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5년째 오승환의 개인 훈련을 돕고 있는 권보성 트레이너(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사진 왼쪽부터) 5년째 오승환의 개인 훈련을 돕고 있는 권보성 트레이너(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엠스플뉴스=플로리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가족보다 오승환의 몸을 더 잘 아는 이가 있다. 개인 트레이너 권보성(32)씨다.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은 2013년 겨울부터 오승환과 권 트레이너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권 트레이너를 오승환에게 소개한 이는 오승환의 ‘절친’인 송산(전 KIA 타이거즈 포수).

권 트레이너는 부산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 샵’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2013년 오승환과 연을 맺기 시작한 후부터 권 트레이너는 해마다 겨울이면 오승환을 전담 지도해왔다. 이번 겨울에도 오승환의 괌 개인 캠프에 찾아갔고, 지금은 미국 플로리다까지 건너왔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오승환의 개인훈련을 도왔으니 3달 넘게 오승환과 함께 있는 셈이다. 권 트레이너는 세인트루이스 공식 팀 훈련이 시작하면 모든 임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승환은 권 트레이너에 대해 "운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나와 스타일이 잘 맞는다. 국외에서 개인 훈련할 때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준다. 여기다 성격도 참 꼼꼼하다”며 “쉬는 날에도 팀 트레이너 못지않게 정성껏 마사지를 해준다. 덕분에 해마다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상에서 오승환의 몸을 가장 잘 아는 남자’ 권 트레이너에게 2017시즌에 앞서 오승환의 현재 몸 상태와 ‘돌직구’의 비결을 물었다.

“오승환, 힘이 더 좋아졌다. TV에서 98마일까지 던지는 걸 봤으면"

벌써 5년째 오승환의 체력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오승환의 몸을 가족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듯싶다(웃음).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나. ‘어디가 아프다, 어디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나한테는 다 하니까, 뭐든 다 알 수밖에 없다(웃음).

2013년 겨울, 오승환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코어 자체가 정말 강한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허리 탄력도 뛰어났다. 프로 선수들을 자주 봤지만, 누구보다 자기 스타일이 강한 선수였다. 자기 몸을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스타일이 강한 선수? 대개 그런 선수들은 트레이너 입장에선 관리하기 힘든 유형 아닌가.

아니다. 선수 개인 스타일이 확실하고, 또 원하는 게 분명하면 트레이너로선 오히려 그게 더 편하다. 오승환 선수는 한국, 일본, 미국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모두 웨이트 트레이닝을 경험했다. 어떤 부분이 선수 본인에게 맞는지 계속해서 선수와 이야길 나누고 있다.

2017시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승환의 현재 몸 상태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보니까 근육이 더 붙은 듯한데.

오승환 선수가 "올해가 몸이 가장 좋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고 느꼈는지 이번 겨울엔 힘을 많이 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 플로리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캠프’는 처음 와보는데, 직접 와서 보니 오승환 선수보다 더 왜소한 선수가 많더라(웃음).

그렇지 않아도 오랜만에 오승환을 만난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오승환에게 가장 먼저 한 행동이 바로 오승환의 팔뚝을 만져보는 거였다.

오승환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무거운 걸 든다. ‘데드리프트’ 무게가 180kg 정도다. 보니까 다른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은 140kg에서 150kg 사이를 들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오승환 선수와 다른 선수를 직접 비교해보면 오승환 선수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을 거다. 오승환 선수가 키만 작다 뿐이지 나머지는 월등히 좋다.

조기 출국해 미국에서 한 달 반 넘게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그동안 특별히 좋아진 점이 있다면 그게 뭔지 궁금하다.

미국에선 오승환 선수의 파워를 키우고,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다. 공을 던지는 밸런스, 그리고 힘을 쓰는 밸런스 등을 많이 잡았다. 지난해엔 여기 있는 힘 좋은 선수들을 따라가려다 보니 밸런스가 살짝 무너진 경향이 있었다. 올 시즌엔 그렇지 않을 거다. 힘이 좋아졌으니 올해 TV에서 오승환 선수가 98마일 공을 던지는 걸 봤으면 좋겠다(웃음).

