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KBO+] 파란만장한 오간도의 야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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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KBO+] 파란만장한 오간도의 야구인생

이현우 · 관련기사 바로가기
기사입력 2017.01.11 16:53:51 | 최종수정 2017.01.11 16: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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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알렉시 오간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알렉시 오간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1월 10일 한화 이글스가 새 외국인 선수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오른손 투수 알렉시 오간도(33)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오간도는 2010시즌부터 메이저리그 283경기에 등판해 통산 33승 18패 4세이브 503.1이닝 평균자책 3.47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2016시즌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2승 1패 32.0이닝 평균자책 3.94를 기록했다. 투수로만 한정했을 경우, 그간 한국에 진출했던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다.

 

그에 걸맞게 공식 발표된 계약 총액만 180만 달러(약 21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두 번째(1위 2016년 에스밀 로저스 190만 달러)로 높은 액수다. 그런 만큼 KBO리그 팬들의 관심이 유난히 뜨겁다. 그렇다면 오간도는 대체 어떤 선수일까. 시간 순서에 맞춰 오간도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타자 유망주

 

한화 경기를 보러온 팬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한화 경기를 보러온 팬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줄곧 투수로 뛰는 통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바로 오간도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처음 계약을 맺었을 때 그의 포지션이 외야수였다는 것이다. 오간도(당시 등록명 아르게니스 베니테즈)는 만 19세의 나이로 2002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15,000달러에 계약을 맺고서, 이듬해 도미니카 여름 리그에서 48경기에 출전 타율 .342, 7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전도유망한 타자 유망주로 불렸다.

 

당시 오클랜드 마이너리그 감독 루벤 에스칼레라는 오간도의 선천적인 힘과 배트 스피드에 주목하며 그를 '제2의 알렉스 리오스(통산 169홈런, 253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로 부르기까지 했다. 오간도는 2004년 만 20세의 나이로 쇼트 시즌 싱글A까지 승격하며 타자로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때, 오간도의 신상에 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인신매매 브로커들의 농간에 휘말린 것이다.

 

밀입국 연루, 5년간 입국 금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알렉시 오간도 영입을 주도한 단장 존 다니엘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텍사스 레인저스의 알렉시 오간도 영입을 주도한 단장 존 다니엘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오간도는 2005년 1월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대사관에 방문했을 때 위장 결혼을 통해 라틴계 여성을 밀입국시킨 혐의가 적발됐다. 이후, 비자 발급 거부와 함께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가난한 경제 사정에 허덕이던 중남미 야구 선수들을 이용해 라틴계 여성들을 밀입국시키던 브로커들의 농간에 말려들어 생긴 일이었다. 오간도는 즉시 인신매매에 연루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론 1년에 그쳤을 그의 입국 금지 기간은 5년으로 늘었다.

 

* 당시 오간도와 함께 위장결혼 혐의로 적발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야구선수만 무려 30명에 달한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야구선수의 무지와 경제 사정을 이용해 한 명당 3,000달러를 주는 수법으로 이들을 이용했다.

 

여기에 대해선 해당 여성이 마약 운반책이었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어쨌든 이로 인해 오간도는 어쩔 수 없이 도미니카 여름 리그에서 뛰어야 했다. 다행인 건, 오간도의 투수로서의 재능에 주목하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2015년 12월 '룰5 드래프트'를 통해 그를 뽑았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당시 만 28세의 나이로 단장에 부임한 존 대니얼스와 단장 보좌였던 A.J. 프렐러(現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이었다.

 

투수로 거듭난 도미니카에서의 4년

 

오간도의 포지션 전환은 처음부터 순조롭게 이뤄졌다. 2006년 프로 투수로서의 첫 시즌, 불펜 투수로 등판하기 시작한 오간도는 16경기에 나서 34.2이닝 동안  5승 0패 평균자책 0.78을 거뒀다. 오간도는 이듬해인 2007년에도 6승 1패 0.96을 기록했다. 2005년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1년을 거의 통째로 쉰 선수라곤 믿기 힘든 활약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오간도는 부상으로 2008년 들어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야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팔꿈치 부상 때문이다(유격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2009년 무사히 복귀한 오간도는 도미니카 여름 리그와 겨울 리그에서 모두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 반등에 성공했고, 5년을 끌었던 법적 분쟁도 끝낼 수 있었다. 텍사스의 계속된 탄원에 힘입어 (前 구단주이기도 한) 대통령 조시 W. 부시가 오간도를 전격 사면한 것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커리어 초기 활약

 

2010년 3월 3일 메이저리그 첫 프로필 사진을 찍은 알렉시 오간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0년 3월 3일 메이저리그 첫 프로필 사진을 찍은 알렉시 오간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마침내 미국에 건너온 오간도는 단 18경기 만에 더블A와 트리플A를 평정했고, 선발 리치 하든이 왼쪽 엉덩이 부상으로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오른 틈을 타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해 신인 오간도가 기록한 성적은 4승 1패 평균자책점 1.30. 싱싱한 팔로 평균 96.3마일(155.0km/h)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이런 활약에 고무된 텍사스는 통산 선발 출전 경기가 단 3경기에 불과한 오간도를 전격적으로 2011년 선발 투수로 발탁했다.

