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급 ‘창원NC파크’ 개장, 그러나 아직 사용권 계약도 못 한 NC

-창원시, 구장 사용료로 300억 원 이상 요구

-“새 구장 건립, 사용료 면제” 모셔올 땐 언제고…비판 보도 쏟아지자 노골적 불쾌감 표시

-끊임없는 야구단 발목잡기, 사용료 말 바꾸기까지…"연고 이전, 소송도 불사해야" 주장 제기

-야구계 “야구단이 봉인가? 새구장만 만들면 만사 OK? 창원 같은 스몰마켓에서 얼마나 야구 비즈니스가 어려운지 전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구단만 압박” 비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을 지어놨지만, 창원시의 추한 행태가 야구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을 지어놨지만, 창원시의 추한 행태가 야구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급 새 야구장을 지었다. 개장식과 개막식을 치른지도 벌써 3주가 흘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NC 다이노스는 ‘창원NC파크’의 정식 사용권을 받지 못한 상태다. 창원시가 내준 ‘임시 사용권’으로 시즌을 치르는 NC다.

창원시가 애초 프로야구 9구단 유치 당시 약속과 달리 대구, 광주 수준의 막대한 구장 사용료를 요구하면서 벌어진 사태라는 게 지역 사회의 중론이다. 그러나 정작 NC는 사용권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 정치권 인사는 엠스플뉴스에 NC 구단이 아직 창원시로부터 창원NC파크 사용권을 받지 못했다. 구장 사용료가 쟁점이다. 창원시와 의회가 NC에 대구, 광주 수준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통에 사용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창원시가 NC에 요구한 구장 사용료 규모는 300억 원(25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최근 협상 주체가 창원시 야구장건립단에서 체육진흥과로 교체되면서, ‘지역사회 공헌’ 차원의 추가 기금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광주 수준 사용료 내라” 창원시와 시의회, NC 압박

창원NC파크 야구기념관에 설치된 야구장 미니어처. 창단 당시 창원시는 새 야구장 건립과 사용료 면제를 약속하며 야구단을 유치했다(사진=엠스플뉴스)
창원NC파크 야구기념관에 설치된 야구장 미니어처. 창단 당시 창원시는 새 야구장 건립과 사용료 면제를 약속하며 야구단을 유치했다(사진=엠스플뉴스)

시계를 9구단 창단 때인 2010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10월 창원시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9구단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12월 22일엔 엔씨소프트와 함께 9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

창원시는 ‘약 1,200억 규모의 새 구장 건립, 구장 사용료 면제, 구장 운영권 장기 위탁’ 등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엔씨소프트와 야구계의 환심을 샀다. 다른 매력적인 지방자치단체를 제쳐두고 KBO와 NC가 창원시를 연고지로 택한 것도 창원시의 약속을 신뢰한 까닭이었다.

NC는 새 구장 건설 과정에서 창원시와 협의해 건설비 1,27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구장 사용료도 25년 계약기간 동안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애초 창원시의 약속에서 한 발 물러난 협의 내용이었지만, NC는 특혜 시비를 최소화하고, 연고지와의 상생을 위해 비용 부담을 기꺼이 감수했다.

NC와 야구계는 창단 당시 창원시의 약속을 근거로 ‘창원NC파크’ 사용료가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창원시의회가 정한 스포츠산업진흥조례상 사용료 하한선(25년 총액 108억 원)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창원시는 먼저 새 야구장을 건립한 대구, 광주의 예를 들어 NC도 비슷한 수준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500억 원을, 광주에서 KIA는 300억 원을 ‘25년 사용료 선납 방식’으로 야구장 건립비용에 보탰다.

NC는 이미 100억 원을 구장 건립비용으로 내놓은 터다. 예상대로였다면 NC는 '사용료 하한선'을 기준으로 8억 원만 더 내면 됐다. 하지만, 창원시는 갑자기 25년간 사용료로 2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내놓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마다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는 프로야구 산업 특성과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를 감안하면,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대구와 광주는 이미 오랫동안 프로야구단을 운영한 도시다. 하지만, 창원은 다르다. 창원은 새구장 건립을 조건으로 야구단 유치 자격을 따냈고, NC도 새구장 건립 약속을 믿고서 창원을 선택했다. 새구장 건립을 NC와 야구계에 약속하고, 그걸 미끼로 야구단을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창원시라고 지적했다.

다른 구단들은 "개장식이 열리고 한 달이 되도록 사용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건 납득하기 힘든 처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라이온즈파크 개장 당시 이미 대구시와 25년 사용권 계약이 이뤄진 상태였다”고 귀띔했다. KIA 관계자도 “개장 1년 전 구장 공사 기간에 이미 사용권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반면 NC는 아직도 사용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처지다.

