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 은퇴한 롯데 자이언츠, 새 마무리 후보는 김원중

-지난 시즌 후반 불펜 11경기 등판해 호투…짧은 이닝 전력투구에서 위력 발휘

-“지난 시즌, 퇴보했다고 생각 안 해…경험 토대로 더 성숙한 투수 될 것”

-“손승락 선배에게 많은 것 배워…‘롯데 마무리’하면 떠오르는 투수 되고 싶다”

올모스트 패러다이스~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모스트 패러다이스~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호주 애들레이드]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원중은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데뷔 이후 줄곧 선발투수로 경력을 쌓아온 그에게 팀의 마무리 투수라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다.

그냥 마무리가 아니다. 다른 팀이 아닌 롯데 마무리다. 은퇴한 ‘레전드 마무리’ 손승락의 뒤를 계승해야 하고, 가장 열성적인 롯데 팬들 앞에서 팀 승리를 책임져야 한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자리다. 어쩌면 독이 든 성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원중은 군말 없이 보직 변경을 받아들였다. 팀에 도움되는 길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무리로 대성할 자질도 충분하다. 150km/h를 넘나드는 포심과 힘 있는 포크볼, 빠르게 회전하는 커브가 김원중의 무기다. 짧은 이닝 동안 전력투구하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보단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특유의 사고방식도 마무리 투수로 제격이다.

통산 271세이브 투수 손승락은 원래 선발투수 유망주였다. 27세 시즌까지 단 1개의 세이브도 없다가 28세 시즌부터 무서운 속도로 세이브를 쌓아올려 오승환에 이은 통산 세이브 2위에 올랐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올 시즌 김원중은 27세가 됐다. 마무리 투수로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기에 아직 늦지 않은 나이다.

겉모습은 순정만화 주인공인데 던지는 공은 열혈 스포츠물인 투수, “롯데 마무리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원중을 호주 애들레이드 롯데 캠프에서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자기 손으로 경기 끝내는 마무리 투수, 매력적인 보직이라 생각했다”

불펜 피칭하는 김원중. 이날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최고 145km/h의 빠른 볼과 수준급 커브를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불펜 피칭하는 김원중. 이날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최고 145km/h의 빠른 볼과 수준급 커브를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호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건 처음이죠? 열흘 가까이 호주에서 지내보니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참 여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웃음)

이번 호주 캠프, 어떤 계획을 갖고 왔는지 들어볼까요.

항상 캠프에 올 때는 부상 없이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끔 몸을 잘 만드는 걸 첫 번째 목표로 삼아요. 그다음은 경쟁이죠. 경쟁에서 이기려는 목표를 갖고 왔습니다.

올 시즌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을 옮기게 됐습니다. 마무리투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허문회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제 보직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바꿨으면 한다고 설명해 주셨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알겠습니다’ 했죠. 몸 잘 만들어서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는 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뭐, 어차피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제가 팀에 제일 도움될 수 있는 방향이라면, 따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진심입니까.

그럼요. 팀에서 제게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보직에 맞게 열심히 던져야죠. 그러다 보면 내년 내후년에는 다시 선발로 돌아갈 수도 있는 일이고요.

평소 마무리투수라는 역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매력적인 자리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경기를 자신의 손으로 끝낸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보직이라 생각해요.

허문회 감독은 왜 김원중 선수를 마무리 후보로 선택했을까요. 생각해 봤나요.

글쎄요. 아무래도 강한 구위로 짧은 이닝을 던지는 게 더 효율적이란 생각을 하신 것 아닐까요.

상대 타순을 처음 상대했을 때 성적이 두 바퀴, 세 바퀴째 상대 성적보다 좋은 것도 이유일 것 같습니다.

그럴 지도요. 우리 감독님, 코치님들이 데이터를 중시하는 분들이고, 멘탈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해서 알려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최적의 방향을 여러 가지로 따져본 뒤 말씀하시지 않았을까요.

빠른 볼과 포크볼이란 확실한 주무기가 있고,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투수란 것도 이유일 것 같고요.

지난해 불펜으로 나와 던질 때 최고 152km/h까지 볼 스피드가 나왔습니다. 그런 부분도 고려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또 선발투수일 때도 삼진을 못 잡는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볼넷을 많이 주긴 했지만……그런 부분을 보고 좋게 생각해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시즌 후반 불펜으로 나온 11경기에서 평균자책 2.45로 성적이 괜찮았습니다. 어쩌면 불펜이 체질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선발과 불펜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불펜은 한 타자 한 타자 막다가 주자가 쌓이면 바뀌잖아요. 이것저것 생각 않고 힘껏 던졌죠.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는 건 똑같고, 타자를 잡아서 이기는 것도 똑같기 때문에 크게 선발은 이렇다 불펜은 저렇다 생각하진 않았어요.