 

텍사스의 선택은 한편으론 탁월했고, 다른 한편으론 악수였다. 먼저 단기간의 팀성적 향상을 위해선 옳았다. 만 27세의 나이로 (마이너리그 포함) 커리어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낸 오간도는 13승 8패 평균자책점 3.51 f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3.3승으로 에이스급에 준하는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이닝(약 100이닝+)으로 인해 이듬해부터 오간도가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패착이었다. 

 

어깨 부상 이후의 오간도

 

직전해 무리한 이닝 증가로 2012시즌 오간도는 팔(이두근)과 옆구리(사근) 부상에 시달렸고, 선발 투수로는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그런데도 성적(2승 0패 3세이브 3.27)은 좋았다. 그러나 7승 4패 104.1이닝 3.11로 활약하던 2013시즌 중반, 오간도는 어깨 부상을 입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이후 2014년 중반 복귀한 오간도는 더는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2012년 97마일에 이르던 평균 구속이 2014년 93.9마일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상 이후 급격히 나빠진 제구다. 2013년까지 9이닝당 2.8개에 그쳤던 볼넷 비율이, 이후 3년간 4.9개로 급증했다. 한편, 2014년부터 단 한 차례도 선발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점도 문제다. 이것이 33승 18패 4세이브 503.1이닝 평균자책점 3.47라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에도 불구하고, 오간도에게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시하는 팀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의 오간도는 과거완 전혀 다른 투수다.

 

현 시점에서 오간도의 구종과 구위

 

오간도의 통산 구종 비율 및 구종 가치(구속 단위=마일) 오간도의 통산 구종 비율 및 구종 가치(구속 단위=마일)

 

물론 전성기보단 구속이 내려갔다곤 하나, 오간도의 패스트볼 구속은 현시점에서도 KBO리그에서 통용되기엔 충분하다. 오간도는 2016년 평균 패스트볼 구속 94.0마일(151.3km/h, 팬그래프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평균 구속을 기록한 소사(149.8km/h)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불펜 투수로서 기록한 구속이기에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할 시 평균 구속 하락이 예상되긴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고려해도 여전히 위력적인 건 마찬가지다.

 

오간도가 패스트볼(69.2%) 다음으로 많은 비율로 던진 구종은 슬라이더(28.4%)다. 두 구종을 더한 값이 97.6%에 육박하므로 사실상 투-피치 투수란 사실을 알 수 있다(체인지업을 던지기는 하나 2013시즌 이후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3시즌까지 지속적으로 구종 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득실점 변화량)에서 +값을 기록했던 슬라이더는 어깨 부상 이후론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위력이 감소했기 때문은 아니다.

 

지나친 패스트볼 의존도

 

오간도의 2016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 투구 위치(자료=브룩스베이스볼) 오간도의 2016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 투구 위치(자료=브룩스베이스볼)

 

오간도의 슬라이더는 '유인구'로선 여전히 훌륭한 구종이다. 그 증거가 바로 2스트라이크 이후 기록이다. 2016시즌 오간도가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피안타율은 단 0.087에 불과했다. 58구를 던져 23타수에서 단 2안타를 맞았고, 삼진은 11개, 볼넷은 3개밖에 없었다. 문제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패스트볼 승부를 고집했다는 것. 오간도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슬라이더(58구)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패스트볼(107구)을 던졌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36타수에서 피안타율은 0.306, 삼진은 16개, 볼넷은 10개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제구.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오간도가 던진 패스트볼 가운데 27.1%인 29구가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몰렸다. 나머지 공의 대부분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멀찍이 벗어나기 일쑤였다(그림 참조). 이런 패스트볼에 대한 고집은 분명히 바람직한 투구 패턴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KBO리그 적응의 관건: 부상과 제구력

 

오간도의 2016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구종별 결과값(자료=브룩스베이스볼) 오간도의 2016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구종별 결과값(자료=브룩스베이스볼)

 

결국, 앞선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오간도가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부상 여부'와 '제구력'에 달렸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 '부상 여부'는 족집게가 아닌 이상 확답하기 어렵다. 단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난 3년간 선발 투수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으며 과거 잦은 부상이 있었던 만큼 충분히 관리받아야 한다는 점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제구력에 관해선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오간도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0.306를 기록했으나, 홈런은 한 개도 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여전히 오간도의 패스트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위력적이었단 얘기다. 만약 KBO리그 타자들이 오간도의 패스트볼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오간도는 더 자신 있게 패스트볼을 욱여넣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오간도의 볼넷 비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엔 선발 투수론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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