탄했지만, 이번엔 더 두꺼워졌다(웃음). 자기 관리 하나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장 불펜 투구 가능, 그래도 오버 페이스 안 하겠다.”

오승환은 캠프 초반 재활 보강 운동과 더불어 캐치볼 훈련만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승환은 캠프 초반 재활 보강 운동과 더불어 캐치볼 훈련만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월 6일 오키나와 온나손 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승환은 “아무래도 오키나와 캠프는 개인 훈련으로 자주 와서인지 이제 낯설지 않다. 오랜만에 삼성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재밌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수술 뒤 몸을 처음부터 만든단 생각으로 기초 운동부터 철저하게 몸을 키웠다. 지금 몸 상태도 중요하지만, 실전 등판에서 공을 던진 결과가 가장 중요할 듯싶다. 우선 비시즌 준비는 만족스럽다”라며 전했다.

이제 어린 투수들과는 나이 차이가 꽤 벌어진 최고 선참급 투수가 됐다. 오승환은 자신을 어려워하는 후배 투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코치진과 트레이너 파트에서도 생소한 분들이 많다. 그래도 훈련 분위기는 좋고 다들 밝게 훈련하고 있어 나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직 훈련을 며칠만 한 탓인지 어린 후배들이 아직 나를 어려워하는 듯싶은데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양창섭 선수와는 비시즌 개인 훈련도 함께했기에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후배들의 ‘멘토’라기보단 같은 동료니까 재밌게 얘기하고 싶다. 서로 야구 얘길 주고받으면 나도 얻어가는 게 분명히 있다.” 오승환의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오승환을 은근히 괴롭힌 팔꿈치 부상이 해결된 건 삼성 복귀 시즌을 앞두고 큰 성과다. 오승환은 “최근 몇 년 동안 팔꿈치 통증이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수술하니까 몸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후련한 느낌이다. 다시 공을 던질 때 불안감은 전혀 없을 거로 믿는다. 수술 뒤 재활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순서대로 재활 과정을 잘 이어오고 있다”라고 고갤 끄덕였다.

사실 몸 상태로만 보면 오승환은 당장 불펜 투구를 소화해도 상관없을 정도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심정으로 오승환은 살짝 페이스를 늦추고자 한다. 정현욱 코치도 “어차피 1군 복귀 시점은 5월이다. 굳이 빠르게 공을 던지며 무리하게 오버 페이스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내다봤다.

오승환은 “바로 불펜 투구에 들어가도 되는데 코치님이 너무 빠르다고 걱정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시점보다 불펜 투구를 한 턴 늦추려고 한다. 2월 중순부터 불펜 투구를 시작할 듯싶다”라고 밝혔다.

과거엔 당연했던 KS, 오승환은 가을 마지막까지 던지고 싶다

수술 뒤 기초 운동부터 다시 시작한 오승환의 몸은 더 탄탄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수술 뒤 기초 운동부터 다시 시작한 오승환의 몸은 더 탄탄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후배 투수인 김광현이 오승환의 뒤를 이어 세인트루이스에서 올 시즌부터 뛰게 됐다.

김광현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 오승환은 “내가 말을 해줄 게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온 투수라 거기에 가서도 잘할 거로 믿는다. 계약 뒤 한 차례 통화했는데 식당이나 편의시설 조언 정도만 해줬다. 걱정할 필요 없이 나보다 더 잘할 거다”라고 답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삼성 복귀 뒤 8월 10일 라이온즈 파크에서 팬들에게 처음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행사에 참가했다. 당시 오승환의 눈은 자신이 곧 서야 할 ‘라팍 마운드’를 향해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해 ‘라팍’에서 삼성 팬들에게 인사드렸을 때 빨리 저 마운드에 서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 그땐 그런 감정이 강했는데 수술한 상황이니까 몸을 제대로 만들어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예전만큼 더 좋은 공 보여드리는 게 더 중요해졌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날 라팍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오승환이 있을 때 삼성과 오승환이 돌아온 삼성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한국시리즈 진출은 당연했던 ‘왕조 시절’과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암흑기’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오승환은 포스트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바라봤다. 어떻게든 삼성 팬들에게 팀 성적으로 보답하겠단 오승환의 마음가짐이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단 점이 안타깝다. 예전과 비교해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최근 몇 년간 힘든 경험이 많이 쌓였기에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본다. 너무 안 좋은 소리보단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더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2020년 포스트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야구장에서 좋은 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겠다.”

팀 성적 얘기가 나오자 웃음기가 잠시 사라진 오승환은 “개인 숫자 목표는 없다. 내 목표는 무조건 팀이 이기는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9회 리드를 완벽하게 막아줄 마무리 투수의 존재는 경기에 임할 삼성 선수단의 자세와 마음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소 짓는 돌부처의 복귀는 어수선한 삼성의 올겨울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비치는 한 줄기 빛이 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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