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개막 연기, 부상 복귀 선수들 시간 벌었다

-‘무릎 수술’ 나성범・하주석, 100% 복귀 바라본다

-LG 재활 투수 4인조, 개막 합류 가능할까

-롯데, KIA도 부상자 개막 합류 가능성 열려

무릎 부상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나성범(사진=NC)
무릎 부상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나성범(사진=NC)

[엠스플뉴스]

언제 개막할지 모르니까요. 거기에 어떻게 맞춰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프로에 들어와서 17년 이상 해봤지만 처음 겪는 일입니다.

베테랑 한화 이글스 이용규에게도 개막 연기는 낯설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겨우내 몸을 만들며 휴식을 취하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초반 컨디셔닝으로 시작해 불펜피칭, 라이브피칭(타자는 배팅)으로 실전 모드를 준비한다. 이후 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전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10개 구단 거의 모든 선수가 3월 28일 열리는 개막일에 맞춰 준비했다. 그런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개막전이 미뤄지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팀 훈련과 청백전을 하며 준비하고는 있지만, 프로야구 39년 역사상 처음 겪는 사태인 만큼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미지수다.

반면 개막일이 아닌 그 이후를 보고 준비해온 부상 복귀 선수들에겐 개막전 연기가 반사 이익이 될 수 있다. 3월 28일 정상 컨디션으로 출전하기 어려웠거나 4월, 5월 복귀를 목표로 준비한 선수들은 좀 더 100%에 가까운 상태로 개막일을 맞을 가능성이 열렸다.

‘100%’ 나성범・하주석, 개막전 수비 가능할까

성공적으로 캠프를 마친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성공적으로 캠프를 마친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과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초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 대수술과 힘든 재활을 거쳐 다시 유니폼을 입었고,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치렀다.

현재는 통증이 없다고 해도, 다른 부위가 아닌 십자인대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움직이는 데 큰 불편함이 없어도 빠른 동작이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NC 이동욱 감독도 시즌 초반에는 나성범을 외야가 아닌 지명타자로 기용할 계획이었다. 이 감독은 입국 당시 아직 주루 플레이는 보지 못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청백전으로 점검해보려고 한다. 부상을 당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수비는 날이 더 따뜻해진 뒤에 맡기고 싶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나성범도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최대한 개막 전까지 잘 만들어 보고 싶다. 내 생각에는 90%까지 온 것 같다. 주루∙수비 플레이 시 갑자기 큰 힘이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약간의 불편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5월 정도부터는 수비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연습할 때 100%가 나오는 시점이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일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 개막 연기라는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주루∙수비까지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나성범도 입국 당시 “개인적으로는 내 수비가 완벽해질 때쯤 개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팬분들께 시즌 첫 경기부터 공수에서 완벽하게 복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바람이고, 또 그래야 우리 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개막전부터 주루∙수비를 소화하고 싶은 의지를 보였다.

하주석도 더 완벽한 복귀를 바라본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하주석은 작년 겨울부터 준비를 잘 해왔고, 구단을 비롯해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아픈 곳 없이 캠프를 잘 마무리했다. 몸 상태는 지금 최고 좋은 것 같다고 현재 컨디션을 전했다. 수비와 주루도 “딱히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고, 편하게 잘 준비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과욕은 금물이다. 큰 부상에서 돌아왔고 움직임이 많은 유격수인 만큼, 돌다리도 여러 번 두들겨 건너서 나쁠 건 없다. 하주석은 “지금보다 날씨가 따뜻할 때 개막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내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개막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경기 감각을 익히는 데 집중하면서 개막전을 준비하겠다. 기록보다는 아프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하주석의 말이다.

LG 김지용-김대현, 롯데 구승민-박시영 개막 합류 가능성 열렸다

토미존 수술 후 복귀를 준비 중인 이정용(사진=LG)
토미존 수술 후 복귀를 준비 중인 이정용(사진=LG)

LG 트윈스는 부상 복귀 투수만 4명이다. 김지용, 김대현, 정찬헌, 이정용 등 4명의 우완 정통파 투수가 수술과 재활을 거쳐 마운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만 해도 네 선수 다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했다.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빠른 김지용과 김대현에 대해서도 류중일 감독은 개막 엔트리 합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리한 조기 복귀보단 완벽한 상태로 합류해야 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개막 연기로 LG 부상 복귀 투수들도 시간이 주어졌다. 김지용과 김대현은 최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실전 투구의 전 단계인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자체 청백전을 거쳐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개막전 출전도 바라볼 수 있다.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오는 2019 신인 우완 이정용도 3월 안에는 청백전 출전이 가능할 전망. 여기에 지난해 신인왕 정우영도 캠프 기간 겪은 어깨 통증을 추스르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 여유를 얻게 됐다. 이들 불펜 투수진이 개막전부터 합류하면 LG 마운드 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 외 롯데 자이언츠도 지난해 9월 수술대에 올랐던 불펜투수 구승민, 박시영의 4월 개막 합류 가능성이 생겼다. KIA도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윤동, 손가락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외야수 김호령의 개막전 합류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부상자의 개막 합류 가능성이 열렸다고 해서 마냥 반길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개막 연기 사태에 승자는 없다. 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 선수가 컨디션 조절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그 흥행에도 대형 악재다. 모기업 재정 악화로 향후 야구단 투자가 줄어들 우려도 커졌다.

무엇보다 야구 소비자인 팬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큰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렸다. 날이 좋다고 파티하기엔, 송강호 가족의 고통이 너무 크다. 모 구단 관계자는 “개막 연기로 우리 팀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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