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 이적한 고종욱

-‘강한 2번’을 재해석하는 염경엽 감독 야구의 아이콘...한동민과 함께 2번 타자 출전 예정

-“감독님 위해서라도 내가 잘 해야...내가 못하면 같이 욕먹는다”

-“2루 도루에 자신감 생겼다...올해 30도루 목표”

버건디색 유니폼을 벗고, SK 옷으로 갈아입은 고종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버건디색 유니폼을 벗고, SK 옷으로 갈아입은 고종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외야수 고종욱은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SK와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의 차이점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고종욱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힐만 감독은 홈런타자 한동민을 2번에 배치해 ‘강한 2번’을 추구했다. 염 감독은 “그전까지는 SK에 2번타자가 없었다. 단장 시절 내가 힐만 감독님께 한동민 2번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제 단장에서 감독이 된 그는 기존 SK야구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할 참이다. 한동민을 주로 2번으로 쓰되, 컨디션에 따라 고종욱도 2번으로 기용한다는 게 요지다.

3월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염 감독은 “톰 탱고의 이론은 결국 1번과 2번, 4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1, 2번을 강조하는 건 좋은 타자를 한 타석이라도 더 돌아오게 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라면서도 “만약 2번타자가 10타수 무안타를 치고 있는데 2번에 둔다고 효과가 있을까. 톰 탱고 이론의 확률을 높이려면 컨디션을 봐야 한다. 컨디션 좋은 타자가 한번이라도 더 타석에 나오는 게 맞다”며 ‘강한 2번’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어 염 감독은 한동민은 홈런을 칠 수 있지만, 고종욱도 좋을 때는 출루해서 도루로 득점에 기여할 수 있다. 홈런으로 얻는 1점이나 도루를 통해 들어오는 1점이나 결국 같은 1점이다. 벤치의 선택이라며2번 타자로 한동민도 쓸 수 있고 고종욱도 쓸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상황과 확률, 현재 컨디션 등 여러가지를 봐서 선택할 것이라 밝혔다.

한마디로 한동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고종욱을 2번 타자로 기용해 다른 방식의 득점 루트를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그만큼 염 감독이 고종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상이다. 이런 얘길 전해들은 고종욱은 씨익 웃더니 “염 감독님이 제가 좋았을 때 모습만 기억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종욱과 염 감독은 넥센(현 키움) 시절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다. 당시 염 감독은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성공을 거뒀고, 고종욱도 2015년과 2016년 주전 좌익수로 3할대 고타율과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염 감독의 SK행 이후 이정후의 데뷔, 임병욱의 활약 속에 점점 입지가 줄었던 고종욱은 이번 시즌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 다시 염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감독님과 제 인연이 참 질기네요.고종욱의 말이다. 사실 처음 SK에 왔을 땐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잘 해야 되겠더라구요. 저를 기껏 데려왔는데, 만약에 제가 못해버리면 저도 욕먹지만 감독님까지 같이 비난을 받으실 수 있잖아요.

고종욱의 목표 “감독님과 함께 우승, 그리고 행복한 가정 꾸리고 싶다"

염경엽 감독은 '강한 2번' 이론을 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연구했다며, 누가 2번을 치느냐가 아닌 컨디션이 좋은 타자를 2번에 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 염 감독이 2번으로 한동민과 함께 기용하려는 선수가 바로 고종욱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염경엽 감독은 '강한 2번' 이론을 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연구했다며, 누가 2번을 치느냐가 아닌 컨디션이 좋은 타자를 2번에 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 염 감독이 2번으로 한동민과 함께 기용하려는 선수가 바로 고종욱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고종욱은 “히어로즈도 팀 분위기가 참 좋지만, SK도 그에 못지않게 분위기가 좋은 팀”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집도 SK행복드림구장과 가까운 곳에 얻었다.

히어로즈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팀에서 요구하고 기대하는 게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고종욱은 히어로즈보다 주문하는 게 더 많다. 주루도 열심히 해야 하고, 수비도 잘해야 하고, 방망이도 더 잘 쳐야 한다. 전부 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SK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운동하더라구요. 우승 팀은 뭔가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팀에서 제가 경기에 나가려면, 연습도 많이 해야겠지만 다른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장점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제 능력 안에서는 전부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확실히 고종욱은 지금까지 SK 라인업에 없었던 여러 장점을 갖춘 선수다. 전성기인 2015년과 2016년에는 3할대 고타율로 절정의 컨택트 능력을 자랑했다. 나쁜 공도 특유의 감각으로 배트에 맞혀 인플레이 영역에 집어넣는 게 고종욱의 주특기였다. 여기에 최근 2년간 도루성공률 80.4%(33성공/8실패)를 기록하며 주자로서도 성장했다. 이전 2년(2015, 16시즌)간 도루성공률 64.1%(50성공/28실패)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룬 고종욱이다.

“이제 저도 나이를 먹었잖아요.” 도루성공률이 좋아진 비결을 묻자 고종욱이 들려준 답이다. “어렸을 땐 빠른 발만 믿고 무작정 뛰었어요. 하지만 야구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래서 한때는 ‘뇌주루’란 말도 많이 들었죠.”

연차가 쌓인 지금은 한층 원숙해지고 노련미를 더했다. “나이도 있는데 이제는 욕먹을 플레이는 하면 안 되죠.” 고종욱의 말이다.

지난 시즌 2루 도루에서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2루 도루는 확실히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번 캠프 때는 감독님과 정수성 코치님께 3루 도루하는 방법을 많이 해봤습니다. 연습도 많이 했으니까, 실전에서 써먹어 봐야죠. 올해는 30도루 이상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그만큼 많이 출루해야겠죠.

올해로 고종욱의 나이 서른살. 프로에 데뷔한지 벌써 9년째다. 함께 데뷔한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해 자녀가 있는 가장이 됐다. 그래서인지 고종욱도 언젠가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꿈이 생겼다고 한다. 고종욱은 “스프링캠프 룸메이트였던 강지광은 벌써 애가 둘이다. 올 가을에는 셋째도 생긴다”며 “원래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요새는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가족과 함께 늙어가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고 했다.

“올 시즌 야구 잘해서, 좋은 사람 만나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에요. 부상 없이 많은 경기 출전해서 제 장점을 보여주고, 우리 팀 강타선 속에서 제 자릴 찾아야죠.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우승하고, 결혼까지 하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요.” SK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고종욱의 바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