창원시, 창원시의회 "구장 사용료로 300억은 돼야"

지금은 구장명, 구장 사용료가 이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슈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잔디밭에서 캐치볼 하는 아이들(사진=엠스플뉴스)
지금은 구장명, 구장 사용료가 이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슈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잔디밭에서 캐치볼 하는 아이들(사진=엠스플뉴스)

창원시 야구장건립단 김환철 주무관은 시즌 개막 전 이뤄진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용료 문제는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대구나 광주 사례를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알고 있는 만큼 그걸 기반으로 협상하고 있다. 대체로 시의회에서도 (대구, 광주 수준은 받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사실이다. 4월 21일 열린 창원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문순규 의원은 “창원시가 국비와 지방비 포함 1,270억 원을 들여 만든 새 야구장에 NC가 이바지한 건 '선(先) 사용료' 명목으로 낸 100억 원뿐”이라며 “광주 KIA가 300억 원, 대구 삼성이 500억 원을 사용료로 낸 데 반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의원은 NC가 새 야구장 광고권·식음료 판매권 등 부대 수입을 창원시로부터 보장받은 점 등을 언급하며 NC가 창원시로부터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도한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기여도는 아주 저조하다. NC는 모기업 NC소프트에 지역 인재 채용 같은 시민이 체감하는 획기적인 지역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꺄지 펼쳤다. 새 야구장 사용료 협상 때 이 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문 의원은 2011년 엔씨소프트가 본사를 창원으로 이전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했는가 하면,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협의 동의안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9구단 창단협약서가 가결된 본회의 때도 5년 안에 신규구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협약서의 내용은 시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이번 임시회 본회의에서 문 의원의 질의에 홍명표 창원시 자치행정국장은 “NC를 창원시에 유치하면서 야구를 바탕으로 한 시민 화합,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 브랜드 향상 등 금전적인 부분 외 보이지 않는 여러 효과가 있다”면서도 “창원시가 NC에 메이저리그급 야구장을 제공한 만큼 타지역 연고 프로야구단 사례를 충분히 참고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창원시와 창원시의회의 야구단 발목 잡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중단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창원NC파크 로고. 창원시와 시의회는 여기에 '마산구장'을 붙이라고 NC를 압박해 왔다(사진=엠스플뉴스)
창원NC파크 로고. 창원시와 시의회는 여기에 '마산구장'을 붙이라고 NC를 압박해 왔다(사진=엠스플뉴스)

새 구장 사용료 협상에 대해 NC 관계자는 “처음엔 이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간격을 많이 좁혔다. 긍정적인 쪽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4월 초 같은 내용을 다시 문의했을 때도 “협상이 잘 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부정적인 얘기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창원시 야구장건립단 김환철 주무관도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대구, 광주 수준)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시와 구단 생각이 차이가 있어서 노력하고 있다. 좋은 쪽으로 매듭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대구, 광주 수준 사용료를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협상엔 문제가 없다는 게 NC와 창원시의 대외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NC와 창원시의 이런 설명은 실제 협상 진행 상황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최근 창원시는 야구장 사용료 협상 주체를 기존 야구장건립단에서 시청 체육진흥과로 교체했다. 체육진흥과는 다양한 지역내 이해관계가 얽힌 부서라 야구단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단, 시와 지역사회의 입장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창원 정치권 인사는체육진흥과에선 사용료 300억 원에 더해 대구(야구박물관 등 175억 원 추가 지원)와 광주(체육발전기금 30억 원) 사례처럼 구단이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300억 원 사용료도 감당하기 힘든 NC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역설적으로 NC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지역사회 공헌과 투자를 하는 구단으로 통한다.

이처럼 무리한 요구와 납득하기 힘든 행태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NC는 창원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직 사용권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고 임시 사용권으로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자칫 창원시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야구장 개장식 전후로 시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구단 고위층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NC 창단 이후엔 야구장 건립 부지 문제로 오랜 갈등을 빚었다. 모든 부면에서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창원지역을 제쳐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해를 선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KBO와 NC가 반발하자 창원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포스트시즌 기간 KBO 사무실과 목동야구장을 기습 방문해 행패를 부리는 불상사도 있었다. 이들은 여직원 혼자 있는 사무실 유리문을 크게 두드리면서 ‘총재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의원 수행원이 취재 중인 여기자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이에 KBO와 NC는 창원시와 시의회를 겨냥해 “창원시의회 일부 의원의 행동은 KBO와 각 회원사의 관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보며 시 의회의 책임 있는 해명을 바란다. 계속해서 시민의 의견을 외면하고 구단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구단은 KBO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모든 대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력 항의한 바 있다.

야구장 건립 과정에선 ‘야구장 명칭’ 문제로 갈등이 이어졌다. 야구장 명칭 사용권을 가진 NC가 ‘창원NC파크’ 명칭을 제안했지만 구 마산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시장 지시로 ‘야구장 명칭선정위원회’를 만들었다. 당시 지역 매체 보도에 따르면, 허성무 시장은 야구장 명칭 설문조사 항목에 ‘마산’이 빠진 것을 두고 시 공무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과 시민들이 참여한 명칭 선정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창원NC파크’를 선정했지만, 이번엔 시의회가 딴지를 걸었다. 시의회는 ‘창원NC파크’ 안을 부결하고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란 이름을 멋대로 수정안으로 올려 가결했다.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한 시의원은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시민이 A라고 해도 시의원이 B로 할 수도 있다”는 궤변을 펼쳐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이런 창원시의 행태가 스포츠지와 일간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의 큰 비난을 받았고,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한 창원시민은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창원시민인 게 정말 부끄럽다. 부정하고 싶지만, 창원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고갤 저었다.

한 야구 원로는창원시가 그간 얼마나 야구단의 발목을 잡아 왔는지 잘 안다. 과연 이런 지자체가 프로야구 산업의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대구, 광주 수준의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건 처음 야구단 유치 당시 약속을 생각하면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라며NC가 연고지 이전, 법정 소송을 포함해 강경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O 고위관계자도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창원시의 요구 조건이 이 정도 수준까지일지 몰랐다”며 “사실이라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아직 연고지 이전이나 KBO 차원의 대응을 논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구단과 함께 해결책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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