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유턴파 유격수 이학주, 창원 원정 데뷔전에서 험난한 신고식

-이틀간 무안타, 24일 경기 실책 2개…수비에서 아쉬움 남겨

-패스트볼 공략 능력 보여줬지만, 변화구 대처 관건

-잘 맞은 타구 2개 호수비에 잡히는 불운도

창원NC파크 원정에서 험난한 데뷔전을 치른 이학주(사진=삼성)
창원NC파크 원정에서 험난한 데뷔전을 치른 이학주(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신인 선수의 통과의례치곤 꽤 호되고 가혹했다. 국외 유턴파 신예 이학주가 2019 KBO리그 개막시리즈에서 험한 신고식을 치렀다. 데뷔 첫 안타보다 실책을 먼저 기록했고,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잡히는 불운도 따랐다.

3월 23일과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의 개막전. 이 시리즈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새로 문을 연 NC 홈구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라이온즈파크라는 좋은 구장을 사용 중이라 그런지, 삼성 선수들은 그리 큰 감동을 받지는 않은 듯 했다. 김동엽은 “외야에 서면 라팍과 비슷한 느낌”이라 했다. 구자욱도 “느낌이 라팍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선 상대 팀 새 야구장보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많았다. 새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의 피칭, 이적생 김동엽의 활약, 2루수로 포지션을 바꾼 김상수의 경기력, 그리고 처음 KBO리그에 선을 보이는 이학주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만 보면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다. 23일 경기는 삼성의 0대 7 완패로 끝났다. 선발 맥과이어는 홈런 3방을 허용하며 엔팍을 ‘타자 친화 구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24일엔 한 점 차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작전 미스, 실책, 타선 침묵 등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관심을 모았던 이학주는 이틀간 무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첫날은 좋은 장면을 여럿 연출했지만, 둘째날은 실책을 연발해 아쉬움을 남겼다.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울분을 표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23일엔 완벽 수비, 24일엔 실책 2개…온탕과 냉탕 오간 이학주

이상호의 2루 도루를 잡아내는 이학주(사진=삼성)
이상호의 2루 도루를 잡아내는 이학주(사진=삼성)

먼저 유격수 수비. 23일 개막전에선 완벽했다. 초반 자신 앞으로 굴러온 유격수 땅볼 3개를 모두 부드럽게 잡아, 강한 송구로 아웃 처리했다. 높이 뜬 내야 플라이 타구를 햇살 때문에 놓칠뻔 했지만, 침착하게 낙구 지점을 포착해 잡아냈다.

4회엔 발빠른 NC 이상호의 2루 도루 때 강민호의 원바운드 송구를 잘 걷어내 아웃으로 연결했다. 7회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의 투수 옆을 스치는 타구를 잡아 아웃으로 만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위치 선정과 빠른 판단이 돋보였다. 8회말엔 권희동의 느린 땅볼을 빠르게 전진하며 잡아 아웃 처리했다. 개막전 이학주의 수비는 100점 만점이었다.

하지만 24일 경기에선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회부터 실책이 나왔다. 1번 이상호의 빠른 땅볼 타구를 잡을 때, 글러브를 오므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공이 글러브를 맞고 뒤로 굴러가면서 유격수 실책이 기록됐다.

8회말에는 2사 후 권희동의 느린 땅볼 타구에 실책이 나왔다. 양손 캐치를 시도하다, 글러브를 들어 올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서 소위 말하는 ‘알까기’ 실책이 나왔다. 한 경기 실책 2개.

물론 창원NC파크는 신축 야구장이다 보니 아직 그라운드 컨디션이 완벽하진 않은 상태다. NC 선수들은 “잔디가 다소 고르지 않은 느낌”이라며 “수비 때 바운드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하지만 이학주의 실책 2개는 불규칙 바운드나 까다로운 타구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첫날 경기에서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던 이학주이기에, 평범한 타구에 나온 실책 2개가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NC 투수진, 이학주 상대 변화구 집중…패스트볼에는 안타성 타구 만들어

개막시리즈 무안타에 그친 이학주(사진=삼성)
개막시리즈 무안타에 그친 이학주(사진=삼성)

아쉬운 장면은 타석에서도 나왔다. 이학주는 23일 개막전에서 3타수 무안타, 24일 경기에선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4일에 볼넷 하나, 몸에 맞는 볼 하나로 두 차례 출루했지만 공을 골라냈다기보단 NC 드류 루친스키의 제구 난조로 나온 4사구에 가까웠다.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이학주를 상대한 투수들은 빠른볼 대신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개막 시리즈에서 NC도 같은 전략을 펼쳤다.

23일 선발 에디 버틀러는 3회 이학주의 첫 타석 때 커터와 체인지업 2개를 먼저 던졌다. 5회 두 번째 타석 때도 초구 빠른볼 이후 슬라이더와 커터를 연달아 던진 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했다. 8회 세번째 타석 때 NC 김진성은 빠른볼과 포크볼을 반씩 섞어 던져 우익수 뜬공 아웃을 잡았다.

24일도 마찬가지. 3회 첫 타석에서 루친스키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결과는 볼넷. 5회 두번째 타석 때는 커터를 몸쪽으로 붙여 던지려다 몸에 맞는 볼이 됐다. 150km/h 가까운 패스트볼이 강점인 외국인 투수들이 이학주 상대로는 변화구 위주 피칭을 선보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23일 경기 3회초 첫번째 타석. 버틀러의 빠른 볼을 받아친 이학주의 타구가 좌중간 먼 곳을 향해 뻗어갔다. 2루타 내지는 3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지만, NC 중견수 김성욱이 펜스에 부딪히면서 잡아내는 호수비로 이학주의 데뷔 첫 안타를 지웠다.

24일엔 6회초 2사 1, 2루에서 장현식의 빠른 볼을 잡아당겨 1루선상 쪽으로 날려 보냈다. 빠져나가면 싹쓸이 2루타가 확실한 타구. 하지만 1루수 모창민이 몸을 던져서 이학주의 타구를 걷어냈다. 그대로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이닝 종료. 안타성 타구 2개가 모두 상대 호수비에 걸린 이학주다. 잘 맞은 타구 2개가 모두 패스트볼을 공략해 나왔다는 점에서, 변화구 대처가 이학주의 과제로 남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3대 3 동점을 이룬 8회초 1사 3루 찬스에선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NC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펼치는 가운데, 이학주의 번트 타구가 투수 정면을 향해 굴러갔다. 3루 주자 김헌곤은 홈으로 들어오려다 3루로 돌아갔다. 번트 실패로 1사 3루는 2사 3루가 됐다.

만약 다음 타자 김상수의 결승 내야안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다. 이학주도 1루에서 아웃당한 뒤 큰 아쉬움을 표현했고, 이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그대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이학주는 바로 다음 수비에서 권희동의 평범한 땅볼에 실책을 저질렀다.

물론 이제 겨우 2경기를 했을 뿐이다. 거물급 외국인 선수도 다른 야구를 하는 KBO에 처음 오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학주 역시 쏟아지는 기대만큼 큰 부담을 덜고, 리그에 안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김한수 감독은 개막전 4안타 빈공에도 24일 동일한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려면 경기 출전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학주가 험난한 데뷔시리즈의 아쉬움을 지우고, 공수에서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삼성은 이번주 롯데와 두산을 상대로 6연전을 치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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