오승환의 몸을 보면 더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부상 방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과하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보호대’ 역할을 하는 근육이 받쳐주지 못하면 인대 등에 자극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오승환 선수는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예전 투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걱정해 역기조차 들지 않으려 했다. 지난해 한 야구계 원로가 점점 더 커지는 오승환의 몸을 보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 것도 그 때문인데.

요즘은 ‘웨이트 트레이닝 붐’이 일어 타자, 투수 모두 몸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심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안 했으면 좋겠다. 물론 오승환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기 때문에 몸이 잘 갖춰져 있다. 유연성보단 몸통 힘이 워낙 좋다. 그 힘으로 공을 끌고 나온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몸통 회전이 빠를 시 손이 뒤로 처지게 마련인데 오승환 선수는 그렇지 않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오승환 선수는 더 근육을 키울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신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 적당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렇다면 돌직구의 비결은 ‘허리’라는 뜻인가.

오승환 선수는 허리 탄력이 정말 뛰어나다. 허리 힘도 월등하다. ‘단순 관절운동’보다 ‘다관절 운동’을 할 때 더 강한 힘이 나온다.

"오승환의 성공 비결? 운동 시작 2, 3주 전부터 철저한 금욕 생활과 자기 관리에 들어간다."

권보성 트레이너(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권보성 트레이너(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프로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비시즌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오승환 못지않게 오승환의 시즌 성적이 신경 쓰일 듯싶다.

당연히 성적은 잘 나올 거라고 믿기에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다만, 아플 때 신경이 쓰인다. 오승환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오승환 선수가 갑자기 다른 행동을 하면 내가 다 움찔한다(웃음). TV에서 오승환 선수가 갑자기 허벅지를 만진다든지, 엉덩이를 비틀면 ‘허리가 안 좋은가’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 후반기 사타구니 부상이 있었다. 한신 시절부터 자주 통증을 느꼈던 부위다. 지금은 어떤 상태이고, 어떻게 보강운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회전력이 좋아 생긴 문제인 것 같다. 투구 시 왼 무릎이 몸통을 따라 돌아가는 걸 막으려면 내전근이나 햄스트링에 힘을 줘야 한다. 시즌이 흐를수록 더 많은 근육량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피로가 많이 쌓인 듯하다. 그 부분에 대한 보강은 늘 하고 있다.

오승환을 아는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 있다. “오승환은 인간적이고, 매우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다. 주위 사람들을 정말 잘 챙긴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쉽게 뿌리치지 않는다. 인터뷰 맨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승환 선수는 트레이닝을 지도하기에 가장 편한 스타일이다. 프로 선수 가운데 자기 스타일이 없는 선수가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더라도 이게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결국 누가 시켜야 운동할 수밖에 없다. 반면 오승환 선수는 자기 스타일이 있고, 고집도 있어 편하다. 물론 운동할 때 다른 선수들처럼 “힘들다”고 하긴 한다(웃음). 하지만, 트레이너의 지도를 누구보다 잘 듣는 선수이기도 하다(웃음).

가까이에서 오승환을 5년간 지켜봤다. 오승환의 성공 비결을 무엇으로 보나.

철저한 자기 관리다. 개인 운동 시작 2, 3주부터 금욕 생활을 시작한다. 해마다 그랬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학 때부터 그랬다고 하더라. 놀 땐 놀고, 운동할 땐 확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빨간 국물이 들어간 음식과 라면도 먹지 않는다. 얼굴 앞으로 라면을 가져가 유혹했지만, 넘어오지 않고 끝까지 참았다(웃음). 정말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

얼마 있으면 오승환과 헤어져야 한다. 오승환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가 있다면?

항상 똑같은 바람이지만, 올 시즌에도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올스타전에도 나갔으면 좋겠고, 우승 반지도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오승환 선수 파이팅(웃음)!

박은별 기자 star8420@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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