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두 달 지나도록 여전히 3피트 수비방해 룰 적용 놓고 논란…피해는 매번 LG만

-발단도 전개도 모두 심판위원회 책임, 규칙 엄격 적용한다고 해놓고 현장에 설명도 제대로 못 해

-심판마다 제각각 규칙 적용, 수시로 말 바꾸기까지…땅에 떨어진 심판 신뢰

-문제 야기한 심판위원회와 KBO가 결자해지해야

6월 7일 LG-한화전에서 3피트 수비방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도 피해를 본 쪽은 LG였다(사진=중계화면 캡쳐)
6월 7일 LG-한화전에서 3피트 수비방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도 피해를 본 쪽은 LG였다(사진=중계화면 캡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6월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경기 전 취재진이 전날 경기에서 벌어진 ‘3피트 수비방해 룰 논란’에 관해 묻자 LG 류중일 감독은 “말 안 할랍니다”하며 말문을 닫았다.

LG는 전날 대전 한화전에서 6회 말 심판진의 3피트 룰 미적용으로 피해를 입었다. 당시 1사 1, 3루에서 한화 송광민이 스퀴즈 번트를 대고 라인 안쪽으로 뛰었지만, 심판은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이를 보지 못했다. 류 감독과 1루수 토미 조셉이 강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즌 개막 이후 3피트 룰 때문에 수차례 피해를 본 LG다. LG 타자들이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뛰었을 때는 번번이 수비방해 판정을 받았다. 반면 LG 상대 팀이 라인 안쪽으로 뛰었을 때 심판이 잡아낸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3피트 룰이 유독 LG에게만 불공평하게 적용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류 감독은 “얘기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다”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KBO가 전날 경기 주심 문동균 심판에게 ‘엄중경고’와 2주간 퓨처스리그 강등 제재를 내린 데 대해서도 “그런다고 해결될 일인가”하고 반문했다.

류 감독 말이 맞다. KBO가 하도 남발해서 이제는 조롱거리가 된 ‘엄중경고’는 둘째치고, 출전 정지도 아니고 잠깐 2군에 내려갔다 오는 게 3피트 룰 논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시즌 개막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되는 혼란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정리할 부분은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시즌 KBO리그가 수준 이하의 소모적 논란을 멈추고,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심판들은 억울하다? 이게 다 심판들 때문에 생긴 사태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의 ‘3피트 사태’는 KBO 심판위원회의 실책에서 비롯한 문제다. 심판위원회는 야구 규칙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했고, 잘못된 규칙 적용으로 경기의 원활한 진행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 무엇보다 심판 판정의 생명인 판정의 공정성과 일관성이란 가치를 훼손했다.

‘3피트 룰 논란’은 애초에 심판들의 판정 미숙 때문에 생긴 사태다. 발단은 지난해 9월 8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회 말 1사 만루에서 NC 이우성이 투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 부근에서 페어지역 안으로 뛰면서 교묘하게 수비를 방해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심판진은 1루수 이대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며 세이프 판정을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야구규칙 5.09 <6.05k>엔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 또는 파울라인의 안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수비방해를 적용한다고 돼 있다.

원래는 상황과 의도에 따라 심판의 ‘판단’에 맡기게 돼 있는 규칙이다. 하지만 롯데-NC전 사태를 본 현장에선 심판의 주관적 판단을 못 믿겠다며 규칙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심판위원회는 “3피트 수비 방해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강화된 규칙은 타자주자가 파울라인 밖으로 뛰는 게 핵심이다.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이 그려진 지점부터는 타자주자의 왼발이 반드시 1루 파울라인 밖에 위치해야 한다는 게 시즌 전 심판위원회가 내놓은 설명이다. 상황과 주자의 의도가 아닌 타자 왼발이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우타자는 라인 안에서 출발해 억지로 라인 밖으로 나갔다가 마지막에는 라인 안으로 들어와 베이스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지그재그로 달리면 주루플레이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소극적인 주루 될 수밖에 없다. 원래 야구 규칙에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심판 판단을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두고 LG 류중일 감독은 “이게 무슨 야구인가"라고 항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구 규칙은 명확해야 하고, 리그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위원회는 강화된 규칙 적용 방향을 현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심판위원회는 스프링캠프 기간 모든 팀을 방문해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감독마다, 코치마다 들었다는 설명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감독은 ‘타구가 홈플레이트 앞 흙에 닿았을 때만 적용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감독은 “타구와 관계없이 무조건 파울라인 밖으로 뛰어야 한다고 들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감독들이 심판의 설명을 잘못 알아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규칙이라면, 리그 구성원들이 혼동하지 않고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아직도 현장에선 3피트 수비방해가 정확히 어떤 상황에 적용되는지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심판위원회의 책임이다.