한 가지 분명히 할 게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이미 내정된 건가요, 아니면 마무리 후보로 경쟁해야 하는 입장인가요.

글쎄요. 일단 저는 불펜에서 뒤쪽에 쓰려고 한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니까요. 딱히 자리를 생각하기보단, 긴 이닝이 아닌 짧은 이닝을 확실하게 막는 게 제 임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하면, 자연히 마무리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

“2019시즌, 퇴보라고 생각 안 해…작년 경험 바탕으로 더 성숙한 투수 되겠다”

김원중 선수의 보직 외에도 올겨울 롯데는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도 도입하고, 다양한 훈련 방법도 해보고 있는데 선수 입장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긍정적인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훈련 분위기 자체도 좋고,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찾아서 하다 보니까 더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한 것 같아요.

투수들은 불펜 피칭 때 랩소도, 초고속 카메라 등을 활용해 피치 디자인을 하고 있잖아요. 김원중 선수는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할 예정입니까.

지난 시즌 랩소도를 측정했을 때 포심의 회전이 좋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하이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던지는 방향의 피치 디자인을 조금씩 하고 있었습니다. 전문적 장비를 갖고 계속해나가다 보면, 더 좋은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새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드라이브라인의 훈련법과 자신만의 부상 방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부상으로 고생한 경험이라면 김원중 선수도 만만치 않잖아요.

저도 데뷔 초반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생했어요. 그래서 몸 관리에 있어선 저 나름대로 루틴을 갖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계속 새로운 방법이 나오고 있고, 스트레일리 같은 경우는 선진야구를 배우고 온 친구니까요. 하나에만 얽매이지는 않되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최근 세 시즌 동안엔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공을 던지고 있는데요. 이제 건강을 되찾은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예. 그래서 작년 시즌도 저 개인적으로는 퇴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렀고, 시즌 초반과 후반엔 나름대로 좋은 모습도 발견했거든요. 한 시즌을 끝까지 끌어간 경험을 토대로, 한 해 뒤에는 더 성숙한 투수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한 번에 해내는 선수들은 정말 특출한 사람들이죠. (웃음)

“손승락 선배님께 많은 것 배워…롯데 마무리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목표”

KT 위즈 이대은과 장발 미남 마무리 대결을 펼칠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T 위즈 이대은과 장발 미남 마무리 대결을 펼칠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원래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인가요.

부정적으로 생각해봐야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요. 가령 선발투수가 6이닝 동안 3점으로 막으면 잘 던졌다고 하는데, 1회에 1점 내줬다고 실망하면 그 게임을 망치게 됩니다. 제가 오늘 못했다고 내일도 못하란 법은 없잖아요. 오전에 못했다고 오후에 못한다는 법도 없고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오늘 블론세이브를 해도 내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게 마무리 투수란 자리입니다.

마무리 투수를 하게 된다면, 중요한 자리인 만큼 좀 더 집중해서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무리 투수는 열 번 세이브에 성공해도 한 번 실패하면 영생을 누릴 만큼 욕을 얻어먹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부산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감당할 자신 있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그 보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봐요. 좋은 결과보다는 안 좋은 결과 쪽으로 방향 설정이 될 수 있고요. 물론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선발도 중요한 보직이고 불펜도 중요한 자리 아닐까요.

우문현답입니다.

그런 부담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면 스스로가 먼저 흔들리게 될 것 같아요. 그보단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다 보면, 끝난 뒤에 나온 결과가 말해주겠죠.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머리는 왜 기르는 겁니까. 이대은과 장발 미남 마무리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는 건가요.

대은이 형을 보고 따라 하는 건 아니고요. (웃음)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미국에 신더가드, 디그롬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무슨 거창한 생각을 갖고 기른 건 아닙니다. 작년 시즌 끝날 때쯤 한번 길러볼까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이렇게 된 이상, 머리를 자르려면 뭔가 핑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기르는 것도 별 이유 없이 길렀으니까, 자를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니면 야구가 잘 안돼서 자른다든지, 김광현 선배처럼 머리 잘라서 기부를 한다든지. 그런데 과연 그때까지 계속 기를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웃음)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된다면, 누굴 롤모델로 삼을 생각인가요.

우리 팀에 계셨던 손승락 선배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마무리 투수로서 경험도 워낙 많으시고, 작년에 불펜에서 던질 때 선배님 옆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손승락 선배님이 정말 많은 걸 알려주셨어요.

이제부터는 김원중 선수가 손승락의 뒤를 이어 롯데 뒷문을 책임져야 합니다.

손승락 선배, 삼성 오승환 선배 같은 분들은 워낙 레전드잖아요. 그분들을 닮고 싶다거나 따라 한다기 보다는, 저만의 개성으로 마무리 역할을 소화하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하면 떠오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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