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컬럼

[이현우의 MLB+] 'TEX 계약 불발' 오승환의 향후 행보는?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8일(한국시간),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무산됐다"고 전한 것이다. 계약 불발 사유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텍사스 지역 매체 <댈러스모닝뉴스>의 에반 그랜트는 구단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MRI 검사 결과 오승환의 팔에서 '당혹스러운 문제(disconcerting issues)'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대체 오승환의 팔에서 발견된 '당혹스러운 문제'가 어느 정도의 신체적인 손상을 말하는지'다. 여기에 오승환이 최근까지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개인 훈련을 무탈하게 소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의혹이 더해졌다.

 

그런데 19일, 여러 매체가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며칠 사이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이 가졌던 의문이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엠스플뉴스.를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동욱 대표의 인터뷰를 요약하자면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제외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신체검사를 하면서 MRI 상으로 문제가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2. MRI 상 문제란 팔꿈치 염증이다.

3. 하지만 그 염증은 2016년 세인트루이스 입단 당시에도 발견됐었던 것이다.

4. 당시 세인트루이스는 투구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5. 실제로 그 염증은 지난 2년간 투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6.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의 부상을 안고 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사스는 부상을 빌미로 계약금을 깎으려고 했다.

8. 오승환은 텍사스 구단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9. 그래서 세 차례나 텍사스 측이 수정안을 제시했음에도 제안을 거절했다.

10. 오승환은 현재 피닉스 인근의 야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11. 여전히 MLB 서너 팀에서 오승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오승환은 한국(삼성) 복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바탕으로 오승환의 향후 행보를 예측해보자.

 

오승환 측 인터뷰의 팩트체크

 

(영상) 지난 2012년 다저스는 류현진의 어깨에 부분적인 관절와순 손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6년 계약을 맺었다. 훗날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지만, 대부분의 현역 투수들은 팔꿈치 또는 어깨에 부분적인 손상을 입은 채로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다저스의 결정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 투수가 수술을 받는다는 건 공을 던질 수 없을 정도로 부상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1, 2, 6번 사항은 이번 인터뷰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1번. 먼저 오승환의 MRI 검사 결과 이상 소식을 전한 그랜트는 박찬호 시대에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전담 기자로 재직 중이었던 이로, 텍사스 소식에 관한 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신뢰도를 갖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오승환의 텍사스행이 불발된 이유가 '신체적인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2번. 구체적으로 MRI 검사 결과 문제가 된 사항을 알 순 없었지만, 부상의 수준이 경미하리라는 것 역시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었다. 만약 부상 정도가 심각했다면 텍사스는 계약 소식이 전해진 7일 이후 10여 일간 발표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냥 곧바로 계약을 파기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건 오승환의 몸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6번. 역시 사실이다. "부상 없는 운동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멀쩡히 시즌을 치르고 있는 투수의 팔을 검사해도 부분적인 인대 손상이나, 뼛조각이 떠다니는 것은 예사다. 모든 구단은 그 사실을 감안해서 계약 전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계약을 맺을지를 검토한다. 

 

반면, 3~5번은 그전까진 알려지지 않았던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다저스 역시 류현진의 어깨 상태(관절와순 부분 손상)을 확인하고도 6년 계약을 맺은 적이 있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선수, 특히 투수의 신체적인 상태에 따른 계약 여부는 말 그대로 '구단이 판단하기 나름'이다.

 

7~8번. 김동욱 대표 역시 이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에서 오승환의 팔꿈치에 나타난 염증이 심각하다고 봤다면 계약을 철회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텍사스가 계약 내용 수정을 세 차례나 요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승환 측은 텍사스가 부상을 빌미로 연봉을 깎으려는 인상을 받았고, 그 때문에 계약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로 본 오승환의 향후 몸값 변화는?

 

 

오승환과 비슷한 사례가 2016년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LA 다저스는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와 3년 4500만 달러에 합의 직전에 이르렀다가, 신체검사 결과를 이유로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로도 다저스는 계약 액수를 줄이려고 시도했으나 최종적으론 이와쿠마의 계약을 포기했고, 결국 이와쿠마는 1년 1200만 달러에 팁 옵션 2년으로 시애틀 매리너스로 유턴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와쿠마에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신체적인 문제로 계약이 무산되면 결국 당초 받았던 제안보다 낮은 몸값에 계약을 맺게 된다. 하지만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체검사 결과를 부풀리는 것은 노사협상 위반이다. 그러다가 선수를 뺏기기라도 하면 시즌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구단으로서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도 하다.

 

따라서 실제로 텍사스가 오승환 측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신체검사 결과를 흘렸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의외로 신체검사를 이유로 계약이 무산됐던 선수와 구단의 상당수는 새롭게 합의점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에 있었던 선발 요바니 가야르도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계약이다. 

 

2016년 2월 21일 여러 매체는 볼티모어와 가야르도가 3년 3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24일 신체 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다음날인 25일 볼티모어는 가야르도와 2년 22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야르도 측이 신체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이라면' 오승환과 텍사스가 당초 나왔던 금액보다 낮은 몸값에 다시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승환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승환과 텍사스의 계약은 무산됐다. 우리는 텍사스와 계약할 의사가 없다. 몸값을 올려주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승환과 텍사스의 재결합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오승환의 행선지는?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동욱 대표는 19일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갈 수 있다면 삼성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BO리그 복귀시 72경기 출전정지를 받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한마디로 말해 꼭 메이저리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그전까지 메이저리그 잔류만을 원하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텍사스의 첫 제안과 비슷한 조건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메이저리그에 남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새롭게 올 제안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거 신분일 때와 마이너리거 신분일 때의 내용을 따로 두어 계약하는 것) 형태를 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인터뷰대로 가벼운 염증 수준이라더라도 이미 언론에 드러난 이상 몸값은 그전보다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를 감수할 각오가 있다면 오승환은 얼마든지 올해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2016시즌부터 2년간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이미 입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김독욱 대표에 따르면 텍사스와의 계약이 무산된 지금도 여전히 오승환의 개인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구단들이 있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올겨울 오승환에게 구체적인 계약을 제시한 팀으로 알려진 구단은 텍사스 외에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총 4팀이 더 있었다. 하지만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는 그 이후 각각 히라노 요시히사(2년 600만)와 토니 왓슨(2년 900만)을 영입함으로써 오승환의 영입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제 올겨울 오승환에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한 팀 중 계약 가능성이 남은 구단은 토론토, 메츠다. 여기에 새로운 팀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오승환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오승환의 향후 행보에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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