시즌 개막 후엔 심판마다 규칙을 제각각으로 적용해 논란을 더 키웠다. 어떤 심판조는 규칙을 글자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한 반면, 심판에 따라선 타자주자가 라인 안으로 뛰어도 수비방해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심판과 모든 경기에서 똑같이 적용해야 할 규칙이 심판마다 제각각이니, 현장에선 어느 리듬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비난을 면하고 판정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도 문제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시즌 초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수비 방해에 해당하는 상황에만 심판이 판단해 아웃 판정을 한다. 가령 3루수의 송구, 유격수 송구 같은 상황까지 수비 방해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 아니냐”고 했다. 포구 위치에 따라 수비방해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 다른 매체와 통화에선 “포구 위치와 상관없다. 주자는 무조건 3피트 라인 시작지점 이후부터는 파울라인 바깥으로 빠지면 된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규칙을 놓고 같은 심판위원장이 완전히 상반된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후 심판진의 설명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 답변을 요구할 때마다 계속 달라졌다. 3월 31일 잠실 경기에서 롯데 나종덕의 플레이가 논란이 되자 주심 박근영 심판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송구 시점이다. 포수가 송구하는 시점에서 나종덕은 3피트 라인이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루로 가는 후반부(3피트 레인)가 아닌 송구 지점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확인 결과 나종덕의 발이 라인 위에 있었다. 정상적인 플레이”라며 타자 주자가 3피트 라인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송구 시점을 지적한 박 심판의 설명과는 포인트가 전혀 다른 주장이다. 또 왼발이 라인 밖에 있어야 정상적인 플레이라던 시즌 전 설명과도 상충하는 얘기다.

포구 위치에 대한 설명도 계속 바뀐다. 류중일 감독이 “캠프 때는 타구가 홈플레이트 앞 흙에 닿았을 때만 적용한다고 하더니, 시즌 시작해선 타구 위치에 관계없이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마운드 앞쪽’ 상황으로 한정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고척 LG-키움전에서 서건창의 번트 상황이 논란이 되자 번트 타구라도 3루 쪽으로 치우친 타구는 3피트 룰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또 새로운 조건을 추가했다.

심판 하나 징계하고 끝날 일 아냐, 심판위원회와 KBO가 결자해지해야

LG 트윈스는 올 시즌 3피트 수비방해 룰로 여러 차례 피해를 본 팀이다(사진=엠스플뉴스)
LG 트윈스는 올 시즌 3피트 수비방해 룰로 여러 차례 피해를 본 팀이다(사진=엠스플뉴스)

7일 LG-한화전 송광민의 번트 타구는 그간 심판진이 하루에 하나씩 추가한 ‘3피트 수비방해’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상황이었다. 3루 쪽이 아닌 투수 방향으로 향한 타구였고, 홈플레이트 앞 흙에 닿은 타구였고, 송구 시점과 타자주자 위치도 모두 수비방해 상황에 해당했다. 더는 핑곗거리가 없는 상황이 나오자 결국 KBO는 해당 경기 주심에게 엄중경고와 함께 2주간 2군 강등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미 심판 하나 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란 게 야구계 중론이다. 3피트 룰 논란은 심판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불신을 사고, 바뀐 규칙을 현장에 올바로 전달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하고, 공정하고 일관되게 규칙을 적용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한 심판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남은 시즌 3피트 수비방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즌 막바지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에서 3피트 수비방해로 승패가 뒤바뀐다면?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먼저 논란을 자초한 심판위원회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감독들과 진실게임을 벌이거나, 억울하다고 항변할 일이 아니다. 3피트 수비방해 룰을 제대로 적용 못 하고 현장에 올바로 전달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 점, 비난을 피하려고 수시로 말을 바꿔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 데 대해 심판위원회 차원의 공식 사과부터 해야 한다.

또 심판마다 제각각으로 적용해 유명무실해진 3피트 수비방해 룰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심판이 누구든, LG 경기든 두산 경기든 똑같이 적용되는 통일된 원칙을 정리해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사과할 사람은 사과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는 게 지금 심판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KBO 차원에서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시즌 개막 두 달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그냥 방치했다는 건 KBO의 직무유기다. 한가하게 정운찬 총재 명의로 류현진, 추신수 응원 메시지나 발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KBO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더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려고 논의 중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3피트 룰의 기계적 적용이 공격적인 주루를 어렵게 만든다는 현장의 지적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모 구단 코치는 “원래 3피트 수비방해 규칙의 취지대로 타자주자의 수비방해가 발생한 상황에만 적용하되, 필요할 때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3피트 수비방해 룰은 원래 타자주자가 수비 측의 정당한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있는 룰이다. 규칙의 취지대로라면, 송구 경로와 타자주자 동선이 겹치는 경우에만 심판 판단에 따라 수비방해를 선언하고 그 외의 상황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 게 맞다. 심판이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심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상황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수비방해 여부를 가리면 된다는 지적이다. 3피트 룰 해결방법을 고심 중인 KBO에서 참고해볼 만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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