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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효율적이지 못했던 류현진의 볼배합

  • 기사입력 2019.01.21 22:04:30   |   최종수정 2019.01.21 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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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좌완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살아남기 위해선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프로야구 리그에는 *좌타자보다 우타자가 두 배 이상 많다. 그런데 야구라는 종목에선 투수가 던지는 손의 반대 방향으로 타석에 선 타자들이 이점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타석에 섰을 때 반대손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더 잘 보이며, 특히 반대손 투수가 던진 브레이킹볼은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달아날 때보다 헛스윙을 유도하기 힘들다.

 

따라서 좌완 투수가 선발이 되기 위해선 두 배 이상 많이 만나는 우타자들을 상대로 이 타고난 매치업 상의 불리함을 극복할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대체로 체인지업인 경우가 많다. 좌투수의 체인지업은 브레이킹볼과는 달리,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좌투수가 우타자에게 갖는 불리함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랜디 존슨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좌완 선발 유망주들은 마이너리그에서 '체인지업'을 장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들이 우완 투수에 비해 약 65% 더 많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은 축복받은 투수다.

 

 

 

류현진은 KBO리그 신인 시절이었던 2006년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 당시 구대성이 알려준 체인지업은, 그의 선배인 송진우가 1999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익힌 서클 체인지업을 자신만의 그립으로 고친 '팜볼성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이를 다시 자신에게 맞는 서클 체인지업으로 개량해 던졌다.

 

이후 '서클 체인지업'은 투수 류현진을 상징하는 주무기가 됐다. 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빅리그에 진출한 2013시즌 류현진은 구종가치(Pitch Value) 20.1점으로 콜 해멀스에 이은 MLB 전체 2위를 차지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14승 8패 192.0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체인지업 피안타율 .159 헛스윙률 31%).

 

두 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새로 장착했지만, 지난 2년간 류현진이 던지는 여러 구종 가운데 가장 구종가치가 높은 공은 늘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류현진은 이 축복받은 구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 40.0% 그러나 체인지업 삼진은 21개

 

2018시즌 류현진의 구종 비율 및 성적. 모든 구종 가운데 체인지업의 투구 결과가 유독 돋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지닌 위력에 비해선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비율이 적었다. 이는 효율적인 투구 방식이 아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2018시즌 류현진의 구종 비율 및 성적. 모든 구종 가운데 체인지업의 투구 결과가 유독 돋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지닌 위력에 비해선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비율이 적었다. 이는 효율적인 투구 방식이 아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피안타율 .161 헛스윙률 40.0%를 기록했다. 이는 류현진이 던진 여섯 가지 구종 가운데 가장 낮은 피안타율이자, 가장 높은 헛스윙 비율이다. 이를 기반으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팬그래프닷컴의 100구당 구종가치에서 2.99점을 기록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80이닝 이상 소화한 MLB 투수 가운데 체인지업 부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즉,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100구 기준으로 MLB에서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런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마지막 공으로 던져서 잡아낸 삼진이 21개에 불과했다. 패스트볼 삼진 42개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이자, 커터를 통해 잡아낸 삼진 25개보다도 적은 숫자다.

 

세 구종의 헛스윙 비율(포심 27.8% 커터 17.4% 체인지업 40.0%)을 고려했을때, 이는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던지는 구종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공임에도 불구하고 체인지업으로 잡아낸 삼진이 적은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체인지업 구사율이 16.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포심 41.4% 커터 23.6% 커브 16.4%).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위를 생각했을 때 비효율적인 투구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피치 터널링 이론(Pitch tunneling)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피치 터널링 이론을 설명하는 그림. Release Piont(공을 놓는 지점), Tunnel Point(터널 지점), Home Plate(홈 플레이트), Distance(두 구종 사이의 거리)(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피치 터널링 이론을 설명하는 그림. Release Piont(공을 놓는 지점), Tunnel Point(터널 지점), Home Plate(홈 플레이트), Distance(두 구종 사이의 거리)(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2015년 존 로젤은 <하드볼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피치 터널링 이론을 제시했다. 피치 터널링은 요약하자면 더 오랫동안 같은 구종처럼 보이는 두 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질수록 투수에게 이득을 준다는 이론이다. 로젤은 타자들이 방망이를 휘둘러야겠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같은 터널안에 있는 두 구종을 가리켜 인 밴드(In band)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더 오랫동안 같은 구종처럼 보이는 두 가지 구종을 이어 던지는 것은 투수에게 커다란 이득을 안겨준다. 로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브의 경우에는 포심 다음에 던졌을 때 평균적인 헛스윙 비율보다 30%가량 더 많은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이는 높은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커브볼의 터널 구간이 다른 구종 조합에 비해 길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비결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프로펙터스>의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의 체인지업-패스트볼 조합,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의 PlatePreRatio가 무려 18.3, 15.3에 달하기 때문이다.

 

터널링 이론으로도 위력적인 체인지업 그러나 투구 조합 비율은...

