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2019년 킹스컵 준우승

-“승부차기 접전 끝 졌지만, 전력에서 앞선 퀴라소 상대로 아주 잘 싸웠다”

-킹스컵에서 실속 챙긴 베트남, 11년 만에 태국 이기고 동남아시아 최강자 확인

-“킹스컵 준우승으로 월드컵 예선과 동남아시아경기대회 전망 밝게 했다”

2019년 킹스컵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킹스컵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비아시아 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베트남은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6월 8일 오후 9시 45분 태국 부리람 창 아레나에서 열린 2019년 킹스컵 결승전 퀴라소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 접전 끝 패했다. 전·후반 90분을 1-1로 마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나섰고, 에이스 응우옌 콩푸엉이 실축한 베트남이 4-5로 졌다. 박 감독은 2018년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 이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했다.

MBC SPORTS+ 이상윤 해설위원은 베트남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많은 퀴라소를 상대로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다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베트남 축구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체격조건과 경험에서 우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다음 대회에선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고 했다.

베트남, 킹스컵 통해 동남아시아 최강자 입지 확실히 굳혔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트남은 2019년 킹스컵 출전을 선택한 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퀴라소와의 경기로 목적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11월 필리핀에서 개막하는 동남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획득을 위해 나서게 됐다경쟁력 있는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찾는 과정에서 킹스컵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딱 2경기를 치렀지만 얻은 게 많은 대회였다. 베트남은 킹스컵을 통해 동남아시아 최강자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베트남은 킹스컵 준결승에서 태국을 1-0으로 이겼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이 태국을 이긴 건 2008년 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2-1) 이후 11년 만이었다.

태국은 지난해 베트남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동남아시아 월드컵’ 스즈키컵 최다우승(5회)국이다. 킹스컵에서도 15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우승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이벌 베트남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2017년 10월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15승 4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베트남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태국에 막혀 다음 라운드(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태국은 중동의 강호 이라크를 따돌리고 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2승 1무 3패를 기록한 베트남은 이라크(3승 3무)에 밀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약했다. 참고로 태국은 최종예선에 오른 아시아 팀 가운데 유일한 동남아시아 국가였다.

그랬던 베트남이 2017년 10월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U-23, 성인 대표팀을 겸임하는 박 감독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놀라운 성적을 냈다. 2018년에 출전한 AFC U-23 챔피언십(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4위), 스즈키컵(우승)이 대표적이다.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선 아시아 최강자로 꼽히는 이라크, 이란, 일본 등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동남아시아 변방에서 아시아 축구 강호로 올라서고 있음을 증명했다.

선수 시절 코치 박항서와 함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베트남은 2000년대 후반부터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잠재력이 풍부한 어린 선수들과 박 감독님의 빼어난 지도력이 만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께선 빼어난 지도력과 소통 능력을 갖췄다.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면서 끈끈한 팀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킹스컵은 베트남의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대회였다. 6월 5일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을 등에 업은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선 짜임새 있는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우위를 점했다. 경기 내내 흥분하고 거친 반칙을 일삼는 등 정신력 싸움에서 밀린 건 베트남이 아닌 태국이었다.

베트남은 이 대회를 통해 동남아시아 최강자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3월 22~26일 진행된 2020년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도 베트남은 태국을 4-0으로 대파했다.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태국과 한 조에 속해 전승을 기록하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베트남이다.

유럽파 다수 포함된 퀴라소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베트남

킹스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응우옌 콩푸엉(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킹스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응우옌 콩푸엉(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세가 오른 베트남이지만 8일 킹스컵 결승전에서 만난 퀴라소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퀴라소(82위)는 CONCACAF(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속한 팀으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베트남(98위)보다 16계단이 높았다. 킹스컵 준결승전에서도 인도를 3-1로 가볍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

퀴라소엔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처럼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포함돼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에서 뛰는 수비수 쿠코 마르티나, 2018-2019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된 카디프 시티 소속 미드필더 레안드로 바쿠나, 과거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었던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 에인트호번 골키퍼 엘로이 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베트남과의 킹스컵 결승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베트남은 2012년 6월 아프리카에 속한 모잠비크전 이후 7년 만에 비아시아팀과의 경기를 치렀다. 퀴라소전 이전까지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치른 18번의 A매치(9승 6무 3패) 모두 아시아 팀들과 치렀다. 우월한 신체조건과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갖춘 퀴라소를 상대로 객관적인 전력에선 확실히 열세였다.

하지만, 베트남은 퀴라소를 상대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상황에 맞게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유연한 전술 변화 능력을 보여줬고, EPL리거 마르티나가 이끄는 수비진을 여러 차례 공략했다. 선제골을 내준 이후에도 주저앉기보단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동점을 만들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퀴라소가 베트남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인 게 사실이라며 경기 운영 능력과 개인 기량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베트남은 그런 퀴라소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주도권을 잡고 강하게 몰아친 시간도 있었다.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아주 잘 싸운 경기라고 했다.

베트남은 성장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11월 동남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베트남 축구 관계자는 베트남에선 월드컵 예선과 동남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동남아시아경기대회의 경우 60년 동안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없다. 온 국민이 ‘박 감독이라면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만 나아간다면 베트남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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