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대구 FC, 새 홈구장+경기력+성적까지 흠잡을 데 없는 초반 흐름

-ACL에선 강력한 우승 후보 광저우까지 잡아...거함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대구

-지난 시즌 전반기 강등권 위치...‘신뢰’와 ‘뚝심’이 현재의 대구 만들어

-대구 “아직 시즌 초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

대구 FC 새 홈구장 DGB 대구은행파크(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새 홈구장 DGB 대구은행파크(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벌써 뜨겁다. 5년 만에 빛을 본 새 홈구장을 앞세운 대구 FC가 연일 놀라운 경기력을 보이며 5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 2무)을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새 홈구장인 ‘DGB 대구은행파크’에선 3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과 성적 모두 잡아내고 있는 대구다.

대구의 돌풍을 바라본 축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다. FC 서울 최용수 감독은 대구가 아주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안드레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에 따라 팀을 만들어 온 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이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대구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았다. 이 돌풍은 반짝이 아닌 올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 주장 고요한 역시 대구를 눈여겨보고 있다K리그1뿐만 아니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기세가 아주 매섭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구, K리그1 넘어 아시아 무대까지 넘본다

대구 FC 공격수 세징야(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공격수 세징야(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돌풍의 시작은 2019년 K리그1 공식 개막전이었다. 대구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북은 2005년부터 팀을 이끈 최강희 감독이 떠났지만, 김신욱, 로페즈, 홍정호, 김진수 등 막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올겨울엔 지난해 K리그1 내국인 선수 최다 공격 포인트(14골·6도움)를 기록한 문선민을 영입하면서 알찬 보강까지 마쳤다. 하지만, 대구는 물샐틈없는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전주성(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대구는 2018년 K리그1 우승팀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면서 기세가 올랐다. 처음 출전한 ACL에서도 거칠 것 없는 경기력을 이어갔다.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멜버른 원정(멜버른 빅토리)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전반 29분 스웨덴 축구 대표팀 공격수 올라 토이보넨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무려 3골을 몰아치는 저력을 보였다.

2014년부터 공을 들인 ‘DGB 대구은행파크’가 문을 열면서, 대구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대구는 3월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개장 경기에서 2-0으로 완승했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대구의 팀 색깔이 아주 뚜렷해졌다하루 이틀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조직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대구는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광저우 헝다를 상대로도 승점 3점(3-1)을 챙겼다. 광저우는 2011년부터 7년 연속 중국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ACL에선 2013년과 2015년에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파울리뉴를 앞세워 세 번째 ACL 우승을 외친 광저우도 대구 돌풍을 잠재울 수 없었다.

대구는 17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3라운드에서도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올 시즌 5경기 무패행진(3승 2무)을 이어갔다. 울산 역시 미국 축구 대표팀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에 몸담은 바 있는 믹스 디스커루드, 네덜란드에서 온 ‘통곡의 벽’ 불투이스,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린 김보경 등을 새로이 영입한 우승 후보다.

MBC SPORTS+ 이상윤 축구 해설위원은 김대원, 정승원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장했고, 핵심 선수인 세징야, 에드가 등과의 호흡이 절정에 달해있다지난해 후반기부터 범상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더니, 올 시즌 시작부터 축구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계 공통된 목소리 “대구 돌풍의 근원은 ‘신뢰’와 ‘뚝심’”

대구 FC 안드레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안드레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를 지켜보는 축구인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게 있다. 대구 돌풍이 올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2017년 5월 23일 안드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조직력을 다졌다. 특히나 FA컵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후반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구는 지난 시즌 K리그1 6라운드까지 승리가 없었다. 성적(3무 3패)과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6경기에서 득점은 2골에 불과했고, 실점은 무려 9골에 달했다. 4월 15일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엔 6연패에 빠지며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전까지 대구의 성적은 1승 4무 9패였다.

대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이후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드가를 영입해 전방의 파괴력을 더했고, 아시아 쿼터로 츠바사 니시를 데려와 중원에 힘을 실었다. 당시 프로 3년 차 김대원, 2년 차 정승원 등에겐 성적과 관계없이 신뢰를 보내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와 짧고 빠른 패스로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역습의 색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대구는 후반기 19경기에서 10승 2무 7패를 기록했다. 스플릿 라운드(하위) 5경기에선 3승 2무를 기록하며 7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7위는 하위 스플릿 6개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였다. 후반기 여세를 몰아 결승에 진출한 FA컵에선 강호 울산을 따돌리고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첫 FA컵 우승이자 처음 ACL 출전권을 따낸 순간이었다.

축구계가 입을 모아 “대구 돌풍은 반짝이 아니”라고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는 지난 시즌 강등 위기에 처했을 때도 안드레 감독과 팀에 신뢰를 보냈다. 안드레 감독 역시 당장의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뚜렷한 색깔이 있는 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잠재력이 뛰어난 이들은 팀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대구 관계자는 대구가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건 처음이라며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전과 비주전 간의 실력 차를 줄이고, 부상과 이적 등 예상 못 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올 시즌 성적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구. 그들은 현재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팀이 강등권에 위치했을 때처럼 앞을 보며 나아가고 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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