 

20번 이상 연속 투구가 일어난 MLB 투수들의 모든 투구 조합 가운데 PlatePreRatio TOP 5와 체인지업 TOP 4. 류현진의 체인지업-포심 조합은 전체 조합 가운데 35위, 체인지업이 포함된 좌완 투수의 투구 조합 가운데 공동 1위에 올라있다(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20번 이상 연속 투구가 일어난 MLB 투수들의 모든 투구 조합 가운데 PlatePreRatio TOP 5와 체인지업 TOP 4. 류현진의 체인지업-포심 조합은 전체 조합 가운데 35위, 체인지업이 포함된 좌완 투수의 투구 조합 가운데 공동 1위에 올라있다(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PlatePreRatio란 연속 투구시 두 구종이 홈플레이트 도달했을 때 공의 위치 차이를 터널 포인트(23.8피트 앞)에서 공의 위치 차이로 나눈 수치다. 간단히 말해 PlatePreRatio가 높을수록 터널 구간이 긴 구종 조합이란 뜻이다. 류현진의 체인지업-패스트볼 조합 PlatePreRatio 18.3은 20번 이상 연속투구가 일어난 MLB 투수들의 모든 투구 조합 가운데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체인지업이 포함된 투구 조합 중에선 공동 3위, 좌완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댈러스 카이클의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과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편, 류현진의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의 PlatePreRatio인 15.3 역시 좌완 투수 기준으로는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대 우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2018시즌 류현진은 우타자를 상대 체인지업 이후 패스트볼 조합을 43회, 패스트볼 이후 체인지업 조합 역시 37회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이는 패스트볼-커터 조합(60회), 커브-커터 조합(52회), 커터-패스트볼 조합(52회), 커터-체인지업 조합(48회), 체인지업-커터 조합(40회), 커브-패스트볼 조합(37회), 패스트볼 커브 조합(37회)보다 적거나 같은 횟수다.

 

류현진의 체인지업-패스트볼 조합,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이 PlatePreRatio에 있어 다른 구종을 압도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 비율이다.

 

류현진의 구종별/타자별 PlatePreRatio와 조합 횟수(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류현진의 구종별/타자별 PlatePreRatio와 조합 횟수(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피치 터널링 이론과 거기에서 파생된 인 밴드 이론의 핵심은 더 오랫동안 같은 구종처럼 보이는 두 가지 구종을 자주 이어 던지는 투수들이 그렇지 않은 투수들에 비해 추가적인 헛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피치 터널 이론상으로 가장 효율적인 조합인 체인지업-패스트볼 조합을 전체 구종 조합 가운데 7.6%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이는 MLB 투수 평균 인 밴드 구사율인 약 15%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이에 따라 류현진의   투구 전체 PlatePreRatio는 10.9로 지난해 등판한 투수 504명 가운데 443위에 머물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난해 부진한 와중에도 9승 5패 161.1이닝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한 커쇼가 498위에 그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PlatePreRatio가 반드시 투수의 실력과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그렇지 않은 투수에 비해 PlatePreRatio에서 불리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류현진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한 투수의 볼배합은 투수 본인만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류현진의 책임만은 아닌 볼배합, 내년에는 달라질까?

 

1루와 투구판 사이 지점에서 바라본 류현진의 구종별 평균 궤적.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의 터널 구간이 다른 구종에 비해 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1루와 투구판 사이 지점에서 바라본 류현진의 구종별 평균 궤적.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의 터널 구간이 다른 구종에 비해 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현대 야구에서 한 투수의 볼배합은 경기 전 전력 분석팀과 현장 코치진이 큰 틀을 짜고, 경기 중엔 포수와 투수가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류현진의 볼배합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류현진뿐만 아니라, 볼배합에 관여한 모두의 책임이다. 한편, 과연 인 밴드 구사율을 의식해서 한 구종 조합을 늘리는 것이 반드시 이득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PlatePreRatio 전체 값을 측정하는데 있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바꿔 말해 PlatePreRatio 전체 값이 높게 나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장 PlatePreRatio 값이 높게 나오는 두 구종만 집중적으로 던지면 된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굳이 여러 구종 던질 필요 없이 투 피치 투수가 되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랜디 존슨같이 압도적인 구위를 갖추지 않은 이상 두 가지 패턴으로는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금방 읽히기 마련이다. 많은 투수가 기를 쓰고 다양한 구종을 익히려하는 이유다. 류현진이 2018년 건강할 때만큼은 좋은 투구를 펼친 것 역시 부상 복귀 후 익힌 다양한 구종 덕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적당한 게 좋다. 피치 터널링 이론만 생각하고 두 가지 구종만 집중적으로 던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다양한 조합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조합인 체인지업-패스트볼,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을 MLB 평균의 절반 이하 비율로 던지는 것 역시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는 류현진뿐만 아니라, 볼배합에 관여하는 모든 다저스 스태프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편, 이는 2018년 류현진이 7승 3패 82.1이닝 89탈삼진 평균자책점 1.97이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아직 발전할 여지가 남았다는 뜻이다. 과연 류현진이 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올해보다 더 효율적인 볼배합으로 투구에 임한다면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 류현진의 2019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번외: 엠엘비 한마당 5회: '막내 최지만' 100경기 출전 한다 vs 못한다

 

 

 

 * 미국 캔자스 주립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 비율은 약 11%에 불과하다. 물론 야구의 경우에는 좌타자가 우투수를 상대로 이점을 지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우투좌타 또는 양손타자를 육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시즌 메이저리그의 좌타자 타석 비율은 38%를 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장신(208cm) 좌완 투수. 선수 생활 말년 스플리터 등 보조 구종을 장착하긴 했지만, 커리어 대부분을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 투수로 지내며 통산 303승 166패 4135.1이닝 4875탈삼진(역대 2위)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통산 5차례 사이영상을 받았고,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WS MVP를 수상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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