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장필준, 셋업맨 역할로 시즌 준비
-장필준과 우규민의 빛나는 궁합 “함께 필승조 맡는다면 잘 막아보겠다.”
-“지난해 볼넷 숫자 마음에 안 들어, 불필요한 출루 허용 줄여야”
-“TV로만 본 가을야구, 진짜 가을 마운드에 서고 싶다.”

삼성 투수 장필준은 올 시즌 마무리 오승환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 투수 장필준은 올 시즌 마무리 오승환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장필준에게 가을야구는 여전히 낯선 단어다. 장필준이 1군 마운드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쓴맛을 봤다. 가을마다 TV로 남들이 던지는 것만 지켜본 장필준은 이제 자신이 직접 가을 마운드에 오르겠단 굳은 다짐을 전했다.

지난해 장필준에게 의미 있는 숫자는 두 개다. 첫 평균자책 ‘3’점대 시즌(3.62)과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이닝인 ‘69.2’이닝 기록이다. 비록 기복이 다소 있었지만, 장필준은 마무리와 필승조 자리를 오가며 팀에 헌신하는 투구를 펼쳤다. 이제 삼성 불펜 하면 장필준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은 올 시즌 1군 마운드를 정현욱 투수코치에게 맡겼다. 왕조 시절 철벽 불펜의 한축을 담당했던 정 코치의 지도 아래 장필준은 정 코치의 현역 불펜 활약상을 재현하고자 한다. ‘돌부처’ 오승환의 복귀 시점이 5월이기에 시즌 초반부터 장필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졌다. 더 강력한 구위와 정교한 제구로 이번만큼은 TV가 아닌 진짜 마운드 위에서 가을야구를 맛보고 싶단 장필준의 마음가짐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장필준과 우규민의 빛나는 궁합 “매력적인 선배다.”

캠프 훈련 내내 장필준과 우규민은 캐치볼과 훈련 파트너로서 항상 붙어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캠프 훈련 내내 장필준과 우규민은 캐치볼과 훈련 파트너로서 항상 붙어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캠프 훈련을 지켜보니까 우규민 선수와 항상 붙어 다니더라. 올 시즌 ‘필승조 듀오’를 결성한 건가(웃음).

그냥 (우)규민이 형이랑 친해서 어쩌다 보니까 같이 다니게 됐다(웃음). 규민이 형은 후배들이 잘 따르는 ‘팔방미인’이다. 매력을 하나만 꼽기 힘들 정도로 좋은 선배다. 개인적으로 성격이 잘 맞아 캠프 시작 전에도 같이 일찍 들어와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때로는 형 같고 때로는 친구 같이 어려운 벽이 없는 선배다.

팔방미인 우규민 선수와 함께 필승조 역할을 맡아야 할 팀 분위기다.

우리 팀에 좋은 불펜 투수들이 정말 많아 내 자리를 확실할 수 없다. 만약 규민이 형과 필승조 역할을 맡게 되면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다.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해 공 던지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 캠프 훈련도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마무리 등판 경험도 많이 쌓았다. 이제 불펜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하는 루틴이 익숙해졌겠다.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고, 어떻게 캠프 동안 준비할지를 이제 잘 안다. 또 마무리 등판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자산이 될 거다. 경기를 매듭지어야 하는 자리니까 부담감이 컸는데 그만큼 성공했을 때 희열도 컸다. 그런 위기 탈출 과정 경험에서 많이 배웠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등판이 있나.

나에겐 마운드 위로 올라가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기에 특별하게 떠오르는 등판은 없다. 마운드 위에 가면 타자에만 집중하니까 정신이 없다.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기억이 잘 안 난다(웃음).

지난해 다섯 차례 블론세이브를 경험했다. 심리적으로 블론세이브를 빨리 잊는 편인가.

(짧은 한숨 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블론세이브 뒤 심리적인 어려움을 털어내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에겐 규민이 형이 있다는 거다. 투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 규민이 형에게 ‘케어’를 받으니까 예전보다 확실히 그런 정신적인 어려움이 완화됐다.

“지난해 볼넷 숫자 마음에 안 들어, 불필요한 출루 허용 줄이겠다.”

우규민과 캐치볼하는 장필준의 행복한 미소(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우규민과 캐치볼하는 장필준의 행복한 미소(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지난해 개인 첫 시즌 3점대 평균자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2017시즌(평균자책 4.68)과 2018시즌(평균자책 4.34)에서 평균자책 4점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첫 평균자책 3점대를 기록한 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결과가 제대로 나온 까닭이다. 공인구 반발계수 저하 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닝 소화(69.2이닝)도 커리어 최고 기록이었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팀에서 나를 필요할 때가 많았단 의미다. 팀에 도움이 됐단 뜻에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이닝을 많이 소화했지만, 시즌 종료 뒤 몸 상태엔 큰 문제가 없다. 비시즌 때도 예년보다 공을 더 일찍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볼넷(33개)과 삼진(53개) 비율은 마음에 드는가.

전혀 마음에 안 든다. 지난해 볼넷이 많아졌고, 삼진은 줄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질 생각이고, 많이 던져야만 한다. 불필요한 출루 허용을 꼭 줄이고 싶다.

장필준 선수의 등판 때 팬들은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초구 스트라이크로 열심히 던져야겠다(웃음). 카운트를 선점하면 투수 입장에선 편해진다. 일부러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연히 스트라이크를 처음부터 던져야 한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속구 구위를 지녔기에 스트라이크 존으로만 공이 들어가도 위력적이다.

(고갤 내저으며) 이제 (오)승환이 형이 있으니까 구위 얘길 할 수가 없다(웃음). 우선 볼넷을 줄이고, 공격적으로 공이 들어가야 한다. 캠프 동안 주변 선배들이나 코치님에게 질문하며 나에게 맞는 방법 계속 찾아보겠다.

오승환 선수와 첫 스프링캠프는 어떤 경험인가.

의외로 재밌다. 무뚝뚝하신 줄 알았는데 질문에 대답을 잘해주신다. 또 먼저 다가와 이런저런 운동과 관련한 경험을 얘기해주신다. 이제 9회에 승환이 형이 있으니까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되겠단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아닐까. 나는 승환이 형 앞에서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다.

“이젠 TV가 아닌 진짜 가을 마운드 위에 서고 싶다.”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는 장필준(왼쪽)이 정현욱 투수코치(오른쪽)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재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는 장필준(왼쪽)이 정현욱 투수코치(오른쪽)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재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근 투수들 사이에서 ‘장발 스타일’이 종종 보인다. 장필준 선수도 마찬가지로 장발이다.

10개월 넘게 기르고 있다. 한 번도 머리카락을 길러본 적이 없어 장발에 도전해봤다. 나이를 더 먹고 기르면 주책이라고 생각했다(웃음). 또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드릴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계속 기르고 있다.

KT WIZ 이대은 선수의 장발 스타일과 비교될 수 있다.

그렇게 비교되면 내가 욕을 먹는다. 비주얼이 극과 극이다(웃음). 타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나는 수염도 같이 기르고 있다. 머리카락 길이 목표는 없다. 당분간 계속 기르다가 여름 때 자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성 스프링캠프에선 지키지 못한 가을야구 약속이 반복됐다.

해마다 가을야구를 약속드렸는데 지키지 못했다. 삼성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야구를 목표로 정말 열심히 던지겠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1군 데뷔 뒤 아직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가을에 주로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봤나.

내가 1군에 올라온 뒤 가을야구는 우리 팀에 낯선 단어가 됐다. 다른 팀의 가을야구를 보면 부러울 뿐이다. 혼자 볼 때도 있고, 규민이 형이랑 같이 볼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같이 볼 때 ‘우리 팀도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올해도 시즌이 빨리 끝났다’라며 다른 팀들을 더 부러워한다.

가을야구를 꼭 경험해보고 싶단 마음이 커졌겠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공을 던질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긴장감이 크겠지만, 재밌을 듯싶다. 우리 팀에 가을야구를 경험하신 선배들이 많은데 나는 한 차례도 그런 경험이 없다. 이젠 TV가 아닌 진짜 마운드 위에 서서 가을야구를 맛보고 싶다.

왕조 시절 불펜 재현에 힘을 보탠다면 그 가능성이 생긴다. 홀드 기록을 자주 쌓아야겠다.

내가 정현욱 코치님의 역할을 맡을 수 있으면 영광스러운 일이다. 왕조 시절 불펜처럼 다들 잘 던지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홀드 몇 개를 하고 싶단 마음보단 안 다쳤으면 좋겠단 마음이 더 크다. 또 시즌 중간 투구 기복을 줄이고 싶다. 투구 밸런스가 한 번 흐트러질 때가 오는데 그걸 없애도록 노력하겠다.

삼성 팬들에겐 2020년 어떤 장필준의 공을 보여주고 싶나.

잘 막든 못 막든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팬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 무조건 모든 상황을 다 막고, 블론세이브나 실점 허용을 하나도 안 하겠단 말은 거짓말이지 않겠나. 그래도 ‘장필준’이라는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단 진심이 팬들에게 전달되도록 열심히 힘 써보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